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몹시 따가웠던 지난여름, 폭염으로 숨쉬기 힘들 때가 있었다. 어느새 언제 그랬냐는 듯 벌써 자연의 이치에 따라 삼라만상이 누렇게 혹은 불그스름하게 변해 가고 있다. 특히 올해의 나뭇잎들은 길고 긴 더위에 지쳤는지, 빠른 속도로 단풍으로 갈아입고 있다. 가을은 세상을 맑게 접할 수 있도록 우리에게 베풀어진 소중한 시간의 선물이다. 서늘한 바람이 옷깃을 타고 들어와 움츠리게 하지만 마음이 상하지 않도록 마음 관리가 건강에 중요함을 생각하는 계절이다.
몇 해 전 필자의 목 부분이 살짝 부어올랐다. 아프거나 붉어지지 않았는데 볼록 부은 것이 신경이 쓰여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으니 총검사를 하자고 한다. 총 같은 것으로 부은 부분에 탁! 쏘면 가는 국수 가락 정도의 조직을 뽑아 올린다. 두 번 정도 뽑은 후 1주일 후에 와서 검사 결과를 보라고 한다. 약속 날짜가 되어 의사 앞에 앉았더니 정확한 확진을 말하지 않고 갑상선 암이나, 임파선 암일 수 있다고 환자를 앞에 앉히고 혼자서 중얼거린다. 환자 입장에서 확진도 아닌 이야기를 환자가 듣도록 중얼거리는 것이 지혜로워 보이지 않았다. 아내의 권유로 다른 병원에 갔더니 그곳에서는 먼저 초음파 검사를 통하여 부은 부위가 얼마나 큰지 정확히 확인하고 다시 총검사를 하더니 그리 심하지 않으니 조심할 것들을 가르쳐 주며 조심하라고 해서 지금까지 조심하며 건강하게 살고 있다. 같은 몸 상태를 지혜롭게 설명해 주신 덕분에 마음에 안정을 찾으니 몸에도 활력이 생기는 것을 느꼈다.
요즘에는 초음파나 CT, 내시경과 같이 몸의 내부를 들여다보는 건강 점검 방법이 발달해 있다. 다양한 방식으로 몸 내부의 혈액의 상태, 뇌와 뼈의 조직과 장기들 안의 작은 결함을 찾아낸다. 건강을 위협하는 것들을 사전에 발견하고 제거하는 예방의학이 갈수록 발달하고 있다. 정기검진 등과 같은 의학적 노력으로 인해 병을 미리 예방하고 조기 발견하여 초기에 치료하거나 미리 예방함으로 건강을 지켜 주며 장수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런데 몸만 건강하면 모두가 건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없다. 보이지 않지만, 마음 건강의 중요성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마음의 상태를 검진하는 시스템은 없을까? 생각해보았다. 여러 가지 마음의 건강 상태를 점검하는 방법들은 있지만, 현실에서는 몸의 건강 상태를 검진하는 것만큼 발전되지는 않았고 효과도 객관적이지 못할 때가 적지 않은 것 같다.
사람은 몸과 마음이 서로 구별되어 상관없는 것이 아니다. 몸은 항상 마음의 영향을 받는다. 화가 나면 얼굴이 붉어지고, 슬퍼지면 눈물이 난다. 즐거움, 행복감, 마음의 평화, 평온함 같은 바람직한 감정을 느낄 때 몸에서는 인체의 치료 체계를 건강으로 이끄는 화학물질이 생성되고, 반대로 두려움, 분노, 죄책감, 무력감 같은 바람직하지 못한 감정을 느낄 때는 질병과 죽음으로 인체를 이끌어 가는 화학물질이 생성된다는 사실이 연구 결과 밝혀졌다.
사이몬톤 박사 팀은 159명의 말기 암 환자를 대상으로 상상 훈련을 한 결과, 환자의 평균 수명이 24.4개월로, 상상 훈련을 배우지 않은 환자의 평균 수명 12개월에 비해 2배 이상 연장되었다고 한다. 암이 완전히 소실된 경우도 14명으로 전체의 22.2%나 되었으며, 51%의 암환자들은 생활의 질을 높일 수 있었다고 한다.
생각으로 고통을 없앨 수도 있다. 치료될 수 있다는 기대만으로 고도의 정신적 기능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활동을 시작하고 그것이 계속해 다른 부위를 활성화해 두뇌가 자체 생산한 아편과 유사한 진통제를 방출하게 된다고 한다.
잘 알려진 플라시보(Placebo) 효과는 존재한다. 실제로는 치료에 생리적으로 도움이 되는 약이 아닌데도 단지 환자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고 복용함으로써 실제로 병세가 호전된다는 것이다. 반대로 노시보(Nocebo) 효과도 존재한다. 나빠질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에 몸이 나빠지게 되는 경우가 있다. 희망만으로 질병을 다 고칠 수는 없다. 마음의 작용을 과대평가해서도, 안되지만, 마음이 우리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과소평가하여 간과해서도 안된다. 힘든 일들이 앞을 가로막을 수 있지만 환한 마음으로 건강한 삶이 풍성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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