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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일하는 사람들과 건강[의학칼럼] 신천연합병원 내과전문의 송홍석 과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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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1.03.05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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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직업은 그 사회의 모습을 반영한다. 코로나19 전염병의 위기속에서 택배 물량의 폭증은 그 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기록적으로 늘렸다. 하지만, ‘경쟁과‘효율’, ‘생산성’이 먼저인 사회에서 ‘사람’은 자야만 하는 ‘밤’에 지배당하고, ‘속도와 시간’에 지배당하고 그렇게 쓰이고 쓰였다. 그러면 사고와 질병은 생기기 마련이다. 사람의 몸과 마음은 기계가 아니기 때문이다. 새벽배송, 로켓배송의 편리함에 가려진 사람과 건강을 말하려 한다. 
물류혁신을 말하며 기록적인 성장을 거둔 쿠팡에서 최근 8개월동안 5명의 노동자가 죽었다. 사인은 모두 심근경색과 같은 심장질환이다. 심장질환의 원인은 야간노동과 고강도 장시간 노동 때문이다.
배송을 담당하는 쿠팡맨은 주간 전담, 야간 전담으로 나뉘어져있다. 주간근무자는 오전8시~9시에 시작해서 11시간 노동을 한다. 야간근무자는 오후 10시에 출근해서 다음날 오전 7시에 배송을 마치고 정리하면 8시에 퇴근을 한다. 신선식품 당일 배송이 생기면서 야간 전담노동이 생겼고, 무슨 일이 있어도 무조건 아침 7시에는 배송을 완료해야 한다. 시간 압박에 어두컴컴한 밤을 달리고 또 달린다. 이러다보니 업무상 안전과 건강에 문제가 생긴다. 
첫째는 교통사고나 배송 중 넘어짐 사고다. 특히 비오는 날 시간에 쫓겨 운전하다보면 사고가 자주 일어나고, 야간에 박스 배송을 하다보니 전방에 장애물을 못보고 넘어져 다치는 일이 많다. 
수면 장애도 심각하다. 야간 배송을 전담하게 되면 생체리듬이 깨져 잠들기도 힘들고, 중간에 자주 깨는 등 수면이 질이 매우 좋지않다. 야간 노동을 오래한다해도 적응되지 않는다. 생활패턴도 망가져 사회생활에도 지장을 준다. 이는 거의 모든 야간근무자가 겪는 문제다. 
배송물의 무거운 중량도 요통 등 근골격계질환을 일으키는 요인이 된다. 고객이 한번에 25kg 이상의 배송물을 주문하고 배송하게 되는 경우 척추에 부담을 주게 된다. 
업무상 스트레스도 건강에 유해하다. 비정규직의 존재와 9단계로 세분화된 레벨제(직무성과급제) 때문이다. 각 레벨에 따른 임금 차등이 있고, 분기당 배송량, 관리자 및 동료, 고객의 평가, 안전성 평가를 점수화해서 레벨 승급의 지표로 삼는다. 산재나 휴직을 하게되면 평가 점수가 삭감되면서 승급하기 힘들다. 게다가 레벨 승급 인원은 정해져 있어 치열한 상대 경쟁을 유발시키는 신체, 정신건강에 유해한 조직 문화다. 
야간 노동을 하는 또다른 직업군을 말하려 한다.
음주 후 운전을 대리하는 대리운전 기사들이다. 현재 전국의 대리운전기사 수는 10만여명으로 전국의 택시기사 수 27만명에 견준다면 하나의 독립된 직업군이라고 할만큼 큰 규모를 가지고 있다. 2014년 연세대 윤진하의 연구에 의하면, 대리운전기사는 하루 평균 44만건 정도의 운전업무를 하고 있고 이는 KTX 하루 이용고객의 4배정도 되는 수준이다. 대리운전 경력은 1년 미만이 16%, 1년~5년 미만이 44%, 5년~10년 28%, 나머지 11%는 10년이 넘는 경력을 갖고 있었다. 대리운전 직업으로 인해 평온하고 안전한 일상과 사회가 유지되고 있고, 이를 ‘업’으로 삼고 있는 수많은 사람들이 존재하는 한, 우리는 대리운전 ‘직업’에 종사하는 이들의 안전과 건강을 살펴야 한다. 이번 건강칼럼에서는 간단히 요약만 해보고자 한다.
대리운전 기사는 야간에 취객을 상대하므로 고객의 신체적 폭력과 언어적 폭력에 항시 노출되어있다. 운행 사이의 사고의 위험이 있고, 보호되지 못하고 있다. 2014년 연세대 윤진하의 연구에 의하면, 불면증이 없는 대리운전기사가 2.4%에 불과할 정도로 수면장애가 매우 심각했다. 우울증과 자살 사고도 심각했다. 사회적 관계의 단절로 인한 사회적 건강의 문제도 있었다. 대리운전기사의 건강은 나와 사회의 안전에 지대한 영향을 미치므로 사회적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우리가 자는 밤시간에도 노동은 잠들지 않는다. 밤 노동을 줄이려는 개인과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고 필수적인 밤 노동에 대해서는 사회가 보호할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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