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역화장장 유치를 반대하고 있는 하남시의 일부 주민들이 김황식 시장과 시의회 의장, 부의장, 시의원 등을 ‘주민소환’키로 하고 서명활동을 본격화하고 있는 것은 비단 하남시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같은 문제는 시흥시나 다른 지자체에서도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남 주민소환추진위’는 이달 말까지 유권자 서명을 받아 주민소환투표를 청구해 오는 9월 주민투표에 부칠 예정이라고 한다. 이에 따라 하남시장과 해당 시의원들은 주민소환이 부당하다며 주민소환추진위를 상대로 ‘서명요청 활동 등 금지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했다고 한다.
하남시의 이번 주민소환 서명활동이나 가처분 신청은 주민소환에 관한 법률 시행 이후 처음이어서 재판부의 결정이 주목된다. 다른 지자체들이 이 사안의 귀추를 주목하는 까닭은 이번 재판부의 결정이 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의 소신과 님비현상(지역이기주의)을 어떻게 정리하고 판가름하느냐 하는 점 때문이다.
주민소환제는 임기의 보호막 뒤에 숨어 위법이나 비리행위를 저지르는 단체장이나 지방의원을 임기 중에 주민이 쫓아내도록 하는 제도다. 그러나 지방행정의 책임성과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도입된 이 제도가 시행되자마자 본디 취지와는 달리 악용되고 있다.
따라서 단체장이나 지방의원 등의 비리나 위법행위를 막고 지방자치 발전에 긍정적으로 기여하도록 하기 위해 도입된 주민소환제가 오히려 지역사회에 새로운 갈등과 혼란을 촉발하는 불씨로 작용하게 될 우려마저 없지않다는 목소리가 확산되고 있다.
주민소환제라는 제도를 남용해 소신에 따라 행동하는 시장의 직위를 박탈하려는 ‘하남 추진위’의 지역이기주의적 행동은 옳지 않다. 하남시의 주민소환이 성공한다면 화장장이나 쓰레기소각장 같은 혐오시설 유치에 어느 단체장이 적극 나서겠는가.
지금 그렇지 않아도 단체장이나 지방의원들이 매사에 주민 눈치나 살피고 주민의 구미에 맞는 일만 골라 하는 바람에 지방행정의 포퓰리즘(대중 인기에 영합하는 태도)과 님비현상은 갈수록 더 활개를 치고 있다.
주민소환제가 남용되면 소신 있는 행정이나 의정활동은 어려워진다. 주민소환제가 진정 지방행정 책임자들을 각성시키고 지방자치 발전을 위해 긍정적으로 기여하려면 남용과 악용 가능성을 막아야 한다.
당초 이 제도의 발의 법안에는 ‘법령을 위반하거나 직무를 유기한 경우’로 소환 사유를 제한하도록 했으나 국회 심의 과정에서 무슨 까닭인지
이 대목이 삭제됐다. 지금 일부 다른 지방자치단체도 단체장 소환을 추진하고 있어 자칫 전국이 지자체 주민소환 바람에 휩싸일 소지마저 있다.
소환청구 사유를 엄격히 제한하는 법 개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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