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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교 졸업식을 하던 날은 춥고 눈이 내렸다. 스님들 권유로 졸업식을 끝내고 합천으로 한문공부를 하러 서울을 떠나게 되었다.‘졸업’이라는 단어를 보면 늘 이날이 생각났다.
어려서부터 절에서 지낸 나는 쓸쓸하게 홀로 중학교 졸업식을 했다. 졸업식을 마치고 서울역으로 심부름을 갔다. 예전에는 서울역 뒤에 기차화물을 취급하던 곳이 있었는데 서부역이라고 불렀던 기억이 있다. 거기서 메주를 찾아가지고 오라는 것이었다.
친구들이 가족들과 함께 손을 잡고 식당으로 들어가는 모습을 뒤로하고 나는 서울역을 향해 갔다. 서울역에서 메주를 찾은 뒤 겨우 택시를 탔다. 내가 살고 있던 절은 종로구 부암동에 있었다. 부암동은 산 밑에 있어 차로가 좁고 오르막이 심했다. 눈을 헤치며 힘겹게 올라보았지만 결국 택시는 멈춰섰다. 택시기사는 차가 미끄러져서 더 이상은 못 올라가겠다고 했다. 할 수없이 메주를 가지고 내렸다. 중학교 졸업장이 나의 마지막 학교 졸업장이라고 생각하니 눈에 맞는 것이 싫어서 가슴속으로 넣었다. 그리고 양손으로 메주를 들었다.
무거운 메주 무게에 중심을 잡지 못하고 여러 번 미끄러지며 걸어 올라갔다. 눈을 뜨기 어려울 정도로 하늘에서 함박눈이 내렸다. 메주를 쥔 양손은 시리고 아팠다. 다시 한 번 퍽 하고 크게 미끄러지니 품속에 넣어 두었던 졸업장이 흘러 나와 내리는 눈에 젖고 있었다. 그 눈 속의 졸업장을 보니 왠지 서러움에 눈물이 흘렀다.
법륭사에 주지로 취임한 이후부터 인근 학교 졸업식에 장학금를 전달하며 참석한지가 12년이 되었다. 요즘 참석하는 학교는 하중초등학교, 연성초등하교, 연성중학교, 시흥고등학교 그리고 내가 이사장으로 있는 법륭사 부설 아란유치원이다.
올 해 시흥고등학교를 졸업하는 아란유치원 졸업생이 있다면 그 학생은 유치원부터, 초등하교, 중학교, 고등학교 모든 졸업식에서 나를 보았을 것이다.
요즘 졸업식을 참석해 보면 마치 축제 분위기 같다. 학생들은 학교를 떠나서 기분이 좋고 선생님도 학생을 보내니 행복해 보인다. 졸업식 끝에는 작은 음악회를 열기도 하는데 여전히 흥겹다. 가장 진지해 보이는 모습은 꽃다발을 들고 졸업식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부모님뿐이다.
지난 1월에 시흥고등학교, 하중초등하교, 연성초등학교 졸업식에 참석했다. 시흥고등학교 졸업축사는 시흥시장이 했다. 연설문도 없이 졸업생들과 눈을 맞추며 친구처럼 말하는 것이 좋았다. 대학생활이든 사회생활이든 언제나 어려움이 있을 때 멘토가 되어 주겠다는 내용이었다. 2월에 연성중학교, 아란유치원이 졸업식을 남겨 두고 있다. 늘 정초에 치루는 숙제 같은 동네학교 졸업식 참석이다. 그래도 늘 아이들과의 만남이 기다려지고 축하를 보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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