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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사회에서 육체적 장애자를 차별하고 멸시하는 풍조가 만연되었다는 것은 어쩌면 우리 시대에 더 많은 정신적 장애자가 많다는 반증이 아닐까.
김동숙(44세)씨. 학교를 다니며 말과 글을 배웠고 결혼하여 남편과 행복한 삶을 꾸리고 두 자녀를 훌륭하게 키워낸 그녀가 홀연히 무언의 세계를 동경하게 된다. “제가 소속된 청림회는 매년 6월 6일이면 등반이란 형식을 빌어 무언하며 하루를 함께 보내면서 청각장애우의 고충을 이해해보는 청각장애체험을 갖습니다.”
그것이 계기가 되어 그는 내친 김에 수화를 배우기로하고 3개월 과정을 수강하게 되었고 이제 제법 청각장애인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 말이 아닌 몸짓과 손동작만으로 무언의 세계에 맨 처음 진입했을 때 그로서는 또 다른 세상을 접하는 경이를 체험했다.
“그동안은 그들 세계가 암흑으로 갇혀있고 답답함으로 이루어졌다 생각했는데 그들은 주위의 분위기, 상대방의 얼굴표정과 눈빛 하나하나에서 이미 영혼의 대화를 했던 것이지요.”
우리가 쓰는 언어보다 몇 배 빠르고 효과적인 의사소통수단을 청각장애인은 갖고 있는 것이다. 다만 오른손을 사용하는 세상에서 왼손사용자가 불편한 것처럼 언어가 만연인 사회에서 침묵언어가 불편할 뿐인 것이다. “그들과 많은 부분은 아니지만 어느 정도라도 의사소통하면서 어느 면에서는 농아인들이 비장애인보다는 잠재력이 더 많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김동숙씨는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는 그들의 일처리는 믿음직스럽기까지 한다는 소리를 농아인 고용주로부터 많이 듣고 있다”고 전했다.
처음엔 이들을 위해 봉사자의 역할과 책무를 다하리라는 그녀의 맹세는 농아인을 만나고 대화하면서 그들에게서 오히려 배우게 됐다는 그녀는 웃음이 본연의 얼굴인지 인터뷰 내내 미소가 사라지지 않는다. “아이들 교육에서나 저의 봉사활동에서도 말보다는 행동을 앞세우기로 했죠.” 그녀의 말마따나 바쁘게 움직이는 생활은 365일 하루도 편한 날이 없다.
한국걸스카웃 광명 도덕 삼엽회 총무일에다 여성단체 프로그램에 따른 소년소녀가장 및 독거노인 돕기 등 하루를 몇 개로 쪼개도 모자란다. 어쩌다 시간이 있어 좀 쉬려고 하면 득달같이 전화가 와 받아보면 바자회행사가 있다고 불러낸다.
그렇게 바쁘게 움직이다 보면 지치게 마련인 그녀를 그래도 가장 행복하게 하는 것은 역시 그의 가족. 아무리 늦게 들어가도 위로해주고 격려해주는 남편과 밥과 설거지를 도맡아하면서도 싫은 소리 커녕 봉사활동에까지 동참해주는 고등학생 딸, 봉사활동에 필요한 정보와 지식을 인터넷을 통해 준비해주는 대학생 아들은 그의 또 다른 침묵의 언어다.
김동숙씨가 봉사활동하면서 가장 아쉽고 타시를 부러워하는 것은 딱 한 가지. 봉사자들이 모여서 회의하고 활동을 논의하는 공간이 작더라도 하나 있었으면 하는 것이다.
회원들이 모일 공간이 없다보니 소속감도 약해지는 것 같고 활동내용을 정리하여 후임자들이 참고자료로 사용할 수 있도록 문서를 보관하기 위해서라도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올해에는 아쉬운 대로 컨테이너 박스라도 하나 구해야겠다는 것이 목표란다. 5.31선거를 위해 뛰는 주자들의 후보사무실은 넘쳐나지만 정작 남을 위해 봉사하는 사람들의 작은 쉼터하나 없다는 현실이 안타깝다.
최길열 기자 choigr57@hanmi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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