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같은 환절기에는 다른 때 보다 상가에 갈일이 늘어난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문상을 가서 어떤 위로의 말을 해야 하는지를 몰라 망설인다. 실제 문상의 말은 문상객과 상주의 나이, 평소의 친소관계 등 상황에 따라 다양하다.
젊은 사람이 문상을 가서 상주와 맞절을 하고 책에서 본대로 또박또박 “얼마나 망극하십니까?”를 쓰면 굉장히 어색할 것이다. 이는 부모상의 경우에는 물론 쓸 수 있는 말이다.
문상에 가서 고인에게 재배하고, 상주에게 절한 후 아무 말도 하지 않고 물러나오는 것이 일반적이며 또한 예의에 맞는 것이다. 상을 당한 사람을 가장 극진히 위로해야 할 자리이지만, 그 어떤 말도 상을 당한 사람에게는 위로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오히려 아무 말도 안 하는 것이 더욱더 깊은 조의를 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굳이 말을 해야 할 상황이라면,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얼마나 슬프십니까?”또는 “뭐라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가 좋다.
일부 문상객은 상주를 위로 한다고 “호상(好喪) 이시네”, “천수(天壽)를 다했으니 너무 슬퍼하지 마시게” 등으로 말하는데 이런 말은 문상객끼리는 몰라도, 상주에게는 절대로 써서는 안되는 말이다. 아무리 돌아가신 분이 천수(天壽)를 다했더라도 잘 돌아가셨다고 하는 것은 상주에 대한 기본적인 예가 아니다.
문상을 하는 사람이 말로써 문상하지 않는 것이 가장 모범이듯, 문상을 받는 상주역시 문상객에게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상주는 죄인이므로 말을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굳이 말을 한다면 “고맙습니다.” 또는 “드릴(올릴) 말씀이 없습니다.”하여 문상을 와 준 사람에게 고마움을 표하면 된다. “망극하옵니다.”라든지 “시탕(侍湯)한번 제대로 못 하여 드린 것이 그저 죄스럽습니다.” 하는 등 요즘 잘 쓰지도 않는 말로 장황하게 말을 늘어놓는 것은 굉장히 어색하다.
언젠가 아시는 분이 노르웨이에 갔다가 몸이 안 좋아서 병원에 입원을 하고 수술을 받게 되었다. 그 병원의 식사는 고기, 생선, 야채, 과일 등이 잘 차려져 있었다. 하지만 몸이 안 좋은 상태에서의 계속되는 양식에 별로 먹지 않았었다. 그때 간호사는 “한국 사람들은 주로 무엇을 먹느냐?”고 물으면서 관심 있게 묻고는 메모까지 했다.
어느 날 밤 병실 온 복도에 밥 타는 냄새가 진동하여 주방을 가보니 조그만 냄비근처에는 밥물이 넘쳐 흘러있고 아래는 까맣게 타고 위는 누렇게 변한 밥에서 김이 나고 있었다. 간호사는 “한국에서 멀리 떨어진 이곳에 와서 입원해 있는 것을 보는 것도 마음이 아픈데 잘 먹지 않으니까 직접 밥을 짓다가 이렇게 되었다” 고 했다.
매너의 모든 것은 타인을 위하는 마음에서 시작되며, 그것이 전부이다. 우리는 항상 너무 바쁘게만 살다보니까 성장 쪽에 너무 치우치다 보니까 과정보다는 결과만을 보는 건 아닌지? 글로벌시대, 국제화시대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매너, 배려하는 마음이 오히려 필요한 것 같다.
내가 늦으면 피치 못할 사정 때문, 남이 늦으면 정신자세 해이.
내가 화내는 것은 소신이 있기 때문, 남은 그릇이 작기 때문.
내 전화통화는 업무용, 남은 사적인 대화.
내가 회의 중이면 남은 기다려야 하고, 남은 회의 중에도 나를 만나야 한다.
내가
약속을 어기면 사람이 그럴 수도 있기 때문이고, 남이 어기면 “사람이 그럴 수는
없는 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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