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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 너머를 기다림[월요단상] 윤민영 목사
  • shnews
  • 승인 2022.07.08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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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야는 거친 돌들과 메마름 뿐이다. 마실 물조차 없는 생명이 살기 힘든 땅이다. 광야를 의미하는 히브리어 '미드바르'(midbar)는 '바람에 의해 굳게 다져진 공간'이란 뜻이다. 필자가 광야에서 신기하게 수박을 본 기억이 있다. 새끼손가락 끝부분 만한 작은 수박의 모양이 선명한 것이 작은 수박 넝쿨에 달려있었다. 너무 신기하여 그 작은 수박을 따려고 허리를 숙이는데 가이드 하시는 분이 소리를 지르며 말린다. 이유인즉 이 척박한 땅에 맺힌 수박은 독이 있을 수 있으니 조심하라는 것이다. 그래서 수박을 따지 않고 광야 앙상한 풀 한줄기를 꺾으려 했더니 얼마나 질긴지 그것도 못했다. 광야는 풀 한 포기도 살기 어렵고 살아있다는 것 자체가 독일 수 있다는 것이다. 흔히 우리 인생을 광야로 비유한다. 광야에서 살아남을 수 없는데 인생이 광야라는 것은 혹독한 시간들을 지나기 때문일 것이다. 광야는 힘들지만 항상 괴로움만 있는 것은 아니다. 광야에서 발견하는 독특한 것들이 있다. 영국의 저술가 C.S.루이스는 "평안할 때 인간은 하나님께서 양심을 통해 속삭이시는 소리를 잘 듣지 못한다. 그래서 하나님께서는 고난을 보내시는 것이다. 고난은 '인간의 잠든 감각'을 깨우시는 하나님의 '큰소리' 이다" 사람은 자신이 겪은 고통의 분량만큼 발전한다. 광야를 경험할 때 진정으로 겸손해지게 마련이다. 
미국의 탁월한 어린이 프로그램 진행자였던 프레드 로저스 목사의 삶을 다룬 영화 ‘뷰티풀 데이 인 더 네이버후드(A Beautiful Day in the Neighborhood)’에서 어른들이 아이들과 생활할 때 어른들이 범하기 쉬운 실수 한 가지를 보여준다. 로저스 목사가 텐트를 치는 법을 가르쳐 주는 시간인데, 생각보다 텐트가 잘 세워지지 않아 이리저리 갸우뚱하다가 끝내 텐트를 설치하지 못한다. 방송 스태프들은 휴식 시간에 그에게 텐트를 미리 설치할지 묻는다. 그는 실패한 모습 그대로를 방송에 내보내자고 말한다. 어른들도 일이 계획대로 되지 않을 때가 있다는 걸 아이들이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어릴 때부터 우리는 빛과 어둠, 성공과 실패를 가른다. 빛과 성공의 세계로 안내하는 것이 어른의 책임이라 생각한다. 어둠과 실패를 아이들이 접할 기회라도 오면 ‘너희들은 몰라도 된다’며 서둘러 현장을 가리곤 한다. 아이들은 점점 어둠과 실패는 무조건 나쁜 것이라는 인상을 받게 된다. 그러다 인생에 어둠이 찾아오면, 자신을 실패자로 규정해 버린다. 실패도 삶의 일부분이라는 것을 인정하고 보여줄 필요가 있다. 어둠을 거부하고 싶지만 거부해도 삶에서 어둠을 떼 낼 순 없다. 어둠은 피하고 싶지만 늘 우리 곁에 있다. 그 어둠을 피하려 하지 말고 도리어 터널을 넘어 환한 빛이 오고 있음을 생각하고 기다림의 시간을 만들면 어둠도 감동의 기회가 될 수 있다. 
한국의 슈바이처라고 불리는 장기려 박사는 6·25전쟁 당시 피란 중에 가족들과 생이별의 쓴 경험이 있는 분이다. 1·4 후퇴 당시 자신이 돌보던 환자들을 정신없이 트럭에 태우고 내려오다 보니 그만 아내와 4남매를 북에 두고 온 것을 알게 되었다. 그 후 그는 남한에서 40년 이상을 혼자 살면서 아내를 그리워했다고 한다. 주위에서 재혼하시라는 권유를 받을 때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나는 내 아내에 대한 사랑이 너무 크기 때문에 재혼하지 않습니다. 그를 다시 만날 터인데 왜 재혼을 합니까? 아내도 오늘까지 참사랑을 간직한 채 나를 기다리고 있으리라 믿습니다. 만약 살아서 아내를 보지 못해도, 우리의 사랑은 저 천국에서 영원할 것입니다. 그래서 재혼하지 않습니다.” 남편을 기다리는 아내, 아내를 기다리는 남편의 마음이 너무도 애틋하다. 그 어둠 속의 기다림은 빛이 비치지 않아도 환하고 듣는 사람의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우리는 코로나의 터널을 조금 벗어난 듯하다. 장마와 무더위도 만만하지 않다. 어둠이 우리 앞에 사라지지 않지만, 광야에서 더 겸손하게 생수를 기다리는 사람은 웃으면서 새날을 준비하며 즐거움의 향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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