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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희망을 노래할 수 있는가?[월요단상] 천향교회 담임목사 윤민영
  • shnews
  • 승인 2021.08.20 16: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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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 블루’(Corona Blue)라는 말이 돌 정도로 우울감이 팽배해진 나날이 계속되고 있다. 감염병이 유행할 때에는 감염의 우려와 공포감에 감염병 발생에 대한 정보를 검색하는 데 집착하게 된다. 또한 의심이 많아져서 주위 사람들을 경계하게 되며, 외부활동이 줄어들고 무기력감을 느끼게 된다. 이를 감염병 스트레스라고 한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 사태를 맞아 감염병 스트레스가 발전하여 우울감이 증폭되어 나타나는 특별한 증상이 느껴지는 경우, 또는 질환까지 이르지는 않았더라도 전반적인 무기력감이나 사회적 거리 두기 상황에서 발생하는 가족 간의 갈등, 또는 자가격리와 같이 통상적이지 않은 조건에서 야기되는 감정적 변화를 '코로나블루'라고 한다. 이런 어려움은 단순히 심리적 아픔 이상의 우리 생활 곳곳에 아픔과 상처로 흔적으로 남기고 있다. 코로나 감염병 위험에 노출되어 스트레스와 무기력에 시달리는 우리에게 희망은 있는가? 성경 시편 133편 노래다. 
 “보라 형제가 연합하여 동거함이 어찌 그리 선하고 아름다운고 머리에 있는 보배로운 기름이 수염 곧 아론의 수염에 흘러서 그의 옷깃까지 내림 같고 헐몬의 이슬이 시온의 산들에 내림 같도다 거기서 여호와께서 복을 명령하셨나니 곧 영생이로다”
 유대인들이 사랑하는 형제들이 함께 어울려 축제를 벌이는 순간의 즐거움을 노래하고 있다. 이런 공동체의 모습은 비록 유대인 뿐 아니라 우리 모두의 마음에 품은 일종의 희망이다. 어릴 적 동무들과 흥겹게 뛰어놀면서 깔깔대며 웃던 그 모습과 가족 간의 환한 웃음과 덕담 속에 그리고 광장에 모인 시민의 축제 속에 펼쳐지는 어울림 한마당은 모든 갈등을 해소하는 회복의 공간이다. 그러나 유대인들은 이 노래를 결코 즐겁게 부를 수만은 없었다. 흥겨운 리듬의 노래에는 특유의 단조 멜로디에 얹힌 슬픔의 감성이 묻어 있다. 수천 년 동안 이들은 고향을 등지고 여러 지역을 유리하며 서로 떨어져 난민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었으니까. 이들은 지금 존재하지 않는 미래의 희망을 기대하며 이 노래를 불렀다. 언젠가는 흩어진 형제들이 함께 어울려 살 수 있기를 고대하며 말이다. 이 노래는 유대인들의 한과 흥을 담아낸 우리의 ‘아리랑’과 같다. 그 혹독한 현실 앞에도 희망을 노래할 수 있어야 한다.
 넬슨 만델라는 남아프리카 공화국에서 1940년 인종차별 반대 시위를 주동하다 대학에서 쫓겨났다. 이때부터 일생을 건 흑인 인권운동의 길을 걷다가 투옥돼 무려 27년 동안 옥살이를 했다. 옥살이 할 때 죄수의 등급은 최악의 정치범을 상징하는 D등급이었고 면회는 6개월에 한 번, 편지도 한 통밖에 허용되지 않았다. 독방에 갇힌 지 4년째 되던 해에 어머니가 돌아가셨고, 이듬해에는 큰아들마저 자동차 사고로 죽었지만 장례식에도 참석할 수조차 없었다. 그러던 중 14년 동안이나 보지 못한 맏딸이 딸을 낳았다고 찾아왔다. “아버지, 그때 편지로 말씀드린 제 딸의 이름은 정하셨나요?” 그들에게는 할아버지가 손자의 이름을 지어주는 풍습이 있었다. 맏딸은 그 무수한 고난의 시간을 견뎌 어른으로 성장했고 결혼도 했다. 그리고 이렇게 딸의 이름을 지어달라고 옥중의 아버지를 찾아왔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작은 쪽지를 내밀었다. 딸은 그 쪽지를 조심스럽게 펼쳐서 보고는 종이에 얼굴을 묻고 북받쳐 오르는 감정을 겨우 참아냈다. 종이에 묻은 잉크가 눈물로 얼룩지고 있었고 거기에 적혀 있는 글자는 ‘아즈위(Azwie)’ 희망이었다. 만델라가 감옥에서 석방된 후 350년에 걸친 인종 분규를 종식한 공로로 그는 1993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했고, 그 이듬해 남아프리카 공화국 최초의 민주 선거를 통해 흑인으로는 처음으로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 이후 2013년 12월 5일에 95세로 타계했다. 지구촌의 사람들이 그를 존경하고 추모하면서 그의 뜻의 소중함을 간직하고 싶어했다. 만델라는 그 어두운 감옥에서도 희망을 붙잡았다. 붙잡은 그 희망이 그를 새로운 세계로 인도한 것이다. 그래서 지금 아무리 힘겨운 시간을 보낼지라도 희망을 노래할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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