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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부터 까치 한 마리가 마당에 자주 나타났다. 머리에서 등까지는 검고 어깨와 배 아래는 희며 윤기가 있다. 이 까치는 법륭사 마당을 자기 집 마당처럼 편안하게 거닐며 수각에서 물도 먹고 잔디 속 작은 씨앗과 벌레를 찾아 먹는다. 따뜻한 봄볕을 받으며 산책을 편안히 즐기는 까치를 보면 나 자신도 편안해진다.
이 까치를 한참 보고 있자니 바람에 꺾여 나뒹굴던 작은 나뭇가지를 입에다 물고 날아오른다. 어디로 가는지 보니 법륭사 돌담 너머 메타세콰이어 나무 위에 집을 짓고 있는 것이다. 나뭇가지 하나하나 마다 요리조리 살펴보며 신중하게 가져간다.
밑부분부터 시작해서 위쪽으로 지어 가는데 처음에는 엉성했던 집이 하루하루가 지나가니 눈으로 봐도 견고해 보였다. 가끔씩 두 마리 까치가 집으로 나뭇가지를 가지고 부산하게 날아 다녔다.
오래전에 법륭사에도 은행나무가 한 그루 있었다. 이 마을에서는 큰 나무였는데 시흥시 공영개발로 법륭사 위치가 조금 변동하면서 은행나무를 옮겨 심었는데 살지 못했다. 이 은행나무 위에 까치집이 있었다. 나는 까치가 살건 살지 않건 자주 올려 보곤 했었다. 까치집을 보면 우리 식구 같은 느낌도 들어 늘 까치를 염려하며 지냈었다.
그러던 중 은행나무를 옮기느라 가지를 짧게 자르고 포크레인으로 옮기는 통에 까치집이 다 부서져 내렸다. 사람일 때문에 그렇게 된 것 같아 마음도 아프고 큰 식구를 잃은 것 같았다. 어느 덧 세월이 흘렀다. 15년 전 시흥시 공영개발 마지막 작업으로 법륭사 주위에 샛말 공원이 만들어 졌다.
시흥시 공영개발 전에는 법륭사 주위는 소나무와 잡목들이 섞여있는 작은 숲이 있었다. 공원에 심어 놓은 나무를 보니 어리디 어려 언제나 큰 나무가 될까? 했었는데, 제법 자라서 그늘이 되고 까치집을 지을 만큼 자랐다. 집을 지을 수 있는 나무가 자라니 까치가 돌아 왔다. 자연이 복구 되는데 오래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긴 세월을 통해 몸소 체험했다.
요즘 시흥시는 전 지역에 개발 바람이 불고 있다. 시흥시청 옆 작은 동산들은 다 없어져 버렸다. 그 동산 하나가 만들어지기 까지 얼마나 긴 시간이 걸렸을까? 사람들이 사는 집도 짓고 상가도 짓고 공장도 짓는 것도 좋지만 자연을 파괴하기 전에 깊이 생각해 봐야 할 것이다.
따뜻한 봄날 메타세콰이어 나무 위 까치집에는 까치가족이 생길 것이다. 어린 까치들은 부모 까치들에게 잘 길러져서 여름이 되면 둥지를 떠나 깊은 숲으로 날아 갈 것이다. 까치집은 텅 비워지고 내년 봄을 기다리겠지만 도시 사람들에게는 큰 울림이 되어 가슴 깊이 남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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