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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 변비, 만들어지고 있지 않을까요?[의학칼럼] 신천연합병원 소아청소년과 김정은
  • shnews
  • 승인 2021.05.07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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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비로 힘들어하는 아이들은 심해질 때는 변을 팬티에 묻히는 유분증으로 진행하기도 합니다. 냄새로 친구들로부터 지적을 받거나, 어른들께 꾸중이라도 들었다면 더욱 위축되어 숨게 됩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도 소아변비 치료의 기본은 매복변을 관장으로 제거하고 이 후 변비약을 꾸준히 충분한 양으로 복용시키는 것이 매뉴얼이었습니다. 물론 선천성 거대 결장증과 같은 드문 질환들을 감별하는 과정이 필요한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에서 변비는 기능성 질환으로 나타나곤 합니다. 
변비를 포함해 유소아기 기능성 질환에 대한 접근법이 그 동안 많이 바뀌었습니다. 기능변화를 만드는 생활, 식사, 수면 습관, 가족, 친구들과 관계 등을 두루 살펴보는 것입니다. 그 중에서도 작지만 확실하게 남아있는 ‘나쁜 기억’을 ‘좋은 기억’으로 덮어 잊게 해주려는 노력이 필요합니다. 
배변시의 통증, 누군가 나의 항문을 수시로 들여다보고 벌리고 뽑으려 하고 매일 아픈지 물어보고, 변 봤는지 물어보고 하는 모든 행동들이 아이로 하여금 지속적으로 트라우마를 갖게 합니다. 휴머니즘에 입각한 접근. 즉 아이의 입장에서 아이의 통증을 이해하고 어설픈 개입을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억지로 관장하기 보다 충분한 완화제로 부드럽게 배변하도록 돕고, 편안한 배변을 꾸준히 경험하여 배변에 대한 나쁜 기억을 극복하도록 돕는 것이 좋습니다. 며칠간 배변을 잘 했다고 바로 약물을 끊어버리는 것을 제일 주의해야 합니다. 오랜 시간 단단한 변으로 늘어났던 직장 근육은 피로도가 쌓여 있어, 다시 근력을 찾고 소량의 변이 밀려와도 변의를 느낄 수 있을 때까지 수 개월, 길게는 1년 여가 걸리기도 합니다. 어설픈 개입으로 변비약을 주다가 끊기를 반복하는 동안 배변에 대한 아이의 나쁜 기억은 강화됨을 주의합니다. 

부모 - 아이 몸에 손대기, 다리 벌려 주기, 면봉으로 항문 자극하기
매일 변 이야기하기, 탓하기, 변 모양과 횟수 기록하기 

의사 - 관장하기, 완화제 자주 중단하기, 식이 요법 강요하기, 탓하기
변 모양과 횟수 기록하라고 하기 
어떤가요? 우리가 수시로 겪는 일이지 않은지요?  흔히 회자되듯 변비약(완화제)은 ‘내성이 생기거나 몸에 해로운 약, 빨리 끊어야 좋은 약’이 아닙니다. 장에서 흡수되지 않고 변까지 내려가 변과 섞여 농도를 진하게 하고, 주변의 수분을 끌어들여 보다 부드러운 변이 되도록 돕는 물질입니다. 아이가 갑자기 채소를 많이 먹어 변을 잘 보게 되기를 강요하기 보다 배변을 편안하게 하여 장을 비우고 공복감을 느껴 식욕을 돋우는 것이 보다 자연스러운 흐름일 때가 많습니다. 
빨리 고통을 벗어나게 해 주겠다. 많이 먹이겠다, 골고루 먹이겠다는 집착과 욕심을 내려놓고 아래의 이야기에 귀기울여 보세요.  

아이 입장에서 생각하기, 아이에게 자기 결정권을 주기, 어설픈 개입하지 않기
변 이야기를 꺼내지 않기, 기억나지 않게 하기
변을 보면 크게 칭찬하고 못 보더라도 외면해 주기

완화제는 진료실에서 처방 받은 하루 양을 하루 중 아무 때나 주기 (편하게)
수 개월 또는 1년 이상 중지하지 말고 장기간 쓰면서 서서히 감량하기
 약물의 감량은 집에서 가까운 소아청소년과 선생님과 상의해 주세요. 아이의 상태는 가까이서 보고 복부를 만져보면서 평가하는 것이 안전합니다. 늦더라도 5세 까지는 배변훈련 하지 마시고 잘 하는 부분을 격려해 주세요. 아이를 믿고 카운트하지 말고 ‘똥꼬’에 대한 아이의 나쁜 기억을 좋은 기억으로 덮어주세요.  또 하나! 내 아이의 친구가 변비로 고생하고 있을 때도 같은 마음으로 기다려 줄 수 있도록 아이와 대화를 많이 나누어 주세요.  


-     2019년 대한소아청소년과의사회 경기지회 연수강좌, ‘부모와 의사가 만드는 우리아이 변비’, 최연호교수 강의에서 인용 
-     ‘기억 안아주기’ 에서 인용. 글 최연호(삼성서울병원 소아청소년과 교수), 2020, 글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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