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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두빛 새순이 초록으로 물들어 가고 알록달록 이름모를 꽃들까지 자태를 뽐내는 5월, 시선 저 멀리 아지랑이 일렁이고 나비와 벌이 노닐기에 살랑이는 5월의 바람만한게 또 있을까 싶은 이 계절에, 50대 중반 젊었던 엄마는 담낭암으로 3년을 투병하다 세상을 등지고 말았습니다. 자식들 다 성장시키고 이제사 조금 살만하다 싶었던 때 몹쓸 병이 찾아와 미루고 미루었던 하고픈 일들조차 제대로 누려보지도 못한 채 엄마는 떠났습니다. 얼마나 큰 절망과 회한이 엄마를 낭떠러지로 밀어버렸을지 그때의 엄마 나이 즈음에 다가왔는데도 감히 짐작조차 할 수가 없습니다. 그 시절 엄마가 겪었을 해결하지 못한 삶의 괴적들과 죽음에 대한 원망은 또 얼마나 컸을까........애끓는 자식에 대한 연민이 죽음이라고 쉬 잘라낼 수 있었을까...... 생각하면 할수록 가슴이 미어집니다. 그때는 알지 못했던....지금도 다 알지 못하는 그때 엄마의 아린 심정을 세상을 등지게 되는 그날에야 제대로 알 수 있게 될런지........
깊은 산골마을에서 어린시절을 보냈습니다. 5월에는 고사리, 취나물, 두릅등 봄나물이 지천이지만 그 중에서도 고사리가 제값을 받았던 모양입니다. 지금처럼 고사리를 재배하는 시절이 아니어서 고사리가 많은 곳을 가려면 꽤 깊은 골짜기로 들어갔어야 했습니다. 아무리 어른이라지만 혼자 그 골짜기를 들어가는 것이 무서웠던 엄마는 8살 그저 노는 것만 좋아했던 저를 그래도 큰딸이라고 함께 데리고 가면 든든하셨던 모양입니다. 그걸 따라가기 싫어서 뒤 따라 가는 내내 입은 한 10센티는 삐쭉 내밀고 발을 동동거리며 마지못해 따라갔던 일이 후회스럽습니다. 남들은 어린 나이에도 부모 어려운거 알아서 도와주려고 애썼다는 얘기를 들으면 그때는 왜 그걸 몰랐을까 싶어 부끄러움과 죄스러움이 사무친 그리움으로 되돌아옵니다.
투병중에도 지새끼 챙기기 바빠 동생들처럼 살뜰하게 엄마를 챙겨드리지 못했습니다. 고운걸 그리 좋아하셨던 엄마에게 이쁜 옷 한 벌을 못사드렸습니다. 그때는 그래도 되는 줄만 알고... 사정이 나아지는 걸 기다려 줄 거라 믿고......그러나 엄마는 결국 기다려주지 못했습니다. 지금에 와서 하는 후회는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우매한 딸이라서 그때는 미처 몰랐다며 변명만 늘어놓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유독 5월에는 길을 가다 마주치는 노부부를 보다가도 눈물이 나고, 흐드러지게 늘어진 덩쿨장미만 봐도 눈물이 납니다. 예쁜것 고운것을 좋아했던 천상 여자였던 엄마를 여자로 봐주지 못하고 늘 곁에 있어줄거라 조금의 의심도 하지 않았던 못난 자식이 이제와 그리움이란 이름으로 감히 엄마를 추억합니다.
제사때면 동생들과 함께 엄마 이야기에 눈물을 쏟기도 하고 한바탕 크게 웃기도 하면서 시간을 보냅니다. 둘째는 좋은 일이 있으면 엄마가 도와줘서 그렇다고 당연한 듯 얘기합니다. 막내는 희망하는 일이 있으면 엄마가 지켜주니까 잘 될 거라고 기대합니다. 셋째는 촉촉한 목소리로 엄마가 끓여준 김치찌개가 먹고 싶다며 불쑥 우리들을 눈물짓게 합니다. 그렇게 엄마는 우리의 든든한 빽이 되어 지금도 힘이 되는 존재로 자리하고 계십니다. 그렇게 우리는 각자의 방식으로 엄마를 추억하며 잘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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