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의사들이 환자에게 가장 많이 듣는 질문 하나가 “저는 무슨 체질인가요? 어떤 음식이 맞고, 어떤 음식을 가려 먹어야 하나요?”라는
것이다. 사상의학을 창시한 이제마를 주인공으로 한 TV드라마가 방영될 정도로 사상체질이 대중화 되어 있고, 체질별로 금하는 음식과 권하는 음식은
웬만한 건강관련 사이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과연 음식을 가려 먹는 것이 중요한 것일까?
한의학은 개인의 특성에 따른
맞춤의학이라는 면에서 기본적으로 체질의학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체질의 분류법은 여러 가지이며 사상체질만이 체질이론의 전부라고 보기는 힘들다.
체질이란 출생시부터 정해지며 평생 변하지 않는 것으로 보는 입장도 있지만, 개인의 경향성이며 변하는 것으로 보기도 한다. 사상의학은 분명 한국
한의학의 귀중한 유산이지만, 한의학의 전부는 아니며 한의학의 일부분으로 자리매김을 해야 한다. 또 사상의학 이론체계 내에서도 체질에 따른
식이조절이 양생법의 중심이 아니다. 사상의학에서 가장 강조한 것은 마음의 수양을 통해 타고난 성격의 편향을 극복하고 음양화평지인(음양이 균형,
조화된 상태)이 되는 일이다. 예를 들면 태음인은 간대폐소(肝大肺小)하여 성내기 쉬우며, 발산하는 기운은 적고, 응취하는 기운이 많으므로 성내는
것을 절제하고, 음식이든 일이든 욕심을 버리는 수양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
몸에 좋은 음식을 먹는 것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먹는 것만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운동 등 다른 생활습관의 변화는 없이 몸에 좋은 특정 음식이나 영양제, 건강기능 식품을 먹는
것만으로 건강을 유지하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쉽고 편하게 건강해 지려는 마음 때문이다. 해롭다고 알려진 음식을 먹지 않는 것, 소박하고 절제된
식생활을 하는 것이 보양식을 찾아다니며 먹는 것 보다 더 중요하다.
한의학적으로 ‘잘 먹는 방법’의 핵심은 음식의 종류를 가리는
것 보다는 올바른 식습관을 가지는 것에 있다. 하루 세끼를 시간에 맞추어 규칙적으로 먹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냉장고의 보급으로 찬물과 찬
음료수를 지나치게 많이 마시는 것도 위장기능을 약하게 만들기 때문에 피해야 한다.
나에게 맞는 음식을 먹는 다는 것은 복잡한
음식 분류표에 따라 철저하게 음식을 가려먹는 것이 아니라 내가 소화 잘 시키고 좋아하는 음식, 몸이 원하는 음식을 골고루 적당히 즐겁게 먹는
것이다. 호흡으로 천기(天氣)를 흡수하고, 음식으로 지기(地氣)를 흡수하는 것이다. 우리가 흔히 섭취하는 곡식은 그 식물의 종자로서 가장
정미로운 물질이고, 따라서 인체의 정혈(精血)을 구성하는 기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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