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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며 일할 수 있는 권리[월요단상] 공계진 사단법인 시화노동정책연구소 이사장
  • 시흥신문
  • 승인 2021.04.02 1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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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12만 명의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는 시화공단(안산시소재 포함)은 고용의 보고(寶庫)이다. 그중 약 60%의 노동자들이 시흥거주자이니 시흥시의 보고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거기서 일하는 노동자들 입장에서 보면 시화공단이 노동자들의 보고는 아니다. 왜냐하면 노동자들이 일하는 공장의 98%정도가 50인 이하 규모이다 보니 일하는 노동조건이 너무 안 좋기 때문이다.

시흥시 임금 수준이 경기도 31개 시군구 중 대략 25위(시흥시 밑에 있는 시군구는 농촌지역, 시흥시 비정규직 및 임금노동자 현황 각년도, 시화노동정책연구소) 정도임은 익히 알려져 있는 사실. 그런데 필자가 본 칼럼에서 언급하고자 하는 것은 임금이 아니라 임금 이외의 노동조건, 그중 ‘노동환경’에 대한 것이다.

범위를 다시 공단으로 좁혀보자. 시화공단에 들어가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시화공단은 작은 공장들로 빈틈없이 채워져 있다. 그 작은 공장은 크게 자재를 쌓아놓고 자재를 싣고 내리는 공간, 사무 공간, 작업 공간(공장) 등으로 나뉘어져있다. 대부분의 공장에는 노동자들이 휴식시간에 쉴 휴게공간이 없다. 점심시간에 밥 먹을 식당도 없어서 대개는 몇 개 공장이 함께 이용하는 외부 식당을 이용한다. 그나마 이들 식당의 규모도 매우 작아 밥 먹고 잠시 쉴 수 있는 공간이 없다. 그래서 밥만 먹고 자신의 공장으로 돌아오지만 쉴 곳이 마땅치 않아 공장 한 구석에 있는 작은 공간에서 쪼그려 앉아 휴식을 취한다. 제법 큰 공장에는 마당이 있어서 그곳에 선을 그어놓고 그 흔한 족구를 하지만 이들 작은 공장에 족구장은 그림의 떡이다. 왜냐하면 작은 공장에는 주차공간마저 여유롭지 않아서 그나마 공간이 있으면 주차장으로 사용하기 때문이다.

일하는 노동자들에게 40~60분의 점심시간, 오전 오후 중간에 주어지는 10분의 휴식(이 휴식 시간이 주어지지 않는 곳도 많음)은 고된 노동의 피로를 풀고 다음 노동을 준비하는 충전시간이다. 이런 휴식과 충전이 있을 때 노동자들의 노동은 활력을 띠고, 생산증진으로 연결된다. 하지만 휴식시간에 충분한 휴식과 충전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노동자들은 피로는 누적되어 건강약화로 연결되며, 심한 산업재해를 당하기도 한다. 그래서 휴식과 충전은 중요하지만 불행히도 시화공단의 작은 공장 노동자들에게는 휴게공간이 마땅치 않아 충분한 휴식과 충전 없이 노동을 해야만 한다. 그래서 그들 노동자들의 건강상태는 좋지 않아서, 코로나19로 죽는 경우는 없지만 산업재해로 목숨을 잃는 노동자들은 많다.

하지만 시화공단노동자들의 휴게실태를 정확히 파악하고 대책을 마련한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시화공단은 국가산단이라서 관리권을 중앙정부가 갖고 있지만 필자가 아는 범위 내에서는 휴게 실태를 중앙정부가 조사한 적이 없었다. 즉, 시화공단을 관리하는 한국산업단지공단은 매월 입주업체 및 가동업체 수, 생산량, 수출량, 고용규모 등을 조사 발표하지만 지금껏 단 한 번도 휴게 실태를 조사 발표한 적이 없다. 정부에서 일하는 관료들의 관심은 노동환경이 아니라 생산에만 있기 때문이다.

사정은 지방정부도 마찬가지이다. 필자가 틈만 있으면 시흥시 관계자들에게 시화공단에 관심을 가질 것을 요청하였지만 돌아오는 답은 ‘관리권이 시흥시에 없어서 어렵다’ 것이었다. 그것을 모르고 하는 요청이 아니건만 답은 ‘늘 몰라서 요청하는 냥’ 능청스럽다.

이제 생산이 아닌 ‘노동환경’에 관심을 가져야 한다. 노동자들에게 ‘쉬며 일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 “공장규모가 작은 곳이라고 어렵다, 중앙정부 관할이라 어렵다”라는 식으로 발뺌을 할 것이 아니라 방법을 찾아야 한다.

시화공단에는 가동하지 않는 공장들도 존재하는데 이들 공장들을 중앙정부 또는 지방정부가 인수하여 그곳을 작은 공장의 공동휴게공간으로 만들어가는 플랜을 세우고, 중장기적으로 추진해나간다면 못할 것도 없다. 방법이 없는 것이 아니라 방법을 안 찾는 것이 문제이다.

시흥신문  webmaster@n676.ndsof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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