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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많이 걷습니다. 코로나19가 바꿔놓은 일상의 변화죠. 으레 꽉 차있던 모임과 행사 약속도 줄어들고, 주말 즐거움을 주던 운동 동호회 활동도 할 수 없으니, 그저 이곳저곳 걷는 게 그나마 낙입니다. 어떻게 변했나, 새로 조성된 은계지구 새 거리, 배곧 신도시의 한울공원 해변길을 걸어봅니다. 쭉 뻗은 넓은 보도와 광장, 새로 솟은 산뜻한 건물들, 성장하며 변화하는 시흥 도시의 역동이 느껴지네요. 걷기에도 참 편하고 쾌적합니다. 그런데 몇 번을 가다보니 좀 밋밋하고 심심합니다.
이제 새로운 루트를 찾아볼까. 구도심 동네는 어떨까. 그동안은 주로 자동차로 스쳐 지나가던 곳들이었죠. 삼미시장 뒤편 복작거리는 거리를 지나 신천공원을 걷기도 하고, 소래산 자락에서 구시청길을 지나 대야동의 낮은 주택지 이 골목 저 골목을 발길 가는 데로 걷습니다.
구도심의 동네길, 좀 좁고 걸리적거리고 밤에는 어둡네요. 역시 많이 불편합니다. 그렇지만 한편으로 참 아기자기하고 재밌습니다. 걸으니까 새로 만나게 되네요, 동네의 재발견입니다. 같은 듯 다른 옛날식 통닭집들, 꽉찬 속이 먹음직스러워 보이는 만두집, 안과 밖이 화초로 가득한 미용실, 소소하지만 사람 사는 냄새가 느껴집니다. 과연 이곳에서 장사가 될까싶은 동네 한가운데 과감히 문을 연 청년사장님들의 포장·배달 전문 회집이 북적거리는 모습 참 반갑습니다.
오래된 동네에는 이야기가 있고 추억이 있습니다. 이곳이 신천리로 불리던 시절의 아마 첫 동물병원이었을 거라고 전해 들었던 시흥동물병원, 조금 옆으로 자리를 옮겼지만 여전히 있네요. 차로 지나칠 때 잘 안보여서 궁금했었거든요. 25년 전 시흥으로 이사와 꼬맹이 아이들과 첫 둥지를 틀었던 동우연립도 그 모습 그대로입니다. 이제는 장성한 아이들과 나눌 소중한 기억이고 이야기 거리입니다.
구시청길 소래산첫마을 도시재생사업의 하나로 추진되는 시흥극장 복원도 동네의 이야기를 되살려 이어가는 소중하고 뿌듯한 과정입니다. 예전 모습이 많이 남은 옛시흥극장을 어떻게 복원해서 활용해볼 수 없을까 하는 주민들의 바람과 정책제안이 도시재생 마중물사업을 통해 실행되게 되었습니다.
두편짜리 영화관으로, 또 예전 시흥에서의 내로라하는 행사장으로 한때 번성했던 추억의 공간입니다. 많이 낡고 쇠퇴해서 새로 단장하는게 좀 어렵고 더디지만 이제 얼마 후엔 동네에서 사랑받는 영화공간이자 소박한 예술공연장으로 다시 돌아올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1960년대 미국에서, 오래된 도심지 슬럼의 제거와 신도시로의 대체, 신축건물과 넓은 도로로 대표되던 당시 도시개발 정책을 비판하며 ‘걷는 사람’들을 중심으로 하는 도시정책으로의 전환을 제기했던 제인 제이콥스. 그는 명저 ‘미국 대도시의 죽음과 삶’에서 ‘거리에 많은 사람이 다니도록 하는 것’, ‘오래된 건물들을 그대로 두는 것’, ‘여러 종류의 가게가 어우러져 조화’, ‘도시의 블록을 작게 유지하는 것’, ‘골목길을 있는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얘기합니다. 이렇게 하여 공동체가 유지되는 동네에서는 범죄율도 현저히 낮고, 동네를 중심으로 생산과 소비가 어우러져 자생하는 토대가 된다고 하네요.
어려운 코로나19 경제상황에서 수많은 작은 가게들이 버틸 수 있게 하는 힘도 가까운 곳 소비로 자연스럽게 서로 보듬게 되는 ‘동네’, ‘골목’에 있습니다.
※ 덧붙임.
‘방콕’ 생활로 지친 일상에 산뜻한 활력을 불어넣어줄 멋진 영화 장면 하나 소개합니다.
여전히 연습생에 알바신세지만 무용수로의 큰 성공을 꿈꾸며 도전하는 27살 뉴요커 프란시스가 거리를 힘차게 달리는 긴 장면으로 유명한 「프란시스 하(Frances Ha. 2012)」, 뉴욕 구도심 브루클린의 낡지만 생동하는 거리 풍경과 어우러져 신나고 흐뭇한 여운을 남깁니다.
shnews j5900@cho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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