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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뒷모습[월요단상] 경기과학기술대학교 융합디자인과 박혜성 교수
  • 시흥신문
  • 승인 2021.03.05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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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 엄마가 저 세상으로 떠나신 후 혼자 남으신 올해 팔순을 바라보는 아빠가 계신다, 정년퇴직 후 고향으로 내려가 지금까지 시골에서 혼자 생활하고 계시는.

부부가 함께 살다가 혼자서 남은 생을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건지 경험해보지 못한 자식들은 동네 노인회장직도 맡아 하시고 노인대학도 다니시는 모습에 활기찬 노년의 삶을 즐기고 계신다하여 안심하고 있었다.

그러나 연세가 들어가시면서 한 해 한 해 기력은 떨어져가고 병원에 입원하는 횟수도 잦아져 자식들의 걱정이 자꾸 늘어만 갔다. 75세 이후로 한해는 위암으로 한해는 다리 골절로 지난해에는 혈관이 터져서 심혈관 응급수술까지 받았다. 그 당시에 막내 동생이 휠체어에 탄 아빠의 뒷모습 사진을 보내왔는데 머리는 희고 등이 굽은 할아버지가 사진 속에 있었다. 사진속의 뒷모습에 살아왔던 세월의 고단했던 흔적들이 고스란히 묻어나 코끝이 시큰해왔다.

그 동안 사느라고 바빠서 제대로 신경 쓰지 못한 스스로가 부끄러워서였는지, ‘우리 아빠도 이제 정말 많이 늙었구나’ 싶은 현실의 인지에서였는지 딱히 정의할 수 없는 감정에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자식이 아무리 잘해도 악처보다 못하다는 말이 문득 생각나 그 동안 왜 한 번도 옆자리의 허전함을 채워드려야겠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는지, 왜 한 번도 아빠의 의견을 여쭤볼 생각도 못했는지 이기적인 자식이었던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그 외로움을 어찌 감히 짐작이나 할 수 있으며 그 쓸쓸함을 어찌 감히 달래드릴 수 있을까 싶어 새삼스러운 감정에 울컥해왔다.

다행히 수술이 성공적이어서 요즘은 통원치료를 받고 계시지만, 부쩍 늙으신 모습을 볼 때마다 가슴이 시려온다. 어느 누가 세월을 이겨낼 수 있을까? 자식들 피해주지 않으시겠다고 새벽마다 반려견과 함께 걷기운동을 하시는데 그마저도 이제는 조심해야 된다고 주의를 드려야 한다는 현실이 서럽다.

그 좋아하는 술을 딱 끊으시고 ‘이러다가 요양원을 가게 된다면 나는 콱 죽어버릴란다’ 큰 소리를 치시지만, 그마저도 받아들여야 하는 현실이 오면 그때는 또 무슨 낙으로 버티실까 싶어 또 서럽다. 세월이 야속해 그것이 또 서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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