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 시흥지역에 한정된 것은 아니지만 2018년 실시된 제7회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완승하며 전국 광역·지방자치단체나 광역·기초의회는 수적 우위에 있는 집권당이 소통과 배려보다는 ‘일방통행 식’으로 정책을 밀어붙여 왔다.
특히, 광역·기초의회의 경우 야당인 국민의힘이나 소수 정당 소속 지방의원들은 무엇을 하고자 해도 자신들의 의지로 할 수 있는 것이 없었고 다수당인 더민주당의 ‘은전(恩典)?’을 바라만 봐야 하는 초라한 신세로 전락했다.
총14명의 시의원이 선출된 제8대 시흥시의회 역시, 다른 지방의회와 다를 바 없었다. 비례대표 2명과 시흥「가·나·다·라」 4개 선거구별로 3명씩 선출한 시흥시의원 선거에서 국민의힘은 가까스로 5석을 얻는데 그쳤다.
그 결과 제8대 시흥시의회 전반기 의장·부의장 및 3개 상임위원장 선거에서 국민의힘이 두 자리를 요구했지만 더민주당이 ‘한 자리(부의장)라도 받으려면 받고 싫으면 말고’라는 식으로 선을 그었다. 국민의힘은 마지막 자존심이라도 지키겠다는 심정으로 ‘너희(민주당)끼리 다 해 먹어라’고 하곤 전반기 의장단 합류를 거부했다.
그리고 2년이 지난 후 지난해 7월 후반기 의장단 구성을 놓고 국민의힘은 전반기 의장단 구성 과정에서 더민주당에 양보한 만큼 후반기에는 국민의힘에 부의장과 상임위원장 등 두 자리를 놓고 협상했지만 역시 돌아온 대답은 ‘부의장이라도 받든가’였다. 그리고 국민의힘 의원들 간 협의내용인지 어쩐지 모르겠으나 비례대표로 시의회에 입성한 이금재 의원이 후반기 부의장 자리를 덥석 받아들였다.
후반기 의장과 의회운영위원장, 도시환경위원장은 당연히 더민주당이 차지했고 개인적 사유로 더민주당을 탈당한 무소속 이상섭 시의원이 더민주당의 지원으로 자치행정위원장에 선출되는 등 후반기 의장단 구성에 있어서도 국민의힘은 수적 열세로 한 명뿐인 무소속 의원보다 못한 비참한 정당이 되어 버렸다.
이렇게 구성된 후반기 의장단(5명)은 삐걱거리는 것 같아도 겉모양새는 다수당인 더민주당 3명, 국민의힘 1명, 무소속 1명으로 구색을 갖춘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지난 3월, 3기 신도시 조성 예정지에 LH 직원들의 사전투기가 사회 문제로 떠오르고 시흥시의회 이복희 도시환경위원장이 이와 관련해 의원직을 사퇴하며 도시환경위원장 공석 상태가 70여일 이어졌다.
이복희 전 위원장의 사퇴 이후 박춘호 의장은 “어찌되었든 간에 부동산 투기 의혹으로 이 전 의원이 사퇴해 도시환경위원장 자리가 공석이 된 만큼 13명 시의원 모두가 자숙하고 시민들에게 죄송함을 표한다는 의미에서 일정기간 부위원장 대행체제로 운영하는 게 도리인 것 같다.”는 입장을 보였었다.
국민의힘 홍원상 대표 의원은 8일 의사진행발언을 통해 “어제(7일)까지 없었던 제289회 제1차 정례회 제1차 본회의 의사일정에 ‘도시환경위원장 보궐선거의 건’이 갑작스럽게 끼워졌고 오늘(8일) 아침 본회의 개회 전 더민주당 김태경 대표의원이 찾아와 ‘우리는 잔여임기를 이끌 도시환경위원장에 모 의원으로 정리했다’는 일방적 통보를 들었다”며 “이는 야당을 배려하지도 소통하려고도 하지 않은 다수당의 횡포다. 더민주당 소속이었던 의원이 광명·시흥 3기 신도시 내 투기의혹으로 사퇴했고 이에 따라 도시환경위원장을 선출하게 됐음에도 이에 대한 도의적 책임감이나 자숙, 반성 없이 자기들끼리 협의해 위원장을 미리 정해놓고 선거를 한다고 하니 기가 찰 노릇”이라며 분개했다.
시흥신문은 지난 4월 「후반기 잔여 임기 도시환경위원장 자리 ‘동상이몽’」이라는 사설을 통해 “후반기 잔여 임기 도시환경위원장은 더민주당이 ‘책임론’을 통감하며 대승적으로 국민의힘에 양보하는 미덕을 보여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더민주당이 후반기 의장단 구성에 있어 5명의 시의원을 가진 국민의힘이 아닌 1명뿐인 무소속에 자치행정위원장을 안겨주고, 잔여임기 도시환경위원장에 홍헌영 의원을 앉히기 위해 ‘상임위원회 위원 사보임의 건’까지 의사일정이 끼워 넣은 것은 구태의연한 중앙정치를 그대로 답습한 꼴이다. 작금의 지방정치가 정말 세련되지 못하고 실망스럽게 느껴진다. 지금 시흥시의회에서 일어난 정치상황이 시의원들의 자발적 의사인지 아니면 거부할 수 없는 누군가의 조언(?)인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지방정치가 발전하지는 않더라도 퇴보는 하지 말아야 하는 것 아닌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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