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의 새 일꾼들에게 당부한다

이제 지방자치단체와 지역 의회를 4년간 이끌 새 일꾼들이 선택됐다. 중앙정치권에서는 선거가 끝나자마자 벌써부터 정계 개편과 개헌, 남북정상회담 추진 등에 관한 화두가 서서히 대두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거대담론은 어디까지나 중앙정치의 몫이다. 이번에 선출된 자치단체장들과 지방의회 의원들은 ‘지역경제 활성화와 좋은 일자리 창출’에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중앙정부가 지역경제를 구석구석 보살펴 주는 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지방산업의 활력을 회복시키고 투자를 늘려 좋은 일자를 만들어내고 주민소득이 향상될 수 있도록 하는 등의 지역경제 활성화는 지방정부가 챙길 수밖에 없다.
지방화·분권화 시대를 맞아 지방자치의 의미와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새 단체장들과 지방의회 의원들은 형식적인 지방자치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지역발전과 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데 앞장서서 기여해야 한다. 남다른 창의와 집념어린 일꾼으로서 지방자치의 실현과 주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온몸을 던져야 한다.
이번 지방선거는 투표율이 그 어느 선거 때보다 낮은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같은 유권자들의 선거에 대한 무관심은 흔히 ‘정치에 대한 실망과 환멸’ 때문이라고 분석되기도 한다. 하지만 정치는 본디 국민의 기대치를 늘 밑돌게 마련이다. 그것이 정치의 속성이자 한계다. 그 한계를 부단히 허물어 지평을 넓힘으로써 ‘주민 이익적인 정캄로 만들어가는 것은 다름 아닌 주민 자신의 몫이다.
우리 국민의 ‘정치에 대한 실망과 환멸’ 현상은 정확하게 말해서 세계적으로 만연하고 있는 ‘민주화 피로증’이다. 지금 민주주의는 세계 곳곳에서 치열한 자기성찰을 요구받고 있다. 아시아에서 가장 성공적인 민주화 사례로 꼽히는 한국의 민주주의도 예외가 아니다.
국가운영의 효율성, 민주적 절차와 법질서에 대한 국민 신뢰도의 하락은 한국 민주정치의 기반이 아직도 불안하다는 사실을 말해주고 있다. 그렇다면 한국 민주정치의 기반이 아직도 불안한 근본적인 까닭은 무엇인가.
민주주의는 추상보다 구체를 추구하는 가치체계이며 국민 참여의 실사구시(實事求是)에 의한 국가운영을 원칙으로 삼는다. 하지만 국민의 기본권 신장이나 지방자치제 실시가 국가운영의 능률과 효율성을 자동적으로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국민에 의한’ 실사구시의 논리가 경시될 때 민주정치에 대한 환멸은 위험수위를 넘을 수 있으며 민주정치의 위기가 초래될 수 있다.
지방자치도 국가운영과 다를 게 없다. ‘정치행태’에 모든 책임을 전가한 채 머뭇거리면서 팔짱 끼고 방관하는 태도로는 미래가 없다. 정치수준은 흔히 국민의 수준을 넘어서지 못한다고 한다. 지방자치도 선출된 지역 일꾼들과 지역주민에 의해서 그 성패가 결정된다는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단체장과 지방의원 뿐 아니라 주민 스스로의 성숙되고 적극적인 참여의식이 유감없이 발휘되어야 하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서부신문 webmaster@sh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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