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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이런 사람이 있어 행복하다”
  • 최길열 기자
  • 승인 2006.03.27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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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흥시종합자원봉사센터 실버인력뱅크 자원봉사자
이 응 규 어르신

▲ 사진촬영을 하고 있는 이응규(사진 중앙) 할아버지
이웃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는 척박하게만 보이는 우리 사회에 튼튼한 토양을 제공한다. 이러한 토양을 자양분으로 하여 우리도 남을 위해 봉사할 수 있다는 믿음을 키워가며 스스로를 변화시켜간다. 카메라 렌즈에 담아내는 봉사자의 삶.
그것은 어떤 연출이 만들어 내는 예술적 작품보다 예술적인 사건이다. “억지 웃음이 아닌 환한 미소, 경쾌한 분주함, 빈부귀천·남녀노소가 없는 어우러짐, 상대에 대한 배려...제가 담아내는 피사체는 그 자체가 예술이기에 촬영기술이 없어도 됩니다.”
봉사자로 활동하는 가운데 때로는 카메라맨으로 변신하면서 삶의 드라마를 연기하거나 영상화하는 이응규(83) 어르신. 그는 시흥시종합자원봉사센터 소속 실버인력뱅크 자원봉사자의홍보팀으로 활동한지 6년째라고 했다.
기존 노인자원봉사센터가 개편된 실버인력뱅크는 노인들의 사회참여 지원을 위한 DB를 구축하고 지역별 실버 스타 넷(노인인력정보시스템) 운영하며, 나아가 노인 일자리 사업에 대한 교육 및 노인 취업상담 등의 기능을 추가 수행한다. 시흥시 실버인력뱅크에는 60세이상의 노년층이 가입대상이고 현재 152명이 활동하고 있다.
자원봉사센터에서 만난 그가 컴퓨터 앞에서 자판을 서슴없이 두들기는 것도 놀랍지만 다음카페에 저장해 둔 수 많은 봉사활동앨범사진을 보여줄 때는 세 번 놀라게 된다. 여든 셋의 나이에 정보의 힘을 활용하는 능력에 정신 들게 되고, 피사체 자체도 역동적이지만 화면구도를 역동적으로 분할하는 지식에 감탄하며, 보호받아야 할 위치를 오히려 전복하여 남을 도와주는 의지에 고개 숙여진다.
“공원에서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는 동료에게 종사활동을 같이 하자고 하면 자신이 얼마 전에 ‘내노라하는 신분이었는데 그 딴일 뭐 하려 하나’라고 면박만 줍니다.”
아직도 과거의 화려했던 신분에 갇혀서 현재의 위치를 망각하고 미래마저 허송세월하는 사람에 대한 안타까움을 전하는 이 응규 어르신의 표정은 순간적으로 굳어진다.
멀리까지 가지 않더라도 가까운 일본만 해도 과거에 장관이었던 사람이 경비를 한다든가 교수였던 사람이 청소부를 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한 데 유독 우리만 과감한 변신을 회피하는 것일까? 사농공상에 젖어서? 아닐 것이다. 그것은 아직 우리가 고령화사회를 급히 맞다보니 사회보장시스템을 제대로 가동하지 못한데서 오는 일시적인 공황기로 보아야한다.
정부가 뒤늦게 깨닫고 사회로부터 소외되기 쉬운 어르신들에게 지역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나아가 일자리까지 마련해주기 위해 만든 시스템이 바로 ‘실버인력뱅크’라는 단체이다.
시흥시실버인력뱅크의 활동은 교통정리, 소년소년가장 밑반찬 돕기, 독거노인 방문등 다채롭지만 틈나는 대로 문화센터에서 노인들을 위한 컴퓨터나 요가등을 배우면서 행복한 노년을 대비하고 있다.
이응규 어르신 역시 봉사활동 외에는 컴퓨터를 배운다. 웬만한 소프트웨어를 활용할 줄 안다는 그가 관심을 갖는 것은 역시 현장을 돌아다니면서 다양한 삶을 렌즈에 담아내는 일이다.
황해도에서 살다 6.25때 피난 내려와 목공일로 생업을 꾸리면서 2남2녀를 키우고 교육시켰고, 지금은 대야동 작은 아파트에서 50년을 내조한 부인과 살고 있다는 이응규 할아버지.
그는 “자녀를 키우는데 젊은 시절 다보내고 이제 자신의 역량을 키우고 사회에 봉사하는 기회를 가져보는 것 같아 삶이 즐겁다. 여전히 나를 필요로 하고 불러주는 곳이 많다”고 말하면서 다시 카메라를 들고 일어선다.

최길열 기자  choigr57@hanmi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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