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 소련령 연해주에 살던 20만명의 한인들이 스탈린의 비밀명령에 의해 한명도 남김없이 화물열차에 태워져 1만5천리 떨어진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의 우슈토베라는 황무지로 끌려가 헌 짐짝처럼 버려진 이른바 ‘고려인 강제 이주사건’이 올해로 꼭 70주년을 맞는다.
텐산(天山)산맥 줄기를 타고 몰아치는 칼바람과 거센 눈보라, 살을 애는 혹한과 황무지뿐이던 우슈토베 언덕 눈밭으로 강제 이주된 이들에겐 집이나 살림살이는커녕 당장 먹을 식량도 부족했다. 보상도 지원도 없었다. 우선 언 땅에 구덩이를 파고 갈대로 지붕을 올려 칼바람과 눈을 피해야 했다. 그해 겨울을 나는 동안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 나갔다.
세계인들은 이들 한국 국민도 조선 인민도 아닌 고려인들을 ‘카레이스키’라고 부른다. 가난과 기근을 견디다 못해 고향을 버리고 두만강을 건넌 한인들은 러시아 땅 블라디보스토크를 중심으로 한 연해주에 정착해 겨우 뿌리를 내렸다. 그러나 이들은 1937년 9월25일 영문도 모른 채 마소를 운반하는 화물차에 강제로 태워졌다. 그리고 어디로 가는지도 모르는 채 무작정 달리는 열차에 맨몸을 맡겨야 했다.
열차는 달리다 서고, 때로는 며칠씩 서 있기도 했다. 사람들은 기차가 잠시 서는 틈에 뛰어내려 먹거리를 구했다. 도중에 죽은 사람은 열차 밖으로 던져졌다. 한달만에 도착한 곳은 중앙아시아 카자흐스탄 최대 도시 알마티에서 330km 떨어진 황무지 우슈토베 언덕이었다. 태평양전쟁이 한창이던 당시 스탈린은 극동에서 소련이 일본과 전쟁을 하게 되면 일본 식민국인 조선의 연해주 한인들은 일본을 지원할지도 모른다는 이유에서 이들을 남김없이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시켰다고 한다.
긴 겨울을 견디고 살아남은 한인들은 이듬해 봄부터 황무지를 논밭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이렇게 해서 중앙아시아 곳곳에 들어선 것이 구 소련의 대표적인 모범농장들인 ‘카레이스키 콜호즈(한인 집단농장)’였다. 카레이스키 콜호즈는 구 소련 시절 카자흐스탄이 소련 영토이던 때 외국 국빈들이 소련을 방문할 때마다 견학차 들르는 단골 코스이기도 했다.
한국민족은 어떤 환경에서도 살아남을 수 있는 끈기 있는 민족이라는 평판을 듣는다. 소련 해체 이후 조국을 가진 다른 민족들은 자기 나라로 돌아갔거나 본국이 재빨리 현지 정착촌을 만들어 자국민을 보호했으나, 55만여명에 이르는 구 소련령의 고려인들은 모국으로부터 외면당하고 있다.
엊그제 홍익대학교에서 ‘고려인 강제 이주 70주년 기념 학술대회 및 강연회’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현재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문학평론가로 활동하고 있는 정상진씨가 연사로 초청돼 강제 이주 당시의 처참했던 상황과 6·25 남침전쟁의 과정을 증언했다. 그는 19세 때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우슈토베로 강제 이주됐다가 해방 뒤 북한으로 가 북한 문화선전성 제1부상까지 역임한 인물이다.
스탈린은 1937년의 한인 강제 이주에 이어 한반도 공산화를 기획, 1950년에는 하수인 김일성에게 6?25 남침을 사주해 한반도를 동족상잔의 잿더미로 만든 배후 조종자이기도 하다. 이같은 사실은 정상진씨의 증언이 아닐지라도 이미 구 소련 붕괴 후 공개된 소련 비밀문서에 의해 확인된 바 있다.
스탈린의 똘마니가 되어 남침전쟁을 일으킴으로써 민족과 역사 앞에 엄청난 범죄를 저지른 김일성의 세습 사교집단인 북한을 상대로 ‘민족통일대축전’인가 하는 행사를 벌여놓고 거기에 참석차 평양에 갔던 남측 인사들이 귀빈석에서 쫓겨나 닭 쫓던 개꼴이 된 웃지못할 코미디가 연출됐다. 여기에는 한나라당 의원들도 섞여 있었다니 참으로 쓴웃음을 금할 수 없다. 도대체 뭐 얻어먹겠다고 이런 행사에 기웃거리는가? 사교집단 광신자들과 어울려 한반도기를 흔들고 ‘우리의 소원은 통일’을 합창하면 ‘민족단합’이 이루어지는가? 그들이 당한 어이없는 수모에 국민은 혀를 차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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