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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특별법 문제로 우리 정치는 한 발짝도 못나가고 있다. 여당은 ‘민생법안을 우선 처리하고 세월호 특별법은 그것대로 계속 논의하자’ 하고, 야당은 ‘세월호 특별법이 가장 중요한 민생법안이니 만큼 이 문제 타결없이는 국회정상화가 없다’고 버틴다. 여러가지 원인으로 경제가 어려운데 마치 세월호 유족들과 야당이 때를 쓰고 있어 경제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는 듯한 인상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야당대표가 두 번이나 합의를 해놓고 번복했으니 할 말이 없다.
그러나 세월호 특별법 문제에 있어 갈등의 본질은 수사권과 기소권을 진상조사위원회에 주느냐 마느냐의 문제이다. 여당은 검찰이외의 기구에 수사권 기소권을 주는 것은 법질서를 무너뜨리고 위헌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다. 여당은 정말 법질서 수호의 의지가 강해서 수사권 기소권을 절대로 주지않겠다는 것일까? 아니면 그들의 이해와 직결되는 또 다른 어떤 이유가 있지 않을까? 세월호 참사라는 판도라 상자 안에는 세모그룹의 불법을 방조한 거대한 정경유착이 있고, 참사 구조과정에서 드러난 정부기구의 무능과 무책임 문제에 일정부분 안기부와 청와대 등 권력핵심의 문제까지 번질 수 있는 소재가 있어 혹시 그런 것은 아닐까?
야당은 두 번이나 덜컥 합의해 놓고서 이를 번복했다. 여당이 수사권 기소권을 절대 주지않겠다는 진정한 이유를 몰랐을까? 아니면 그들 또한 판도라 상자 안에 유착의 끈이 연결되어 있었고 그것이 터지는 것을 두려워했던 것은 아닐까? 이유야 어찌되었건 합의를 했으면 합의는 존중되어야 한다. 여야 대표간 합의가 불리하다 싶으면 한 수 물러주는 장기판이 아니다. 여야 간 합의를 번복하는 것은 우리사회전반에 신뢰구조를 크게 약화시킬 수 있고, 이것이야 말로 헌정질서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대통령은 무엇이 두려워서 세월호 유족들의 만나달라는 애원을 외면하는 것일까? ‘그것은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이니까. 관여하지 않겠다’고 한다. 대통령중심제 국가에서 청와대야 말로 권력의 정점이고 정치의 최고 중심이다. 외면하고 무시하는 자체가 여당에게 수사권 기소권은 절대 안된다는 명확한 메시지를 던져주는 것이고 그래서 세월호 대치정국은 한치 앞도 나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면서 은연중에 세월호 유족들을 자신들의 이해를 관철시키기 위해 국가경제를 발목잡는 사람들로 몰아가고 있다. 비겁하고 잔인하다. 차라리 만나서 딱부러지게 수사권 기소권은 안된다고 말해야 덜 비겁하고 덜 잔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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