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7월 제7대 시흥시의회 후반기 원 구성 과정에서 쌓인 갈등으로 그 이후 단 하루도 조용할 날 없는 시흥시의회. 급기야 두 차례의 ‘의장불신임안’ 가결과 윤리특위에서 동료의원에 대한 ‘제명 의결’, 물론 ‘제명 의결’ 의원 당사자였던 문정복 전 의원은 자신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사퇴했지만 파행적인 시흥시의회는 마치 언제 터질지 모르는 휴화산과도 같다.
시흥시의회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하면서 그 피해는 고스란히 시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당장 제1회 추경예산이 원만하게 처리되지 못해 주민생활과 밀접한 사업추진에 어려움을 겪고 있고 시정부가 제출한 각종 조례 및 기타 안건 등을 시의회가 상정조차 하지 않고 있다.
추가경정예산은 본예산과는 별도로 특별한 필요가 있을 때 추가로 편성하는 예산으로 본예산 이외에 예상하지 않은 지출이 생길 경우 시정부가 편성한다. 그러나 예산편성은 시정부의 권한이지만 모든 예산은 지방의회의 심의·의결을 거쳐야하기에 예산심의권은 시의회의 권한이다. 즉, 아무리 시정부가 예산을 편성한다 해도 시의회 심의·의결을 거치지 않으면 무용지물일 뿐이다.
시흥시의회는 올 초부터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상설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상설 예결위의 첫 번째 결과물은 시정부가 제출한 제1회 추경예산안에 대한 무차별 삭감이었다.
시정부의 제1회 추경안 제출과 관련, 시의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는 시정부가 시의회와의 충분한 공유와 협의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영개발 및 상수도 회전기금 융자동의안이 당연히 통과되는 것을 전제로 추가경정 예산을 편성·제출하여 의회의 고유 권한인 예산 심의권을 심각하게 침해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2017년 본예산 심사 시 사업의 타당성이 없다고 판단하여 수정동의안을 통해 삭감한 몇몇 사업예산을 사업계획 수정이나 의회와의 어떠한 사전협의도 없이 동일한 사업에 대해서도 추가경정 예산안에 포함 일방적으로 제출한 것은 시의회를 무시하는 처사로밖에 받아들일 수 없다며 추경심사를 거부했다.
이후 우여곡절 끝에 지난 4월 제247회 임시회에서 민생과 밀접한 분야나 시기적으로 급박한 사업 등에 대해 선별적으로 추경안을 심사했다고 밝혔지만 예결위는 시 집행부가 제출한 1차 추경안 증액분 724건 1560억 원 가운데 341건 744억 원을 삭감 의결했다.
삭감된 추경예산에는 국·도비 52건 150억여 원이 포함되는 등 추경 미편성으로 각종 사업이 차질을 빚으며 시민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시는 보통 8월쯤에나 예정됐던 제2회 추경안을 긴급히 편성, 6월 중 열리는 제1차 정례회기에 제출한다는 방침이다.
시는 제2회 추경예산이 원만하게 처리되지 못하면 국·도비 반납사태를 맞게 될 것이라며 발을 동동 구르고 있다.
대표적인 국·도비 지원 사업은 ‘오이도유적 종합 정비 및 역사공원 조성(69억5천여만원)’, ‘도시공원 등 생태숲 리모델링(10억7천여만 원)’, ‘신천도시농업공원 조성(25억 원)’, ‘아트＆에코큐브 프로젝트(13억2천만원)’, ‘양지천 하천정비(10억7천여만 원)’, ‘어르신 생활체육지도사 배치(3억여 원)’, ‘친환경 등 우수농산물 학교급식 지원(3억7천만 원)’, ‘정신질환자 사회복귀시설 운영(2억9천여만 원)’ 등이다.
여기에다 시비가 투입되는 56건 610억여 원이 제1회 추경에서 편성되지 않음에 따라 공사업체와의 분쟁 및 주민불편이 커가고 있다는 것이다.
장재철 예결특위 위원장은 추경예산안 처리 지연의 일차적 책임은 시정부에 있다고 강조한다. 당초 2017년도 본예산 처리 당시 시의회가 심의·의결한 수정예산의 집행을 거부함으로써 시의회를 무력화시키고 권위를 추락시켰다는 것이다.
지방의회에는 그 기능과 책임을 수행할 수 있도록 지방자치법과 지방재정법, 자치조례 등에서 의결권, 행정감시권, 자율권, 선거권, 청원처리권, 의결표명권, 보고 및 자료요구권 등의 권한을 주고 있다.
그리고 의회는 주민대표기관으로서의 지위, 의결기관으로서의 지위, 입법기관으로서의 지위, 감시기관으로서의 지위를 지닌다. 지방자치제도의 핵심을 지방의회의 구성으로 보는 이유는 집행기관의 독선과 독주를 견제하고 감시하기 위함이다.
그러나 그 권한과 지위는 주민으로부터 위임받은 것임을 명심해야 하고 권한과 지위는 상식적이고 합리적인 선에서 사용되어야 한다. 제2회 추경 편성 및 심의를 앞두고 시정부와 시의회가 보다 합리적이고 상식적이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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