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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소래산을 오를 때이다. 중간 정도 산행을 하면서 필자가 동행한 지인들에게 재미 삼아 퀴즈를 냈다. “군자봉, 소래산, 수암산의 높이는 얼마나 될까요?” 지인들은 허를 찔렸는지 연신 고개만 젓는다.
못 먹는 감 찔러나 본다고 군자봉 높이를 어림잡아 말한다. “군자봉은 250m 정도 되고 소래산은 300m는 족하고 수암산은...”지인들은 궁금한지 답을 재촉했다. 그러면 필자는 뜸을 조금 들이고는“군자봉의 높이는 199m입니다. 그런데 여기에 100m씩 더하면 소래산 높이가 되고 수암산 높이가 됩니다.” 다시 말하면 군자봉은 199m 소래산은 299m 수암산은 399m이다.(기록에 따라 1~2m 차이가 있으니 따지지 말기) 100m를 더해서 외우면 쉽게 오래 기억할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조금 더 구분 짓는다면 온전한 시흥시 산은 군자봉뿐이다. 소래산은 시흥시 시민이 가장 사랑하는 산이지만 백두산이 중국과 북한으로 나뉘었듯이 소래산은 인천시와 시흥시 지분으로 나뉜 땅이기 때문이다. 수암산은 물론 안산시에 소재한다.
소래산 높이를 정상에서 확인이나 하려는 듯 지인들은 빠르게 산행을 진행하였고 마침내 시흥시와 인천시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정상에 도착했다. 소래산 정상에서 사방을 둘러보고 내려오는 길에 지인이 필자에게 묻기를 “남선생은 겨울산행이 좋아요, 봄산행이 좋아요.” 잠시 생각을 한 후에 “저는 겨울산행도 좋고 봄산행도 좋아요.”라고 답했다.
당연한 이야기는 하지 말고 의중을 말하라는 지인의 표정을 읽고는 “겨울산행을 하면 산의 온전한 모습을 알 수 있어서 좋아요. 자, 저 산등성이를 보세요 말갈기처럼 멋지쟎아요. 저 계곡을 보세요. 앙상한 나무사이로 산은 자기의 나신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어요. 산 본연의 모습을 한눈에 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산을 알고자 하는 사람들에게 겨울산행은 기본입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자 동행한 지인은 “저는 당연히 봄산행이 최고라고 말할 줄 알았어요. 그리고 겨울산행하면 우선 눈 덮인 설산이 제일 먼저 생각나고요. 오늘 덕분에 겨울산행의 매력을 알게 되었네요.”라고 말한다.
이에 필자는 “겨울산은 우리가 힘든 시기를 보낼 때의 인생의 한 장면과 같습니다. 고스란히 자신의 본 모습이 드러나거든요. 그러나 의연히 버텨내면 그 자체가 멋진 인생이 됩니다. 그 후에 오는 초록의 봄은 인생을 풍성하게 만들고 자기만의 아름다운 이야기꽃을 만들지요” 지인의 뜬금없는 질문에 얼떨결에 답해 놓고는 나 자신이 큰 깨달음을 얻게 되었다.
지인과 선문답을 한 후에 필자는 겨울 산행이 더 좋아졌다. 군자봉을 오를 때나 관무산을 오를 때나 소래산을 오를 때 앙상한 나무사이로 훤히 보이는 산의 계곡과 산등성이를 보면서 산을 알아가는 재미는 참으로 쏠쏠하다.
시흥시에 있는 산들은 아기자기하다. 월곶에 있는 본향산, 군자동에 있는 군자봉(풍수지리로 보면 4위에 해당됨), 능곡에 있는 관무산(정상에 서면 물왕저수지는 물론이고 관곡지와 호조벌이 훤히 보인다), 소래산이 그나마 제일 높은데 정확히 299.4m이다.
그렇지만 굽이굽이 둘레길은 아름답고 정상코스는 정겹다. 시민들이 겨울산행을 할 때 산의 모습을 잘 익혀간다면 재미와 건강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다. 필자가 겨울산의 맛을 운운했지만 그래도 생명력이 넘치고 초록의 색채로 눈과 귀를 호강시키는 봄산행이 기다려지는 것은 어찜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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