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례없는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확장재정 기조를 위해 행정안전부가 지난 6월 지방재정법을 개정했다. 개정안 주요 골자는 기금의 여유 재원을 다른 기금이나 회계에 일정 기간 융자할 수 있도록 허용 근거를 신설하고 통합관리기금과 재정안정화기금을 통합재정안정화기금으로 병합, 이를 통해 여유 재원을 효율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행안부가 전국 자치단체에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설치를 적극 권장하면서 사용 목적이 제한돼 활용하지 못했던 자치단체 특별회계 예산을 코로나19 대응과 지역경제 활성화 또는 주요 현안사업 등에 사용이 가능해졌다.
시흥시도 ‘지방재정법’과 ‘지방자치단체 기금관리기본법’ 개정에 따라 이를 반영한 ‘시흥시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설치 및 운용 조례’(이하 ‘통합기금 조례’) 입법예고를 마치고 시흥시의회 제281회 임시회기(9.15.~9.18.) 중 해당 조례안을 제출했지만 시흥시의회 자치행정위원회는 심의를 통해 “통합재정안정화기금 도입에 있어 좀 더 논의가 필요하다”며 ‘심사 보류’를 결정했다.
당초 시정부는 “예산지출의 유연성 확대 및 회계별 융통성 없는 ‘칸막이 운용’ 해소는 물론 코로나19 사태와 같은 위기상황에서 각종 회계의 여유재원을 활용, 신속하게 대처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해당 조례 제정 필요성을 강조했다.
시정부는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을 ‘통합계정’과 ‘재정안전화계정’으로 운용하며 특별회계별 예비비 1% 이내로 재편성한다는 ‘통합계정’ 조성(안)에 따라 ‘폐기물처리시설’·‘도시개발 사업’ 등 7개의 기타특별회계와 ‘상수도·하수도·공영개발 사업’ 등 공기업특별회계 등 10개의 특별회계 2020년도 제2회 추경예산안 기준 2,778억1,100만원을 추계했고 여기에는 공영개발사업 예산이 1,967억여 원에 달했다.
‘재정안정화계정’ 조성(안)은 직전 회계연도 결산서상 지방세 세입액이 전년대비 20%이상 증가한 경우 그 초과분의 10%이상에 해당하는 금액이지만 2017년도 대비 2018년도 지방세 세입 증가는 9.7%, 2018년도 대비 2019년도 지방세입 증가는 6.2%에 그쳐 적립이 불가한 실정이다.
또한 ‘재정안정화계정’ 조성(안)은 직전 회계연도 일반회계 순세계잉여금이 최근 3년 평균금액의 120%를 초과하는 경우 그 초과분의 10%이상에 해당하는 금액 적립이 가능하다. 그러나 최근 3년(2016~2018년) 순세계잉여금 평균금액(960억6천만 원)의 120% 초과금액은 1,159억2,200만원이지만 2019년도 결산액은 1,031억7,600만원으로 오히려 적립기준금액에 128억1,600만원 부족해 사실상 2020년도 적립이 불가하다는 것이다.
시정부는 ‘재정안정화계정’은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라 세수감소 등으로 보통교부세 감액, 자체세입 불확실성 증대 및 보조사업에 대한 시비 부담금이 증가되어 재원조성이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어 추후 조성 운용을 모색한다는 방침이다.
결국 시정부는 해당 조례 제정에 따른 ‘통합재정안정화기금’을 ‘통합계정’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고 ‘통합계정’ 조성(안)의 70%가 공영개발사업특별회계에 집중되면서 일부 시의원과 지역주민들이 반발하고 있다.
시흥시는 최근 10년간 곳곳에서 진행된 택지개발사업으로 인구가 급증했고 도시도 급속도로 성장했다. 이에 따른 각종 공공인프라 수요는 끊이지 않고 있지만 문제는 재원이다. 더구나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코로나19가 전국을 강타하며 생각지도 못한 예산사용처가 발생했고 정부보조를 제외한 나머지 예산은 오로지 지자체의 몫이 되어버렸다.
결국 각종 공공인프라 및 주요현안사업 예산은 코로나19 관련 예산보다 후순위로 밀렸고 이를 대체할 가용재원 확보를 위한 궁여지책이 정부의 ‘지방재정법’과 ‘지방자치단체 기금관리기본법’ 개정에 따른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조성이었을 것이다.
현재 시흥시는 목감·은계·장현택지지구 내 어울림센터, 공공커뮤니티시설, 공영주차장(LH로부터 부지 매입) 등 시급히 진행해야할 공공인프라 시설 설치가 줄줄이 대기 중이지만 여기에 투입할 재원이 절대 부족한 실정이다.
이에 시정부는 당장 투입하지 않아도 될 특별회계 예산을 잠시 돌려쓰면서 시의 균형적인 발전을 모색하자는 취지이다. ‘통합재정안정화기금’ 조성과 관련한 논란은 비단 시흥시뿐만 아니고 전국 각지 지자체에서 ‘원안 가결’, ‘심사 보류’ 등으로 진행되고 있다.
재정운영 효율성, 시흥시 균형발전도 옳지만 회계운영이 방만해지기 시작하면 회계 전체가 무너지거나 특별회계 본래 목적이 훼손될 수도 있는 만큼 필요하다면 시정부와 시흥시의회, 주민들이 공론화과정을 거쳐 합리적인 방안을 도출해볼 필요도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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