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가 파선해 좌초할 기미가 보이면 배 안의 쥐들이 먼저 알아차리고 죄 배를 빠져나가 저만 살겠다고 뿔뿔이 도망을 친다고 한다.
노무현 선장의 열린우리당호라는 배는 지금 거의 난파선 수준이다. 난파선의 선원들은 이 위기에서 선장을 중심으로 일치단결, 힘을 합해 배를 구하고 피해를 최소화하는 노력을 해야 하고, 최악의 경우 배와 운명을 같이 해야 한다.
그러나 요즘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제 살길을 찾아 당을 버리고 도망쳐 나가는데 정신이 없다.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자신이 몸담았던 열린우리당과 참여정부에 대고 침을 뱉고 삿대질을 해대는 진풍경을 연출하고 있기까지 하다. 이런 장돌뱅이 노름꾼 같은 행태들을 지켜봐야 하는 국민은 실로 치사하고 더러워서 괴롭고 쓴웃음조차 나오지 않는다.
노무현 대통령이 잘 했다거나 열린우리당이 존재할만한 이유와 필요가 있는 정당이라는 얘기는 결코 아니다. 노무현 대통령의 지난 4년은 더 길게 말할 필요도 없이 참담한 실정의 연속이었고, 이른바 ‘진보세력’을 자처해온 좌 편향 세력인 열린우리당은 이 나라를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로 난도질해놓고 말았다. 지난 4년은 그야말로 끔찍했다.
그러나 어떻든, 세상의 일과 사람의 일에는 대의(大義)와 명분이 있어야 하고, 의리와 절의(節義)를 가져야 한다. 시중의 망나니 깡패들도 의리라는 것을 가장 큰 덕목으로 친다. 하물며 나라의 운영을 맡은 지도자급 사람들에게는 먼저 추구하는 가치가 있어야 하고 그에 따라 처신하고 행동하는 원칙이 있어야 한다.
현 정권과 집권여당의 국민 지지도가 바닥으로 주저앉아 있는 가운데 그나마 현 정권이 막을 내릴 시점이 다가오자 그동안 권력의 단물을 빨아먹으며 권세를 휘두르고 노닥거리던 자들이 창을 거꾸로 꼬나 쥐고 난파선에서 도망치기 바쁘다.
대통령의 권력과 집권여당이라는 권세를 등에 업고 한 시절 득세하고 국회의원 지위를 보전해왔던 사람들이 정권 끝물이 되니 그 대통령과 당에 대해 온갖 희한한 요설을 내뱉어 욕을 하고 돌팔매질을 해대며 자기 살길 찾기에 분주하다. 노무현 대통령은 처음부터 대통령 할 자질이 없는 사람이었다느니, 자만과 오만이 넘실거리더라느니, 대통령이 잘못해서 개혁과 민주의 자산을 다 말아먹었다느니, 열린우리당은 없어져야 할 정당이라느니 등등 각자 내거는 변명도 다양하다.
정치판만 이런 것이 아니다. 이 정부에 붙어 한자리 하고 권력의 비호를 받으며 으스대던 지식인들도 이제는 공격의 화살을 대통령과 현 정부, 집권여당에 돌리면서 다시 기생할 다른 숙주(宿主)를 찾아 나서고 있다. 그들 역시 권력과 돈 맛을 보더니 이제는 아예 권력과 돈이 있는 곳이면 어디든 붙으려 한다. 말이 지식인이지 그들의 시정잡배나 다름없는 짓거리를 보노라면 역겹고 천박하기가 이를 데 없다.
요즘 난파선을 도망쳐 나온 열린우리당 의원들이 또 무슨 당을 만들겠다고 부산하다. 말하자면 이들의 탈당은 정책 실패에 대한 전과를 국민 앞에 석고대죄한다는 의미가 아니라 국민의 눈과 판단을 속임수로 기망해 간판만 바꿔 신당을 만들겠다는 위장탈당인 것이다. 이런 비열한 꼼수정치는 대국민 사기극에 다름 아니다.
그래서 초상집 분위기일 수밖에 없는 열린우리당은 희희낙락이다. 서로 헤어져 당이 분열하는 상황에서 남는 인사와 도망치는 인사가 두 손 부여잡고 “(탈당하는)내 뜻 알지?”라고 의미심장한 듯 말하면 “대선 때 통합의 큰길에서 다시 만나자”며 덕담을 주고받는다. 마치 “한탕해서 뒷골목에서 다시 만나자”고 하는 말 같다.
명색이 한 국가의 집권여당인 공당의 국회의원이며 국민을 대표하는 지도자들이란 사람들이 겨우 이 정도였던가? 요즘 일부 여당 국회의원이라는 불량배들이 하는 짓을 보면 대한민국이라는 내 나라가 싫어진다.
청와대에 모여 주먹 쥔 팔을 흔들어대며 ‘임을 위한 행진곡’을 목이 터지게 합창하면서 감격에 겨워 눈물 흘리던, 100년 정당을 만들자고 굳게굳게 다짐하던 그날의 의기와 결의는 다 어디로 갔는가?
노무현 대통령과 열린우리당 가지고는 다음 총선에서 금뱃지를 유지할 수 없다고 판단해 서둘러 당을 빠져나가고, 또다시 국민에게 사기 칠 꼼수를 찾느라 분주한 이들을 속된 말로 자기 잇속만 챙기며 여기저기 붙어먹고 사는 양아치라고 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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