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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과 절망 사이에서 : 친구의 암 투병 이야기(월요단상)박혜성 교수-숙명여자대학교 정책학박사
  • 시흥신문
  • 승인 2024.07.05 15: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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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 전, 소중한 친구가 유방암 진단을 받았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의 충격을 아직도 잊지 못한다. 항암 치료와 수술, 끝없는 병원 방문과 치료의 고통.. 그 모든 시간을 함께 견뎌내며, 우리는 희망을 놓지 않았다.

마침내 5년의 시간이 흘러, 친구는 완치 판정을 받기 위해 병원을 다시 찾았다. 그동안의 고통과 인내가 결실을 맺는 순간이었다. 우리는 서로를 끌어안고 축하할 준비를 하고 있었으나 운명은 또 다른 시험을 우리에게 던졌다.

완치 판정을 기대하며 갔던 그 날, 친구는 폐로 암이 전이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유방암 4기와 폐암 4기라는 두려운 진단이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그 소식을 들었을 때의 절망감이란, 이제 막 끝났다고 생각했던 싸움이 다시 시작되고 있었다. 친구는 언제나 강인한 사람이었지만 이번 소식은 그녀에게 너무나 큰 충격이었다. 

우리는 그녀의 손을 잡고, 니가 우리 임종 다 지켜야 된다, 통장 돈 관리는 누가 하냐, 죽기전에 지겹도록 보자..... 잘 될꺼라는 격려보다는 니가 없으면 안되다는 협박으로 의지를 다지기도 했다. 우리는 서로를 위로하고, 다시 일어설 힘을 애써 찾고 있었던 것이다.

‘지랄지교’라는 모임으로 중학교 동창 네명이 계속해서 만남을 이어오고 있었다. 성격이 다 지랄같아서 지랄지교는 절대 아니다. 지적이고 발랄함을 추구해서 지랄지교라는 것을 알아주셨으면 한다. 

늘 우선순위에 밀려 만남도 뒤로하고 통장에 돈만 차곡차곡 쌓이던 차에 이런 소식을 접하게 되니, 돈을 왜 쌓아뒀냐는 타박, 왜 더 자주 못봤냐는 타박, 그게 다 너 때문이라는 서로를 향한 타박, 그러다 이게 다 무슨 소용이냐는 타박 “죽기 전에 더 자주 만나고, 여행도 자주 가고, 맛있는 것도 많이 먹자”라며 슬퍼도 아무렇지 않은 척 약속도 했다. 친구의 암 투병 소식은 우리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고, 서로를 위로하고 격려하고 있다. 그래서 더 자주 안부를 묻고 더 자주 만나 그때는 그랬었다라는 말을 할 수 있기를 바라고 있다.

이 경험을 통해, 삶의 불확실성과 우리의 한계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다. 하지만 동시에, 희망과 사랑의 힘을 믿게 되었다. 친구는 여전히 힘겹게 싸우고 있지만, 그녀의 의지는 여전히 굳건하다. 하나 있는 아들 장가 가는거 꼭 보고 가겠노라고 눈물 훔치던 모습에 다 같이 펑펑 울던 날들도, 판정 받은 날 거리를 헤메이던 친구를 너무 사랑하는 친구 남편도 모두 옛말 하는 날이 올거라고 위로하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우리는 남의 불행을 보면서 교훈을 얻는다. 우리 모두는 다른 어느때보다도 우선순위를 건강에 두고 모든 일상생활을 살아가고 있다. 또한, 일찍 엄마를 보냈던 날들도 다시금 생각나 회한에 젖는 날도 있었다. 언젠가 헬스클럽에서 봤던 ‘건강을 잃으면 모든 것을 잃는 것’이라는 문구가 가슴에 박히는 날들이다.

이 칼럼을 통해, 암 투병 중인 모든 환자들과 그들의 가족들에게 작은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싶다. 암이라는 무서운 병과 싸우고 있는 모든 이들에게, 우리는 혼자가 아니라는 것을, 함께 싸우고 있다는 것을 기억해주길 바란다. 삶의 가장 어두운 순간에도 빛은 존재하며, 그 빛은 우리의 사랑과 희망에서 비롯된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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