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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를 찾는 여름 여행
  • 서부신문
  • 승인 2011.07.20 14: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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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가 사십대 후반이 되어 가면서 지인의 아버지, 어머니 등의 부음을 자주 접하게 된다. 한 세대를 30년으로 보면 어르신들의 나이가 대략 칠십 후반이 되니, 그들이 치열하게 살았던 이 세상을 자식들에게 넘겨주는 것이 자연스런 현상이다.

지금의 40대, 30대를 길러낸 우리 아버지들은 가난한 대한민국을 맨주먹으로 일으켜 세웠다. 초등학교, 또는 중학교를 겨우 마치고 뒤를 돌아볼 겨를 없이 고향을 떠나, 몸뚱이 하나로 일가를 이룬 억척 사나이들이었다. 열심히 살아 준 그 아버지들 덕에 지금 우리가 풍요를 누리고 있다.

대부분 시골 사나이들이었을 아버지들의 고향은 지금 처참할 것이다. 함께 공동체를 이루고 살았던 그 많던 한 동네 사람들은 각자 흩어져 생사(生死)도 모른다. 아마도 많이 돌아가셨을 것이다.

한 동네를 시끌벅적하게 했던 그 많던 그들의 아들, 딸도 지금은 어디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다들 결혼해서, 자식들 키우느라 정신없을 것이다. 30년 전 우리들의 아버지, 어머니가 했던 일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을 것이다.

아버지가 낳고 자란 곳이 시골이라면, 뛰놀던 집마저 사라지고, 잡초만 무성할 수도 있다. 한 때는 세상에서 가장 좋은 아버지, 어머니랑 살았던 집, 아니었던가.

이렇게 아무렇지 않게 한 세대가 가고, 새로운 한 세대를 맞는 것이 역사인지 모른다. 세상 바쁜데, 뭐 그런 것까지 챙기면서 살아야 하냐고 반문할 수도 있다.

그러나 이번 여름에 휴가를 얻는다면, 아버지를 찾는 여행을 해보자. 아버지가 다닌 초등학교, 중학교를 가서 아버지의 학적부를 만나보자. 코흘리개, 까까머리, 장난꾸러기 였던 아버지를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공부는 못했지만 솔선수범하고, 매사에 바른 아이였다는 아버지가 무서워했던 선생님의 글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나를 키우기 위해 다녔던 회사는 어디일까? 우리의 아버지가 고향을 떠나 처음 서울에 와서 산집은 어디일까?

우리 아버지가 어머니를 처음 만난 곳은 어디일까? 그들의 사랑으로 내가 태어났던 곳은 어디일까? 내 아이들의 손을 잡고, 내 아버지의 흔적을 찾는 여름 여행, 내 인생에서 한 번쯤은 해야 하지 않을까? 나의 아버지를 만나는 것은 나를 만나는 것이고, 또한 아내와 아들과 딸을 만나는 여행이 될 것이다.

세상의 유명한 역사, 유적에는 나와 나의 가족이 있지 않다. 또한 세상의 유명한 산과 바다에도 나의 아버지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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