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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월요단상] 경기과학기술대학교 박혜성 교수
  • 시흥신문
  • 승인 2022.05.06 1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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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계절의 여왕답게 녹음은 짙어가고 지천이 향기로운 꽃에 덥지도 춥지도 않은 매일 매일을 감탄하게 되는 날들의 연속이다. 5월은 근로자의 날을 시작으로 어린이 날, 어버이 날, 스승의 날, 석가탄신일까지 행사가 줄지어 있어 주머니 사정은  얇아지기 십상이고, 자칫하다간 소홀한 사람이 되어버릴 수도 있는 신경을 바짝 곤두세워야 하는 계절이기도 하다. 특히 내게 스승의 날은 감사의 마음을 꼭 전하고 싶은 존경하는 두 분이 계셔서 자발적이면서도 의도적인 마음을 전하고 있는 날이기도 하다. 
 인생을 살면서 존경하는 사람을 몇이나 품고 살아가고 있는가? 열 손가락 정도는 꼽아야 하는게 아닐까라는 생각이지만 사실 다섯 손가락도 채 못 꼽고 있는게 지금의 내 실정이다. 누군가에게 존경을 받는 일이나, 누군가를 존경하는 일이 생각만큼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 할 수도 있겠다. 두 분의 은사님중에 한 분은 중학교때 지리 선생님이시고, 한 분은 대학원 지도교수님이시다. 그 분들을 존경하게 된 나름의 사정이 있지만 중학교 선생님과 친해지게 된 사연을 이야기해볼까 한다. 
 선생님께서는 교육대학교를 마치고 첫 부임지가 내가 다니던 시골 중학교였다. 그 말은 곧 교육자로서의 사명감과 열정이 끓어오르던 시기였다는 뜻이다. 그때 우리 학교에는 선생님처럼 젊은 초임 선생님들이 여러분 계셨고, 그분들 덕분인지 학교에서 실시되는 행사는 창의적이고 재밌는 일들이 넘쳐나서 학교 가는 일이 꽤 설레였던 기억이 있다. 선생님들의 활력있는 열정과 어디로 튈지 모르는 어린 학생들과의 시너지가 꽤 효과를 발휘했던게 아니었나 싶다. 
 지금은 차로 10분이면 왕복이 가능한 거리인데 그때만해도 모든 연결망들이 지금처럼 완벽했던 시기가 아니어서 집에서 학교까지는 걸어서 한 시간여 남짓한 시간이 걸렸다. 그러한 곳에 아침저녁으로 버스가 다니기 시작했다는 것은 그 시절 우리에겐 혁명적인 사건이었다고 할 수 있다. 중학교에 입학하면서부터 버스를 타고 통학하기 시작했는데, 막차가 들어와 마지막 정거장에서 숙박을 하고, 그 차가 다시 첫차가 되어 출발하는 방식으로... 버스 한 대가 들어왔을 뿐인데 15년 통학인생이 달라져버린 것이다. 토요일을 제외하고 월요일에서 금요일까지 첫 차를 타고 학교에 가고, 막차를 타고 집에 도착하는 획기적인 통학 생활이 시작된 것이다. 첫 차를 타고 학교에 도착하면 같은 버스를 이용하는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수다도 떨고 소소한 놀이들을 즐기면서 수업시간을 기다렸었고, 막차 시간을 기다릴 때는 주로 운동장에서 자전거를 타고 놀았었는데(시간이 남는다고 특별히 공부를 더 열심히 했던 기억은 없다), 학교 근처에서 하숙을 하던 선생님이 보시기에 배가 좀 고파 보였던 모양이다. 배고프면 학교 앞 매점에 가서 선생님 이름으로 맛있는 것을 사먹으라는 말씀에(분명히 지나가는 말로 해보신 말씀이었을텐데), 여러번 선생님 이름을 빌어 ‘외상’을 했던 기억이 있다. 선생님 보시기에 그 모습이 당돌하고 귀여워 보이셨던지 만나기만 하면 외상이라는 제스춰를 취해 놀리곤 하셨는데, 짜증도 나고 부끄럽기도 해서 툴툴거리다가 자연스럽게 친해지게 되는 계기가 만들어졌던 것 같다. 덕분에 고등학교 진학 문제로 골치를 앓았던 시기에 주셨던 응원의 말씀들이 아직도 잊을 수 없는 따뜻한 말중에 최고의 말이 되었고, 그 이후로도 지금까지 서로의 생사여부를 묻고 사는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중이다.
 그 시절 간직하셨던 제자를 향하던 처음 그 마음을 삼십년이 훌쩍 넘은 지금도 여전히 간직하고 계신 모습에 감동을 받아 존경하는 마음이 더 커져가는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교사생활 내내 평교사를 유지하면서 학생들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소통하시고, 전국 답사도 함께 하시고, 해마다 학회지에 연구실적을 발표하시는 평생이 교육자셨고, 앞으로도 그러하실 선생님을 어찌 존경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삶의 모습이 누군가에게 하나의 가이드가 되고, 한 마디 말에 누군가의 가슴을 뛰게 할 수 있다면 잘 살아온 삶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불현 듯 드는 생각 ‘존경받을 수 없을지라도 좋은 사람은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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