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맑고 높은 가을 하늘을 바라보면서[월요단상] 윤민영 천향교회 담임목사
  • shnews
  • 승인 2020.10.16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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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은 등불이다. 눈을 통해 무엇을 보는가에 따라 마음이 끌려 발길이 되고 인생길이 된다. 우리 생활에 무섭게 가득치고 들어온 것이 COVID-19 이다. 모든 생활이 정지 되었다. 힘들다는 소식들로 가득하다. 그렇게 힘든 것도 사실이지만 그것으로 모든 것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또 미래는 계속 다가오고 있다. 그래서 그 이후를 바라보고 좀 더 큰 보폭으로 발길을 옮길 필요가 있다고 생각되었다. 그러려면 멀리 볼 수 있는 시선이 필요하다. 조금만 더 멀리 봐도 더 밝은 세상에서 환하게 꿈꾸며 살 수 있게 된다. 
일본의 우찌무라 간조(1861-1930)는 가정형편 가난해서 도쿄대학 입학을 할 수 없었다. 갈 수 있는 곳을 선택한 것이 2기 관비생으로 삿포로 농업학교에 입학한다. 그 학교에서 그는 초대 교무주임으로 1년간 초빙됐던 미국 매사추세츠 주립 농과대학 학장이었던 윌리엄 클라크 박사가 1기 관비생을 대상으로 가르쳤던 방과 후에 성경공부의 2차 열매로 맺게 된다. 농업학교를 졸업한 후 그는 미국 매사추세츠 주로 유학을 간다. 4년간 공부한 뒤 기독교인으로 선교의 비전이 뜨거워져서 일본선교의 꿈을 안고 귀국한다. 그는 도쿄 제일고등중학교 교사로 영어, 지리, 역사를 가르친다. 1891년 천황이 서명한 교육칙령을 읽는 학교행사에서 머리를 깊이 숙이지 않아 불경하다 해서 면직된다. 직장을 읽은 우찌무라는 실망하지 않고 멀리 보고 가장 소중한 일을 시작한다. 자신의 6평짜리 다다미방에서 성서연구회를 조직하고 청년들을 모아 성경을 가르치는 데 전념한다. 누가 외부강의나 일을 부탁해도 성경연구와 가르침에만 시간을 쓰려고 했다. 그는 일제 군국주의 하에서도 성경중심, 십자가중심으로 복음의 순결을 지키려고 힘썼다. 일제 군국주의에 대해 일본 국민들이 다 환호할 때, 그는 일본이 침략전쟁을 포기하지 않으면 하나님이 불벼락을 치실 것이라며 비판한다. 매국노라고 손가락질을 당하지만 그는 성경이 아니라고 하면 아닌 것이라고 주장한다. 천황에게 절하는 것도 우상숭배라며 단호히 배격한다. 그의 꿈은 성경대로 살아가는 위대하면서도 평범한 시민을 양육하는 것이었다. 그는 꿈대로 그가 수십 년간 가르쳤던 6평짜리 다다미방에서 야나이하라 다다오와 같은 3명의 도쿄대총장, 오호히라 일본수상 등 지도급 인사들이 배출됨으로써 1차 대전 후 일본이 근대화의 기틀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는 평생 두 J, 그러니까 Jesus와 Japan을 하나로 묶고자 했다. 그의 그런 생각은 그에게서 직접 배웠던 김교신, 송두용, 함석헌은 물론 유영모, 안창호에게로 이어져 조선의 기독교 민족주의로 표현됐다. 교사 면직 이후 거의 40년간, 70세의 일기로 세상을 떠날 때까지 그는 오직 성경연구 중심의 가르침에 매달렸다. 그는 근대 일본의 초석을 다진 평신도 성경신학자로 평가되고 있다. 지금도 일본인들은 가가와 도요히코(1888-1960)와 함께 그를 가장 자랑스러운 일본 기독교인으로 추앙한다. 사실 그는 가가와 도요히코보다 더 깊고 먼 영향력을 끼쳤다고 볼 수 있다. 가가와 도요히코는 평생 빈민 구제운동, 노동운동에 힘썼던 기독교 사회운동가였다. 그가 일본 사회당의 복지제도에 기초를 놓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많은 시간이 흐른 후 그의 사회활동은 가가와 도요히꼬 기념관만 남겨 놓았다. 그에 반해 우찌무라 간조가 성서말씀의 가르침으로 길러낸 청년들은 후일 각계각층의 지도자로 활약하면서 근대 일본을 만들어 나갔다. 
힘들다고 한숨 쉬며 주저앉아 있는 듯한 답답한 생활에서 탄식하기보다 멀리보고 책을 일고 서로 나누고 복된 미래를 계획하며 다음세대에 눈을 돌려 할 수 있는 일들을 시작하면 좋겠다. 가을 하늘에 유난히 맑고 높다. 공기가 신선하고 뭔가 하고 싶은 마음이 꿈틀거리는 기분이다. 맑고 높은 가을 하늘을 바라보며 희망 가득한 꿈을 안고 힘차게 일어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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