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 집 근처에 영화관이 하나있습니다. 가까운 곳에 영화관이 있다 보니까 꼭 보고 싶은 영화가 나오게 되면 시간 날 때 부담없이 들러서 영화를 보게됩니다. 이렇게 문화를 쉽게 접할 수 있다는 것도 복이다 라는 생각을 합니다. 저는 영화 보는 것을 좋아합니다. 그렇다고 영화를 많이 본 것은 아닙니다. 목사가 이런 말 하다니, 은혜가 안된다고 하실지 모르지만, 영화를 보면서 느끼는 것이 많이 있습니다. 영화 안에는 인생과 스토리 그리고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가 담겨 있습니다. 가벼운 오락영화에도 그렇지만, 그런 면에서는 명화를 따라올 수 없습니다. 오락영화와 명화의 차이는 메시지의 깊이와 무게와 여운입니다. 한번 웃고 즐기는 영화이냐? 아니면 오랫동안 여운으로 남아서 대화의 줄거리나 설교의 예화로 사용되어지느냐? 이것이 단순한 오락영화와 명화의 차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때로는 영화에는 시대가 들어있어 좋습니다. 스토리는 달라도 그 시대의 문화와 관심등이 고스란히 들어 있어 비교적 짧은 시간에 그 시대를 읽어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영화의 스토리가 진행되는 동안 내 자신을 돌아보며 반성하기고 하고 교훈을 얻기도 하고, 때로는 같이 동화되어 눈물을 흘리기도 합니다. 물론 재미로 볼때도 있습니다. 영화를 본 후에 각자에 나타내는 반응들은 다 다릅니다. “무슨 영화가 이래?” 하는 사람도 있는 반면 “재미 있었다” “감동이었다”는 반응을 보인 사람들도 있습니다.
그런데 명화나 좋은영화들은 대부분이 다 좋은 평가를 하는 것을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현재 상영하고 있는 “택시운전사”는 여러 가지 메시지를 던지는 영화라고 생각해 봅니다. 광주민주항쟁에 대한 올바른 고찰을 할수 있게하고, 그때의 희생이 얼마나 컸는지 그 희생으로 그동안 얼마나 큰 고통과 아픔 속에서 살아왔는지를 조금이나마 느낄수 있는 시간들이었습니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 영화를 보는 내내 내 마음속에 던지는 메시지가 있었습니다.
기자로서 5.18의 참상을 전 세계에 알리기 위해 목숨 건 모험의 길에 뛰어든 독일 기자 위르겐 힌츠페터씨의 사명이나, 택시를 타는 거의 모든 사람들에게 택시운전사는 낯설고 관심없는 사람이라는 인식이 대부분이지만 이 영화에서는 택시운전사들이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위치에서 민주항쟁을 세상에 공개하는 중요한 다리가 되어 주었다는 것, 그리고 “손님을 놓고 왔어” 하면서 다시 죽음의 사선을 넘는 택시운전사 김사복의 한마디가 나의 마음을 무겁게 하였습니다.
기자도, 택시운전사도, 자신의 사명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알고 달려갔다고 한다면 우리도 더욱 그래야 하지 않을까요?
송강호의 대사중에 그냥 웃고 넘어갈수도 있는 대사가 하나 있었습니다. “나는 택시드라이버, 너는 택시 손님” 물론 저도 처음에는 그냥 웃고 지나갔습니다. 그런데 생각할수록 그 대사가 자꾸만 생각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내가 누구인지, 너가 누구인지 잘 구분을 못하고 살아가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택시 드라이버가 손님이 될려고 하고, 손님은 택시드라이버가 될려고 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습니다. 곧 내가 살기는 사는데 “내가 아닌 삶”을 살고 있고, 그것을 추구하고 있더라는 것이죠.
아버지가 아버지인 것을 제대로 파악하고 아버지 같기만 한다면, 기자가 기자인 것을 제대로 알고 기자 같기만 한다면, 대통령이 대통령 같고, 정치인은 정치인 같고, 공무원이 공무원 같고, 시민은 시민 같기만 한다면 이 세상은 참 살맛나는 세상이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런데 안타까움은 정치인이 정치인 같지가 않고, 공무원이 공무원 같지가 않을때가 참 많습니다. “나는 학부모 너는 교사”해야 하는데 학부모가 교사의 자리에 설려고 하고, 교권을 침해할려고 합니다. “나는 남자 너는 여자”해야 하는데 남자가 여자로 살려고 하고, 여자가 남자로 살려고 합니다. 남편과 아내의 관계도, 부모와 자식의 관계도 자기의 위치와 자리를 잘 파악하고 위에서 맡겨주신 사명대로 살아간다고 한다면 이 세상은 참 살기좋은 세상이 될 것입니다. “나는 택시드라이버다” “나는 목사다” “나는 공무원이다” “나는 부모다” 자기의 사명과 위치를 잊지 않기 위해 자주 외쳐보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그 자리를 지키고 그 사명을 감당하는 것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닙니다. 위대한 일이요, 중요한 일이요, 놀라운 일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 또 한편으로는 우리 삶은 한편의 영화와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오늘의 단편들이 모여 나의 일생이 된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비록 지금 내 앞에 카메라가 없고, 액션과 컷을 반복하는 감독도 없지만, 오늘의 조각이 모여 일생되는 것은 맞습니다. 그런데 아쉽게도 인생은 편집 불가능한 영화입니다. 찍힌대로 모여 이어집니다. 그래서 인생에 대한 새로운 결심을 해봅니다. [줄거리]있게 살아야 겠고, 내 인생 주제가 중구난방 같고 어지러운 인생 같으면 안되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삼류 영화같은 인생이 되면 안될 것 같습니다.
깊이도 있으면 좋겠습니다. 재미도 있으면 좋겠습니다, 무엇보다 돈이 아깝지 않은 영화, 다시보고 싶은 참 좋은 영화 같은 인생이어야 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어떻습니까? 우리 함께, 그런 인생 찍어보면 어떨까요?
shnews j5900@chol.com
<저작권자 © 시흥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