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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와 민족의 운명이 풍전등화인데 집수리가 웬말?월요단상/공 계 진 사단법인 시화노동정책연구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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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7.09.09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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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에서 6차 핵실험을 했다고 온 나라 방송이 시끌버끌했던 그 이튿날, 출근을 하기 위해 신발을 신다가 아내에게 문뜩 이런 말을 했다.

“핵, 미사일 등으로 나라와 민족의 운명이 풍전등화인데, 내가 집수리하러 다니는 게 맞아? 다시 정치에 뛰어 들어야 하나?”

필자의 뜬금없는 물음에 아내는 대꾸를 하지 않았다. 아마도 쓸데없는 걱정한다고 생각한 듯하다. 하긴 수 십 년간 미국과 북한이 핵을 갖고 으르렁대왔지만 서로 공격하며 전쟁을 한 적이 없으니 필자의 걱정은 쓸데없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사실 필자는 그 ‘쓸데없는 것’에 눈길을 던질 만큼 한가하지도 않다. 요즘 필자를 바쁘게 만든 것은 ‘품마을 맥가이버’ 사업이다. 요즘 필자는 보강 포함하여 6월 말~8월 초까지 ‘품마을 맥가이버’ 양성교육을 한 후 그것을 밑천삼아 교육생들과 함께 집수리하러 다니느라 정신이 없다.

어느 할머니, 할아버지 집에 들려서는 정리정돈을 하고, 원룸에 사시는 어느 독거노인 집에 가서는 도배를 해드리고, 어느 장애인 집에 들려서는 선반을 달아드리고, 어느 집에 가서는 씽크대와 하수구를 수리해드리기도 한다. 집수리를 직접 하는 분들은 맥가이버 교육을 받으신 교육생들이지만 매니저인 필자는 집수리 전후 과정에서 이런저런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교육생들보다 어쩌면 더 바쁘다.

그래서 나라와 민족의 운명이 풍전등화이지만 필자는 그것보다는 집수리 사업에 더 신경 쓸 수밖에 없다. 아니 그것이 오히려 나라와 민족의 운명을 밝게 해주는 일이라는 생각까지 해본다. 이 정도로 집수리에 애착을 갖고 있지만 집수리 현장은 애달픔으로 가득 차 있다.

필자가 진행하는 ‘품마을 맥가이버’ 사업은 시흥시 주민참여예산으로 진행하고 있다. 예산이 적은데다 행정적 제약도 많아 맘껏 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우선 수혜자인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정, 장애인, 독거노인들에 대한 정보제공이 없어 수혜자 찾기가 쉽지 않다. 거리에 현수막을 부착했지만 위에서 열거한 분들이 거리를 자유롭게 다닐 수 있는 처지가 아니라서 홍보효과가 그리 크지 못한다. 그러니 집수리 요청자가 많지 않다. 다행히 주변 사람들이 연락하여 집수리에 나가면 안타까운 것을 많이 접하게 된다. 안타까움의 주범은 돈이다. 즉, 한명의 취약계층에게 쓸 수 있는 돈에 제약이 있기 때문에 이곳저곳을 해드리기 어렵다. 그래서 “에구… 할머니, 돈이 있으면 수도꼭지도 교체해드리고 싶은데…”라는 말을 하고 나오거나 “미안해요, 이 씽크대는 수리를 할 수 없을 정도로 낡아 전체를 교체해드려야 하는데…우리 예산으로는 안되요” 라며 미안해해야 한다. 미안함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다른 지원기관을 알아보기도 하지만 그곳도 사정은 마찬가지임을 확인할 뿐이다.

이쯤에서 행정을 되돌아보게 된다. 예산전문가가 아니라서 정확히는 모르지만 중앙정부는 도로를 건설하거나 정비하는데 수십조를 쓰고 있다. 지방정부도 도로건설이나 정비에 수백억 원을 배정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중앙정부든, 지방정부든 취약계층이 살아가고 있는 낡은 집의 정비에 많은 돈을 쓰지는 않는다. 실례로 필자가 속한 사회적협동조합 품마을이 주민참여예산으로 받은 돈은 3300만원에 불과하다. 품마을 이외에도 마을관리소 등에 배정된 돈도 7~8천만 원에 불과하고, 마을관리소가 10개 이내인 점을 고려한다면 시흥시의 경우 취약계층 집수리 등에 배정된 예산은 아마도 10억이 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적은 돈으로 수많은 취약계층의 주거환경을 개선하려니 많은 제약이 따를 수밖에 없는 것.

핵공방으로 나라와 민족의 운명이 풍전등화라도 그 나라에서 살아가고 있는 취약계층의 주거환경은 개선해주어야 한다. 왜냐하면 이미 그들은 나라와 민족을 위해 내 한 몸 받쳤던 분들이고, 앞으로도 그럴 분들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예산이 없어서 그분들에게 필요한 수리를 못해드린다면 이거야 말로 나라를 풍전등화의 위기로 몰고 갈 수 있을 것이다. 왜냐하면 자신을 버리거나, 홀대한 나라에 충성할 사람들은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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