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위에서 서울대까지

많은 사람들이 군자지구 얘기가 나오면 ‘이미 결정 된 일이다’, ‘늦었다.’, ‘하루 이자가 얼마인데 빨리 서둘러야 한다.’ 등의 반응을 보인다. 이른바 ‘피로 증후군’을 보인다.

1991년부터 문제가 제기되어 20년이 지난 지금까지 건물 한 채 들어서지 않는 땅에 대하여 논쟁하는 것이 피로할 수 있다.

그러나 사업의 규모나 위치가 시흥시의 미래에 미치는 영향을 따져보면 늦더라도 따져야 하고, 이미 결정되었다고 해도 미비하고 의심 가는 부분이 짚어져야 한다.

1991년 고 제정구 선생이 한국화약이 특혜로 받은 매립허가에서 얻게 될 부당한 이익을 시흥시민이 돌려받아야 한다는 ‘한반위’(한국화약공유수면매립반대시흥시민위원회) 활동을 시작할 때 군자매립지는 그야 말로 시흥시에 ‘황금의 땅’, ‘기회의 땅’ 이었다.

그리고 우여곡절을 거쳐 서울대의 시설들이 들어온다고 하는 지금도 시청의 담당자는 군자지구가 여전히 시흥시에 ‘기회의 땅’이 될 것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군자지구 계획에 불안한 요소가 있다. 우선, ‘제 2안’이 없다.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지 않을 경우, 다음 대선에 누가 당선될지에 따른 영향 분석, 서울대 시설이 결국 오지 못하게 될 경우, 인접 개발지들의 개발 계획 변경에 따른 영향, 부채 이자를 일단 벗어놓고 계획을 추진할 방안, 이런 요소들에 따른 차선의 안, 또는 제 3의 안들이 아예 없는 것이 불안하다.

지금 마땅히 내 놓을 만한 ‘수지분석’이 없다는 시청의 대답도 불안하다. 사업 계획 전에, 초기에, 중기에, 계속 수정을 거치면서 나와야 하는 ‘수지분석’인데, 그것이 지금 작성 중에 있다고 하면 난감하다.

군자지구 개발은 규모가 소규모 신도시 급이어서 지역의 언론기관이나 단체가 비판하거나 대안을 제시하기에는 버겁다. 그러기에 시청이 시민과 전문가들의 의견을 성실하게 물어 가면서 끌어가야할 책임이 더욱 무겁다.

따라서 군자지구 개발에 대한 사소한 의견도 신중하게 검토하면서 진행하기를 바란다. 특히 인근 개발지구의 성공과 실패를 자세히 살피기를 바란다.

수원에 있던 서울대 농생대가 기어이 관악캠퍼스로 옮겨갔는데 서울대 학부생이 군자지구에 올 것이라는 시청의 확신이 불안하다. 최근 부동산 침체의 원인이 갖는 특성들과 일본의 사례나 인근 개발지구들의 상황을 보면 내년에 부동산 경기가 살아날 것이라는 시청의 믿음은 불안하다.

차기 대통령의 정책이 아니더라도 국민소득이 일정 수준에 이르면 국토 균형 개발에 따른 수도권 과밀해소는 급물살을 타게 된다. 수도권 과밀해소가 서울 강남이나 분당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그 그늘은 수도권 외곽을 덮게 된다. 외국의 사례들을 진지하게 검토해 주면 좋겠다.

대규모 시설과 인구유입에 따른 인근 지역의 기반시설 확충에 따른 비용이 수지분석에 들어가야 시민들이 믿을 수 있는 예측이 될 것이다. 군자지구에 대한 계획 수정이나 재검토는 설사 개발이 진행 중이라 하더라도 항상 일각에서는 실행되고 있어야 한다.

임기 지나가면 그만이고 부서 옮기면 그만인 그런 일이 아니길 바란다. 1990년대 서울 한국화약 본사까지 가서 꽹과리 두드리며 시위했던 사람들이 지켜보고 있다. 군자지구에 희망을 실었던 지난 20년을 되돌아본다면, 군자지구는 신생 도시였던 시흥시의 역사 자체이기도 하다.

서부신문 webmaster@shnews.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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