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단여백
HOME 오피니언
아직도 자녀 양육은 엄마의 몫?[월요단상] 김윤환 시인/목사(백석대 대학원 기독교문학 교수)
  • 시흥신문
  • 승인 2022.11.25 16:19
  • 댓글 0

몇 해 전 모 방송국에서 방영된 일하는 엄마들의 현실적 애환을 그린 특집드라마 「외출」(극본 류보리, 연출 장정도)이 당시 시청자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공감을 불러 일으키기도 했다. 드라마의 요지는 대한민국의 현실 속에서 워킹맘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일과 자녀 양육(養育)보다 훨씬 무거운 편견과 무책임의 구조적 모순이 여성들의 어깨와 심장을 억누른다는 것이었다. 
여성들의 사회적 예우나 인식이 많이 개선되었다고 하지만 세상은 여전히 아이들의 양육은 엄마의 몫이다. 따라서 ‘일하는 엄마’는 아이들과 일터와 세상에 죄인 아닌 죄인처럼 살아가고 있다. 이것은 결국 미혼 여성들의 혼인 기피, 출산 기피로 이어지고 결국 인구감소라는 사회적 위기로 치닫게 되었다. 그러나 우리가 이즈음에서 다시 반성해야할 것은 양육은 온전히 여성의 몫인가를 머리가 아니라 가슴으로 되짚어 보아야 한다.
몇 해 전 한국 여성이 일본 여성에 비해 가족구성과 가족돌봄 등에서 비교적 큰 부담을 느낀다는 조사결과를 한국여성정책연구원이 발표한 바 있다. 일각에서는 양성평등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표출되고 있지만 여전히 남성은 '생계부양자', 여성은 '돌봄자'라는 고정화된 성별분업이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이에 따라 현재 국내 저출산정책의 방향성에 대한 점검이 필요하고, 향후 저출산 정책이 성평등정책과 가족정책, 고용정책, 사회복지정책 등과 유기적으로 추진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10여 년 전 조선조 남성 육아일지가 잘 정리된 책이 발견되어 화제가 된 적이 있다. 2015년 서울시 유형문화재(373호)로 지정된 「양아록(養兒錄)」 이라는 필사본 문집이다. 이 책은 조선 중기의 문신·학자이자 문장가로 명망이 높았던 묵재(默齋) 이문건이 1551년(명종 6)부터 1566년까지 16년간 손자를 양육한 경험을 기록한 육아일지다.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육아일기이자 조선시대에 사대부가 쓴 유일한 필사본 육아 문집이었다. 이문건은 51세 되던 해인 1545년(명종 즉위년)에 큰형 홍건(弘楗)의 아들 휘(煇)가 을사사화로 화를 입자 그 연좌죄로 경상북도 성주로 유배되어 그곳에서 23년간 귀양살이를 하다가 삶을 마쳤다. 그는 여러 명의 자식을 낳았으나 다들 먼저 세상을 떠나고 하나 남은 아들 온(熅)도 어려서 앓은 천연두의 후유증으로 정상적인 생활을 하지 못하였다. 그런 상황에서 온이 장가를 들어 내리 딸만 낳다가 1551년 아들 수봉(守封)을 낳았다. 이문건은 58세에 대를 이을 손자를 얻고 매우 기뻐하였으며, 손자가 가통을 잇는 군자다운 인물로 성장할 수 있도록 교육하면서 그의 성장 과정을 기록하여 책으로 남겼다. 흥미로운 것은 손주 수봉의 출생 후 16세가 되던 1566년까지, 성장 발달의 시간적 순서에 따라 일기 형식의 시로 기록하였다는 사실이다. 이 시집은 모두 37제(題) 41수로 이루어져 있으며, 그밖에 산문 4편과 가족과 관련한 기록이 함께 실려 있다. 고시(古詩) 형식을 취한 시가 많은데, 구수(句數)와 압운(押韻)의 제약을 받지 않고 육아 과정의 구체적 상황과 체험, 감정 등을 진솔하고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있다.
양육을 시로 표현하고 그것을 섬세히 기록한 조부의 애틋한 사랑이 이 문집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이 양육시집이 주는 메시지는 양육은 짐이 아니라 사랑이고 그것은 남자이거나 여자이거나 그 역할에 구분이 없다는 것이다.
오늘날 극도로 산업화되고 다양화된 사회에서도 여전히 양육의 짐을 엄마에서 또 엄마의 엄마에게 지운다는 것은 불합리하다. 이것은 개인 가정사로 돌리기에는 이미 많은 문제를 파생시키고 있다. 따라서 국가는 이 문제에 있어서 인간존중과 헌법 가치 구현의 관점에서 제도적 변혁을 추구해야 한다. 출산에 대한 직장문화의 개선은 이제 권면 수준의 캠페인이 아니라 미래세대에 대한 최우선 의무로 바뀌어야 한다, 여성을 국가경제의 중추로 본다면 2세 출산과 양육의 문제도 국가가 책임진다는 각오로 정책과 기업문화 및 사회문화 대변화를 추진해야 한다. 또한 학교 교육에서부터 양육 분담의 당위성과 출산 및 양육에 대한 가치와 정보를 지속적으로 교육하고, 정부는 출산과 양육에 대한 기업의 인식 제고와 지원책을 좀 더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추진해야 한다. 
나라를 이끌어 갈 미래세대의 양육이 언제까지 엄마만의 몫이고, 할머니들의 몫이어야만 하는가. 국회에도 당부한다. 한 때 자녀였고 지금은 어른이 된 의원들도 이러한 시대적 모순을 해소할 정책 추진을 제1과제로 삼아 임기 내에 아동 양육의 백년대계를 바로 세워주길 거듭 요청하는 바이다. 엄마는 출산 만으로도 이미 국가와 인류에 충분히 봉사했다. 나머지는 국가와 사회 그리고 남성의 몫이어야 한다. 모든 정책의 최우선 고려사항은 바로 출산과 양육에 두어야 한다. 그것도 모든 엄마를 최대한 예우하는 것을 기준으로 말이다.

 

시흥신문  webmaster@n676.ndsoftnews.com

<저작권자 © 시흥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시흥신문의 다른기사 보기
icon인기기사
기사 댓글 0
전체보기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Back to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