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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무실 앞에는 작은 가로공원이 있다. 내 사무실은 4층에 있다. 공원의 나무들은 열심히 자라서 사람 키의 서너 배가 될 만큼 크게 자랐다. 그러나 내 사무실은 4층에 있어서 그런 나무들은 내려다보는 또 다른 느낌이 있다.
나는 지난여름에 그 나무들을 보다가 플라타너스나무의 꽃을 처음 보았다. 플라타너스나무에 둥글고 거친 열매가 주렁주렁 매달린 것을 보았지만 그 플라타너스 나무에 꽃이 피는 것을 본 적은 없다. 내가 지난여름에 그 꽃을 처음 본 것이다. 꽃은 넙죽넙죽한 잎사귀 위로 살포시 피어있기 때문에 나무 밑에서는 좀처럼 보기 어려운데 나무 위에서 볼 수 있어서 노란 꽃들을 본 것이다. 처음에는 잎이 시든 줄 알았는데 자세히 보니 예쁜 꽃이었다.
가로 공원에는 왕벗나무, 소나무, 그리고 플라타너스나무들이 있다. 요즘 공원의 나무들을 내려다보면 나뭇잎들이 봄에 보았던 연녹색의 보드라움은 간데없고 검푸르고 거칠어 보인다. 어떤 나뭇잎은 벌써 누렇게 색이 바랜 것도 있다. 몇일 전까지만 해도 사무실에 들어오면 창문 먼저 열고 밖의 바람을 맞으며 시원해 했다. 이제는 찬 기운에 창문을 열었다가도 속히 닫게 된다. 가을이 오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가을에 들어섰다는 것을 내 몸이 느낀다. 입맛이 당기고 밥맛이 좋다. 이러다가 하늘은 맑고 말만 살찌는 것이 아니라, 사람도 살이 찔 것 같아 체중계를 더 자주 오르게 된다.
그런데 반갑지 않은 손님이 찾아왔다. 코감기 기운이 들며 목소리가 변했다. 잦은 기침과 호된 재채기를 한다. 큰 일교차와 과로로 면역력이 약해졌나 보다. 코감기로 목소리가 맹맹해 사람들과 말할 때 미안한 마음이 든다.
예전엔 감기 정도는 살다 보면 그럴 수도 있지 생각하고 쉽게 넘어갔는데 요즘엔 감기에 한 번 걸리면 호되게 신고식을 치르기에 더욱 조심하게 된다. 감기의 영향권에서 완전히 벗어나기는 쉽지 않다.
감기만이 아니라 종종 어께도 뻐근하다. 허리나 무릎이 잘 조여지지 않은 것 같은 흔들림을 종종 느낀다. 그래서일까. 올가을은 유난히 가을을 심하게 타는 것 같다.
쓸쓸한 가을의 기운에 젖어들면 옆구리에 찬바람이 스며들고 배에 찬바람이 스치면 괜히 배가 아플까봐 걱정이 될 때도 있다. 이럴 때는 불어오는 찬바람을 홀로 맞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마음 한편에는 내가 약해졌다는 생각도 한다. 물론 사람들과 말할 때는 그런 기색을 감추려고 하지만 혼자 있을 때는 약한 나의 모습을 감출 수가 없다. 가을을 타는 마음은 자신이 지금 외롭고 고독하다는 느낌일 것이다.
내가 외롭다는 느낌이 드는 것은 외롭다는 느낌이지 외로운 것은 아니다. 외로운 것이 아닌데도 외로운 줄 알고 외로워하면 그 외로움에 매여서 삶이 어두워 질 수 있다. 그 외로움의 느낌에서 벗어나기 위하여 누군가 나에게 찾아와 내 외로움을 달래주기를 기대할 수 있지만 누군가 찾아와서 내 외로움을 달랠 줄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내 안의 모습이기 때문에 내 안에서 외로움을 뛰어 넘어야 한다.
내 안에서 외로움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이 있을까? 어느 시인이 노래하듯 자신의 마음이 외로우면 남을 바라보며 남이 나를 버린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지나고 보면 ‘내가 외롭고 허전한 것은 남 때문이 아니라 내 속에 사랑이 없었기 때문’ 이었다는 것을 깨닫는다.
그렇다. 외로움은 사람들이 나를 버려서 외로운 것이 아니라 내가 다른 사람들에게 문을 닫았기 때문이다. 내가 다른 사람을 향하여 문을 여는 가장 탁월한 방법은 다른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 사랑은 관심이 깊어지는 것이다. 성경은 하나님은 사랑이시라고 한다.
하나님의 형상으로 만들어진 사람은 사랑할 때 다른 사람과 문이 활짝 열리고 문이 열릴 때 외로움보다는 행복한 관계가 만들어지며 살만한 세상을 만들어 가게 된다. 내가 외로움을 느낄 수 있다면 누군가도 외로움을 느낄 수 있다. 우리 서로 먼저 사랑으로 관심을 보이며 이 단풍이 무르익기 시작하는 계절에 서로가 행복한 마음의 나눔이 풍성하면 좋겠다.
shnews j5900@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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