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 하십니까? - 시흥신문

좌우명이나 가장 존경하는 사람을 묻는 일이 많았다. 어느 단체의 입회원서에 적거나 개인적인 모임에서도 그렇고, 남녀가 선보는 자리에서도 머쓱함을 피하려 그런 것을 묻기도 한다.

그러기에 미리 정해 놓으면 덜 불편할 수 있었다. 약간의 대처를 해두면 중요하지 않은 것을 중요하지 않게 넘어갈 수 있는 그런 일이다.

롯데 4번 김용철도 그런 경우다. 지금도 프로야구 인기가 좋은 모양이지만 80년대 후반, 90년대 초반에 친구들이 모이면 프로야구 이야기를 반시간은 넘게 하던 시절이었다. 좋아하는 선수 하나라도 들먹여야 무난하던 시절이었다. 친구에게 부탁해서 소개받은 사람이 롯데 4번 김 선수였다. 얼굴도 모르고 그 사람이 구단을 옮겼다지만 늘 롯데 4번 김용철을 말해서 사람들을 즐겁게 하기도 했다.

스포츠에 관심이 적은 사람에게 TV 스포츠 중계는 소음이었다. 하숙집 마루, 술집, 옆집, 가는 곳 마다 아나운서와 해설자들이 쓰는 특유의 억양이 들렸다. 여름에는 야구, 겨울에도 쉬지 않고 농구, 명절 오후에는 씨름. 그러나 국가대표 경기는 국가경쟁력이나 인문지리에 대한 호기심에 기다려서 본다.

12년 전에 외국의 작은 도시에서 마라톤 경기를 보았다. 배에 번호를 붙인 보통 사람들이 시내 한복판 차도에서 걷다시피 뛰는 것을 보았다. 차도를 달리는 사람을 보니 부러웠다. 이억만리 이국땅이지만 그렇게 행인들의 박수를 받으며 달려보고 싶었다. 용어를 써서 말하자면 ‘보는 스포츠’만 있던 나라에서 온 사람이 ‘하는 스포츠’를 보고 온 몸에 힘이 들어간 것이었다.

그 다음 해에 한국 거리에 북한 노래가 마구 나온다는 소리를 들었고, 또 다음 해에는 한국에 마라톤 붐이 인다는 소식, 그 다음 해에는 축구응원단이 거리에 쏟아져 나와서 밤새 쏘다닌다는 소식을 들었다. 상상이 잘 되지 않는 일들이 상상처럼 전해져 왔다.

한국에 돌아와서 마라톤 동호회 회원이 되었다.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이 모이면 즐겁다. 축구, 테니스, 볼링, 등산. 외국에 나가 있던 몇 년 사이 한국도 ‘하는 스포츠’의 나라가 되었다.

시흥, 특히 신천권의 마라토너들은 인천대공원에서 주로 달린다. 나무 그늘이 좋아서 새벽이나 밤이 아니더라도 달릴 수 있다. 한국에 오기 전에 달리기 맛을 들였던 그 외국도시 인구도 시흥처럼 40만 조금 넘었다. 그 도시 공원은 둘레가 4킬로미터인데 가장자리를 따라 달리면 그늘을 거의 벗어나지 않아도 되었다.

신천동에 축구장이 새로 생긴다고 하니 즐거운 일이다. 시흥은 ‘하는 스포츠’의 메카가 될 수 있는 좋은 조건들이 많다. 동계올림픽 붐을 타고 겨울스포츠 붐이 일 것 같다. 실내빙상장이 전국에 많이 들어설 것으로 보인다. 시흥에도, 이용율이 낮은 종합경기장 보다 실내빙상장이 좋을 수도 있다. 학생들이 체육시간에 아이스하키 하러다니면 이웃 도시의 부러움을 살 것이다.

신문사 사장이 되고 나서 ‘운동하느냐?’ 는 질문을 자주 듣는다. 달리기 한답시고 ‘네’하면 틀린 대답이다. 요즘 ‘운동’이라는 말은 골프를 뜻하기 때문이다. 운동을 하면서도 운동을 안 한다고 대답하는 것도 재미있고, 골프도 직접 하는 운동이라서 프로야구 얘기보다는 좋다. 학미산에는 휴일이면 자전거족들이 많이 온다. 걷는 입장에서는 불편하기도 하지만 시흥이 스포츠맨들의 주목을 받는다면 좋은 일이다. 지역경제를 살릴 방안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부신문 webmaster@sh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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