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시가 ‘시흥갯골습지보호지역’과 함께 전국적으로 내세울 수 있는 것 중 하나는 아마도 ‘호조벌’일 것이다.
‘호조벌’은 안산군 초산면 돌장재(하중동)와 인천부 신현면 걸뚝(포동)에 제방을 쌓아 간척사업을 진행한 것으로 현재미산・은행・매화・도창・물왕・광석・하상・하중・포동 등 드넓은 지역에 걸쳐 있는 약4.83㎢(약150만평)규모의 농토이다
「승정원일기」 기록에 따르면 조선시대 행정기관 중 하나였던 ‘호조(戶曹)’에서 간척지를 조성하기 위해 쌓은 제방 ‘호조방죽’이 경종1년(1721년)에 완공되었고 이후 ‘호조벌’로 불리게 되었다.
‘호조벌’ 제방 축조와 관리는 진휼청(굶주린 백성들을 구제하는 일을 담당했던 관서)이 담당했고 ‘호조벌’에서 생산된 쌀은 흉년 등으로 굶주린 백성들을 구휼(救恤)한 것으로 기록돼 ‘호조벌’은 백성들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조성된 역사의 땅이며 지금은 천연기념물 저어새, 고니 등 다양한 생물이 찾아오는 생명의 땅이다.
300여 년 전에 조성된 ‘호조벌’에 대한 역사성과 상징성, 중요성이 부각되기 시작한 것은 불과 몇 년 전이다.
시흥시는 2017년 1월 ‘호조벌’의 역사성과 상징성을 기리고 농경지 매립 등 개발압력으로 점차 사라질 위기에 처한 ‘호조벌’공간 일부를 영구히 보전하고자 자연환경국민신탁(환경부 특수법인)과 손을 맞잡고 ‘호조벌 시흥에코증권’ 사업을 추진했다.
‘에코증권’은 인류가 자연으로부터 각종 혜택(생태계서비스)을 무상으로 받고 살아온 대가를 증서에 표시(기부)한 것으로 에코증권 발매대금으로 미래세대와 야생을 위한 공유지를 확보하거나 생태계서비스를 공급하는 데 이바지하는 이들에게 보상을 실시한다.
시는 ‘시흥에코증권’사업으로 호조벌 농지 일부를 매입해 공공자산으로 관리함으로써 농지를 개발하지 않고도 자연 속의 생태자원과 농업생산을 이용하여 일자리와 소득을 늘려나간다는 계획이다.
그런가 하면 시는 2019년 10월 ‘호조벌’에 대한 가치와 의미를 공유하고 더 나아가 생태관광상품화를 통해 대외적으로 시흥시를 널리 홍보하기 위한 ‘호조벌가꾸기시민위원회’를 구성했다.
‘호조벌가꾸기시민위원회’는 농업인 및 토지주, 호조벌 관련 단체대표, 시의원, 분야별 전문가, 호조벌 관련 시민활동가 등 위촉직 19명과 당연직(호조벌연접주민자치위원회) 4명 등 총 23명으로 구성해 ▲호조벌 가치공유 사업방향 및 비전설정, ▲호조벌 가치공유사업 수행 및 시 주관 각종 사업과 현안 자문, ▲호조벌 생태보전지 확보를 위한 기금 모금 및 운용, ▲호조벌 축조 300주년 기념사업 추진 등의 역할을 한다.
최근 시흥시는 ‘호조벌 상생 발전위원회’가 주관하는 제1차 시민포럼을 개최하고 300여 년간 논으로 보존해 온 호조벌에 대해 역사, 문화, 환경, 농업, 경관, 도시개발, 시민 분야 측면에서전반적인 가치성 제고 및 그에 따른 현실적인 지원방안을 고민했다. 시는 앞으로도 몇 차례의 포럼을 개최한다는 계획이다.
‘호조벌 상생 발전위원회’는 사실 무단 성토로 논을 밭으로 불법 형질변경한 지주, 경작자들이 시의 제재에 시청 앞에서 2개월여 집회를 벌인 뒤 구성된 일종의 협의체이다.
시흥시는 호조벌 보존을 위해 법이 정한 범위에서만 성토를 허가하고 논농사만 짓도록 강제했지만 일부 농민들이 논을 밭으로 형질변경해 다른 작물을 재배하면서 제재의 대상이 됐다.
호조벌의 상징성과 역사성을 보자면 미래 세대에게까지 호조벌을 물려줘야겠지만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호조벌 보존 대책으로 피해를 감수해야 한다는 일부 농민들. 300여 년 역사를 지닌 호조벌이 미래 300년까지 이어질 수 있는 합리적인 대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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