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은 소금과 인연이 깊은 지역이다. 우리나라 염전의 역사가 시작된 곳이 바로 시흥이고, 한 때는 시흥지역에서 생산되는 소금이 조선 소금 총생산량의 30%에까지 이르면서 내륙지역은 말할 것도 없고 인천항을 통해 일본과 만주지역으로까지 공급되기도 했다.
이제 시흥 산업의 현장이던 옛 염전들은 하나 둘 자취를 감추고 그 자리에는 아파트 단지나 공단이 들어섰다. 몇 군데 남은 옛 염전 터는 갈대가 우거진 가운데 쓰레기만 쌓여 가면서 그 용도를 둘러싸고 티격 태격이 한창이다.
지금 세계적으로 ‘소금’이 문제꺼리로 떠오르고 있다. 소금 과다섭취가 고혈압과 심장질환, 뇌졸중, 신장병은 물론 위암과 골다공증, 비만 등을 일으키는 가장 큰 요인이라는 연구 발표가 속속 발표되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의 세인트 조지 의대 연구팀이 발표한 바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한 해에 250만명이 ‘소금’에 의한 합병증으로 죽어가고 있다고 한다.
영국에서는 정부가 나서서 매년 1월 마지막 주를 ‘소금 경계의 날’로 정하고 ‘소금 안 먹기 운동’을 국가적 정책으로 채택,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의회에서 향후 10년간 소금 사용량을 지금의 절반으로 끌어내리는 것을 목표로 하는 관련 법안을 추진 중에 있다.
핀란드는 모든 가공식품에 나트륨(소금) 함유량을 표시하고 기준치를 초과했을 경우 ‘고염분’ 경고 표시를 하는 ‘소금성분표시법’을 제정, 나트륨 감화정책을 실시하면서 아울러 ‘저나트륨 소금’을 개발, 전 세계에 대체소금 생산 붐을 일으키고 있다. 스웨덴과 프랑스는 핀란드를 모델로 삼아 정부 차원의 나트륨 감화정책에 시동을 걸었다.
세계보건기구(WHO)의 하루 평균 소금 섭취 권장량은 5g, 찻숟가락 1술 분량이다. 그러나 이 정도의 염분이라면 짭쪼름하고 간간해야 간이 맞고 음식 맛이 나는 한국인의 입맛에는 어림도 없다. 도대체 간이 맞아야 음식 맛이 날 것 아닌가?
보글보글 끓인 된장찌개, 젓갈을 넣고 소금과 고춧가루를 듬뿍 뿌려 푹 삭힌 김치, 고추장이나 된장에 박은 장아찌, 짭쪼름한 젓갈류, 한국 식품의 기본이자 없어서는 안 되는 간장, 고추장, 된장.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이런 식품들은 ‘짠맛’이 그 바탕이다. 그래서 한국인의 사망 원인 1, 2, 3위는 나트륨 성분에서 비롯되는 암･뇌졸증･심장병으로 나타나고 있기도 하다.
도대체 한국인이 일상적으로 먹는 음식에는 얼마만큼의 소금이 함유돼 있는가? 우선 배추김치 100g(10조각)에는 2.5g의 소금이 들어 있고, 된장찌개 한 그릇에는 2.4g의 소금이 들어 있다. 자반고등어찜 한 토막에는 3.8g의 소금이 들어 있다. 칼국수 한 그릇에는 7.3g, 우동과 라면 한 그릇에도 5.3g, 물냉면 한 그릇에는 4.5g의 소금이 함유돼 있다. 맛이 짜지 않은 가공된 빵이나 면류, 피자, 햄버거 등에도 평균 2~3g의 소금이 들어 있다.
이렇다 보니 한국인의 하루 평균 소금 섭취량은 15g으로 세계 최고다. 세계에서 한국인이 ‘소금’을 가장 사랑하는 민족인 셈이다. 소금에 의한 합병증으로 사망하는 비율도 한국인이 세계 최고다. 하지만 서구 국가들과 달리 소금 섭취의 절반 이상이 김치, 장류, 젓갈류, 찌개류 등 전통식품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소금 섭취량을 줄이기도 쉽지 않다.
그럼 무얼 먹으란 얘기인가? 전문가들은 소금 양을 20% 정도 줄여도 맛의 차이를 가져오지 않는다고 말한다. 서서히 줄이면서 2~3주일만 싱거운 맛에 견디면 미각은 되살아난다는 것이다. 이렇게 해서 6개월만 노력하면 지금의 절반 이하로 줄일 수 있다는 얘기다.
어떻든, 소금은 이제 맛을 내는 기초재료이면서 동시에 ‘죽음의 흰 가루’로 주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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