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투표일이 불과 보름 앞으로 다가왔는데도 대다수 유권자들은 자신의 지역에 출마한 후보자들이 누군지조차 모른다. 지방선거가 주민의 무관심 속에 ‘정치인과 정당들만의 잔캄로 진행되고 있는 셈이다.
유권자는 자신이 속한 지역사회를 운영할 가장 능력있고 도덕성 높은 인재를 선택해야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하다. 이론과는 달리 실제로는 극소수 조직화된 세력에 의해 지방자치가 좌우되고 있다. 그러다보니 일각에서는 지방자치 무용론까지 나오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민자치를 버릴 수는 없다. 따라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지역주민의 관심과 참여를 지속적으로 확대할 수 있을 것인지, 지방자치의 이상을 실현할 수 있는 가장 올바른 방법론은 어떤 것인지 하는 해답을 도출해내는 일이 당면한 과제다.
지방선거가 내 고장의 일꾼을 뽑는 일인데도 불구하고 현실적으로는 집권여당에 대한 중간평가나 지방권력의 심판 성격을 벗어날 수 없는 형국으로 굴러가고 있다. 기초의회 의원에서 광역자치단체장에 이르기까지 소속 정당 공천이 필요하고, 지역에 따라 특정 정당의 공천이 당선의 보증수표로 기능하는 상황에서 지방선거를 집권여당 중간평가 또는 지방권력 심판으로 인식하는 것을 시비할 수는 없다.
지역이나 세대, 이념적 성향에 따라 지지 정당이 결정되고, 이에 따라 지방선거에서 지지 후보를 선택하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다. 그러나 문제는 우리 정치권이 국민으로부터 철저하게 불신을 받고 있다는 점이다. 많은 국민은 정치권의 비도덕적이고 넉살좋고 얌체적이며 교양과 신의와 품위 없음에 대해 질색을 하다못해 넌더리를 내고 있다.
많은 정치인들과 정당들은 국민의 사고(思考) 수준을 따라가지 못하거나 당의 정체성이 잡탕 형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런 정당과 정치인들이 지역 일꾼으로 일할 지방선거 후보자들을 공천한다는 사실이 국민으로 하여금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고 급기야는 선거 자체를 외면하도록 이끌고 있는 것이다.
지금 우리는 심각한 이념 분화(分化) 현상을 겪고 있다. 이미 선진국에서는 고전이 돼버린 이념대립이 온 나라를 갈등과 대결의 구도로 몰아가고 있다. 나라는 이렇게 갈려 있는데 정치권은 이를 극복하고 국민 피부에 닿을 수 있는 생활정치를 이끌어낼 역량이 부족하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혼성부대를 이루거나 기회주의적 처신을 밥 먹듯이 하는 있으나마나한 정당들을 가지고는 나라도 지방자치도 제대로 꾸릴 수 없다.
이번 지방선거에는 예비후보 제도가 도입되어 선거운동 기간이 배 이상 늘어났고, 정치 신입생들에게도 자신을 알릴 기회가 많아졌다.
그만큼 주민들의 관심을 끌어낼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난 셈이다. 중앙선관위는 웹사이트를 통해 국민이 스스로 지역 현안에 대한 공약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함으로써 후보자들이 지역 실정에 적합한 공약을 제시하도록 하고 있고, 시민사회단체들도 보다 구체적이고 실현 가능한 공약들을 제시하게 하는 매니페스토 운동을 전개함으로써 유권자들의 합리적인 선택을 유도하고 있다.
과거와는 달리 유권자들은 지역 후보들이 내놓은 공약들을 분석한 결과들을 받아볼 수 있고, 스스로 공약(公約)의 헛 공약(空約) 여부를 판단할 수 있게 되었다. 이제는 유권자들이 먼저 스스로 변화를 향해 건곤일척 해야 한다. ‘자기 정체성’도 분명치 않은 후보의 소속 정당이나 어줍잖은 개인의 이미지가 아니라 정책과 인물로 가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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