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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전 나의 은사 덕기스님은 신장병이 악화되어 서울 도심 포교의 발원을 접고 이곳 응봉산 기슭에 있는 수원 백씨 제실을 매입해 법륭사를 창건했다.
그 때 법륭사에는 연못이 있었다. 여름이 되면 연못 가득 수련(睡蓮)이 피었다. 수련(睡蓮)은 연꽃의 한 종류로 잎이 물에 뜨고 꽃이 작다. 수련(睡蓮)을 자세히 보면 해가 뜰 때 꽃잎을 벌려 한 송이의 꽃이 되고 정오를 넘기면 다시 꽃잎을 오므리며 모습을 감추는 것을 알게 된다.
사람들도 여름이 되면 연못 위 정자에 올라 넋을 잃고 연꽃을 바라보았다. 옛 법륭사 주소는 경기도 시흥군 수암면 하중2리였다. 우리 마을 사람들은 샛말이라고 불렀다. 그리고 윗마을은 관곡이라고 불렀다. 법륭사 뒤편에는 응봉산(鷹峰山)이 병풍처럼 펼쳐져 있다. 응봉산을 매봉산이라 부르기도 한다. 한자로 응(鷹)이 매 응이 때문이기도 하지만 야트막한 두 봉우리가 매의 두 날개를 편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 응봉산 꼬리 부분에 관곡지라는 연못이 있다.
법륭사에서 응봉산 둘레 길을 따라 소나무 숲과 밭두렁 길을 십여 분 걸으면 관곡지에 갈 수 가 있다. 어린 시절 이 옛길을 걸어서 노스님과 관곡지를 가기도 했다. 지금 관곡지는 돌담과 한옥이 어우러져 있는 명소이지만 예전에는 경운기 정도 다닐 수 있는 농로길 옆에 있는 작은 연못뿐이었다. 관곡지 안에는 관곡지의 역사를 기록한 사적비가 있었다. 노스님은 비석을 읽으며 강희맹 선생 그리고 조선시대 관청에서 관곡지를 관리했던 일들을 이야기해 주었다.
조선시대에는 연(蓮)을 소중히 여겨서 연지기를 두어 관리를 했다고 한다. 연지기가 게을러서 연(蓮)이 시들면 곤장을 때리기도 했다고 한다. 예전에는 나라에서도 연(蓮)을 소중하게 여겼다는 생각이 들었다.
연(蓮)은 또한 불교를 상징하는 꽃이기도 하다. 노스님은 연꽃은 탁한 물속에서 자라지만 물들지 않고 맑고 아름다운 꽃을 피운다고 한다. 먼저 피었던 꽃이 떨어지면 바로 열매를 맺는다고 해서 인과(因果)를 분명하게 보여 주는 꽃이라고 한다.
지금은 관곡지 옆으로 시흥시에서 연꽃테마파크로 꾸며 넓은 들에 여러 종류의 연꽃을 심어 놓았다. 관곡지에 처음 오는 사람들은 이곳이 관곡지인지 알고 둘러보고 가는 사람도 적지 않다. 관곡지에 어떤 연꽃이 피는지도 모르고 말이다.
이 관곡지 연(蓮)의 인연으로 우리 마을을 넓게는 연성(蓮城)이라고 불린다. 연성초등학교, 연성중학교도 연꽃인연으로 지어졌다. 강희맹 선생이 꽃잎은 빛깔이 희고 끝은 뾰족하며 담홍색인 백련을 처음 시배한 이 마을에 30년 전에 법륭사도 세워졌다.
2007년 대웅전 화재 후 10년이 세월이 지나 지난 가을 3층 법당에 단청을 했다. 단청을 하며 법당 좌측과 우측 문 위에는 관곡지 연꽃을 그려 넣었다.
삼 백여 년 전 강희맹 선생이 심은 담홍색 연꽃이 법륭사 벽화로 거듭 태어난 것이다. 이 달에는 법륭사 창건주인 은사스님의 열반 12주기 추모법회도 열린다. 늘 한평생 병고로 고생하셨지만 스님은 연꽃과 같은 삶을 사셨다. 이 달은 관곡지 연꽃도 더욱 아름답게 피어나는 시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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