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우리나라 절기는 참으로 신통방통하다. 선조들은 일년을 24절기로 나누어 해석하였고, 춘하추동에 걸맞게 세분화시켜서 자연의 이치와 삶의 지혜를 후손들에게 물려주었다.
지금 우리는 24절기 중 춘분(3월 21일)을 지나고 있다. 개인적으로 볼 때 춘분은 일년의 기준점이 된다고 하겠다. 사전적인 의미에서 24절기란 “태양의 황도상 위치에 따라 계절적 구분을 하기 위해 만든 것으로, 황도에서 춘분점을 기점으로 15도 간격으로 점을 찍어 총 24개의 절기를 나타낸다.”라고 정의하고 있다. 춘분은 낮과 밤이 같아지고 낮이 밤보다 길어지는 출발점이다.
우리는 한 해의 출발을 형식적으로 1월 1일의 양력으로 출발하지만 정서상으로 우리 민족은 DNA 자체가 음력 설날을 기점으로 삼고 있다.
모든 회기는 1월 1일부터 12월 31일 기간을 정하여 움직인다. 그래서 자연히 사람들은 신년 계획의 시작점을 신정으로 삼거나 전통적인 민속양속을 따르는 사람들은 구정을 새로운 시작일로 정하고 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필자가 해가 거듭될수록 깨닫는 것은 실질적으로 춘분점이 지나서야 몸과 정신이 일치되고 활기가 돌며 계획했던 것들이 추진력을 얻는다는 진리이다.
겨울이라는 특성 때문에 몸은 움추려 들고 몸에 기댄 마음도 무겁다. 당연히 신정에 세웠던 야심찬 계획은 유야무야가 되기 일쑤이고 작심삼일이 반복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어떻게보면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추운 겨울에 몸은 경직되었고 밤의 기운이 아침 늦게까지 퍼져있기 때문이다. 땅 속에서 잠자던 개구리도 깨어 꿈틀된다는 경칩을 지나 춘분이 되어서야 우리의 몸과 마음은 깨어날 준비를 한다. 기지개를 펴고 맘껏 기세를 펼 준비가 되는 것이다.
가만히 생각하면 춘분점을 기점으로 24절기가 작동되고 있음을 이해하게 된다. 우리의 몸이 언제부터 활력이 생겼는지 따져보라. 낮과 밤이 시작되는 춘분점을 지나서부터일 것이다. 침대를 박차고 아침에 일어나는 기분이 상쾌한 시점이다. 이불 속에서 “조금만 더 더.” 하면서기상을 미루고 게으름을 피었던 것들이 해소되는 때가 바로 춘분점이다.
춘분을 지난 지금은 꽃샘추위가 기승을 부려도 아침은 상쾌하고 몸은 가볍다. 자연히 정신도 맑아져서 그 동안 미루었던 계획과 꿈이 눈에 들어오고 실천하고픈 의지와 열정이 생긴다. 동토의 땅에서 솟구쳐 오르는 생명의 움틈처럼 우리의 몸과 마음도 생기가 용광로처럼 활활 타오르는 것이다.
그래서 춘분을 지난 시점부터 새로움을 더하여 자기가 꿈꾸는 것을 계획하고 동면에 들었거나 더디게 진행되었던 꿈조각을 모아서 팽창시켜야할 시기이다. 따스한 기운이 대지에 충만하여 지는 지금이 우리의 꿈을 실현시켜나갈 수 있는 가장 좋은 시간이다. 봄이면 씨앗을 뿌리듯이 춘분을 지나는 시기에 내 일년의 목표를 점검하고 다시 추슬러 ‘영차’ 힘을 내는 것은 당연하다.
외국어 익히기, 1만보 걷기, 일찍 일어나기, 글쓰기, 취업 준비하기, 자격증 취득하기, 대학에 들어가기, 내 집 마련하기, 좋은 차 구입하기, 사업에 성공하기, 결혼하기 등등 신년초에 꿈꾸었던 것들을 점검하고 더 단단히 세워서 뚜벅뚜벅 자이언트 걸음으로 가야하는 시기이다. 이제는 온 몸의 세포들을 깨우고 다시 시작할 때이다. 낮이 밤보다 길어지고 있는 지금이 우리의 꿈 실현을 위한 가장 좋은 도전의 시점이다.
shnews j5900@chol.com
<저작권자 © 시흥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