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시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설치 및 운용 조례’ 제정을 놓고 최근 두 달여 지역사회의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아니 어쩌면 갈등의 정도를 넘어 ‘극한 대립양상’이라는 표현이 옳을지도 모르겠다.
알다시피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은 코로나19로 인한 긴급재난지원 등이 지자체 재정부족현상으로 이어지자 ‘지방재정법’과 ‘’지방기금법‘ 개정을 통해 특별회계와 기금의 예비비 중 당해 연도 집행계획이 없는 재원을 예수·예탁하여 활용하도록 지난 5월 문재인 정부에서 권고했다.
이에 시흥시도 이를 반영한 ‘시흥시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설치 및 운용 조례‘ 제정을 추진했다.
시 정부는 택지개발 등 도시가 성장하면서 공공시설 건립이 시급하지만 현재 가용재원이 충분하지 않아 지방재정 회계와 기금 상호간 여유재원을 ‘통합재정안정화기금’으로 조성해 재정운용 효율성을 통한 시흥시 균형발전을 제고한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해당 조례는 자치행정위원회(제281회 임시회)에서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며 심사 보류했다. 그 이면에는 시흥시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의 상당 부분을 배곧과 관련된 공영개발특별회계에 의존하려다 보니 특별회계 본래 목적에 부합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와 8만3천여 명이라는 거대 인구(압력)을 앞두고 있는 배곧동 주민들을 의식했을 것이다.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조례’와 관련, 갈등의 정점을 맺은 것은 제282회 임시회 말미인 10월 20~21일께였다. 홍헌영 의원을 비롯한 송미희·이복희·김태경 의원 등이 21일 기자회견을 열고 시흥시 균형발전에 뜻을 같이 하는 시의원 일동은 자치행정위원회의 파행을 빚은 해당 안건에 대해 시흥시민 앞에 투명한 설명과 조례 상정 및 제정을 촉구했다.
또한 은계지구·목감지구·장현지구 입주자 총연합회는 21일 저녁 ‘시흥시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설치 및 운용 조례’ 제정을 촉구하는 성명서 발표를 통해 시흥시의 균형적 발전 도모 측면에서 해당 조례안을 상정·처리할 것을 촉구했다.
공교롭게도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조례’ 상정 및 제정을 촉구한 시의원들은 모두 ‘갑’지역이고 은계지구·목감지구·장현지구 역시 ‘갑’지역에 속하며 의도하지 않게 ‘갑’지역과 ‘을’지역 주민들 간 대립양상으로 번지게 됐다.
급기야 시흥시의회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조례 제정 절대 불가”, “시민에게 욕하는 A의원, 시민들에게 지역감정 분란을 일으키는 B의원 제명을 요구한다”, “배곧회계 강탈하려 여기저기 달려드는 꼴이 참으로 추하다” 등등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조례’ 제정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도를 넘어선 지경에 이르렀다.
시 정부는 제281회 임시회에서 ‘심사 보류’된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조례’를 제282회 임시회기 중 자치행정위원회에서 처리해주기를 내심 기대했지만 위원들 간 이견으로 위원회가 파행을 거듭하며 매듭을 못 짓고 결국 11월 정례회기로 넘어가게 됐다.
시 정부는 현재 2021년 본예산 편성작업을 진행 중이지만 가용재원 부족으로 MTV 및 택지지구 내 주차장 부지 매입 등 기반시설 구축 예산 확보에 어려움을 안고 있다. 또한 은계·목감·장현지구 내 어울림센터 등 1차 사업비를 확보해 늦어도 내년 초 첫 삽을 떠야하지만 이 또한 여의치 않다. 이러한 사업들은 임병택 시장의 공약사항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도 기반시설이 늦어짐에 따른 불편은 오로지 주민들이 감내해야 할 몫이 되어버렸다.
박춘호 의장은 제282회 임시회 폐회사를 통해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설치와 관련한 소모적인 논쟁으로 인하여 지역사회와 시의회에서 갈등과 대립이 반복되고 있어 안타깝지만 논의과정에서 무엇이 내게 이로운지 생각하기에 앞서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지 고민해야 한다. 시 정부도 정확한 정보 전달과 신뢰 회복이 필요하다. 시급성을 요하는 정책일수록 정확한 정보의 전달과 올바른 소통을 통해 합리적인 판단을 이끌어내는 것이 시흥시민의 뜻을 올바르게 반영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지역주민들 간 극한 대립양상으로 번지게 된 ‘통합재정안정화기금’, 그리고 ‘소신’과 ‘눈치 보기’의 경계에 선 정치인들은 민심이라는 거대한 세력(압력) 앞에서 갈피를 못 잡고 있다. 누군가는 이러한 갈등과 분란을 끝내야 한다. 과연 그 적임자는 누구일까?
시흥신문 webmaster@n676.ndsoftnews.com
<저작권자 © 시흥신문,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