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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난주간이 다가오면 옛날 청년때의 낯뜨거웠던 일이 하나 생각이 난다.
처가의 가까운 친척가운데 한분이 지방에서 결혼식이 있어서 처가식구들과 함께 버스를 타고 지방으로 내려가던 때의 일이다. 그때 버스에 타고 있던 처가식구들의 대부분이 목사님가정, 장로님가정, 권사님가정들로 이루어졌다. 어느 삼촌 한분이 앞에서부터 노래 한곡씩 하면서 가자고해서 즐겁게 웃으면서 노래하면서 가는중에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다. 그때는 신학교 다니면서 한참 뜨거웠던 때였다. 마이크를 잡고 “이제 고난주간이 다가오니 예수님의 고난을 생각하면서 찬양한곡 부르겠습니다“
그리고 거룩하게 아주 은혜롭게 고난에 관한 찬양 한곡을 불렀던 기억이 난다. 그런데 분위기가 이상했다. 시끄럽게 웃고, 즐거워하던 분위기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그리고 그 이후로 더 이상 노래를 부른 사람은 없었다.
그때는 잘 몰랐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때의 일을 생각하면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미국속담에 “좋은 매너가 좋은 센스를 만든다”라는 말이 있다
여기서 센스는 한국식 “눈치”와 상응한다고 볼수 있다. 한국을 비롯한 유교권의 나라에선 “눈치”를 약삭빠르고, 기회주의적 태도로 인식해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눈치는 “상대방의 감정을 읽을 수 있는 능력”으로 상황을 분별하는 데 결정적인 요인이 된다.
따라서 매너가 좋은 사람은 눈치가 빠른 사람이고, 눈치가 빠르면 상황에 맞춰 올바로 행동하는 분별력이 생기는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얼굴이 뜨거워지는 것은 “아! 그때 내가 정말 눈치가 없었구나”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결혼식이 있어서 친구에게 축가를 부탁했는데 이별에 관한 노래를 부른다면 그 분위기는 어떻게 될까? 아무리 최선을 다해서, 좋은 목소리로 노래를 한다할지라도 그 사람을 칭찬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왜일까? 눈치가 없는 사람, 분별력이 없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사람 살아가는 사회에서 인간관계는 분별력이 관건이다. 심한 갈증을 느끼고 있는 우리에게 물과 보약 중에 고르라면 두말하지 않고 물을 고르는 것처럼 매순간의 분별력은 우리의 삶을 좌우한다.
분별력이 없으면 궁핍하고, 분별력이 있으면 풍성하다.
분별력이 없으면 고약한 냄새가 나고, 분별력이 있으면 그 사람에게서 향기가 난다.
분별력은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가리는 “선별 능력”과 어느 것을 먼저 해야 하는지, “우선순위를 결정하는 능력”등을 다 포함한다고 할 수 있다.
요즘 n번방 사건으로 불안에 떠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이 칼럼을 읽고 있는 사람들 중에도 있을지도 모르겠다. 왜 불안해 떠는 것일까?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분간하지 못한데서 연유된 어이없는 실수들이다.
뿐만 아니다. 요즘 코로나19가 전세계를 강타했다. 코로나를 별로 대수롭지 않게 여겼던 미국이나 유럽의 대부분의 나라들이 초기 대응의 실패를 인정하고, 지금은 거리봉쇄와 사회적 거리두기, 마스크쓰기에 힘을 쏟고 있다. 그런데 이런 와중에도 '봉쇄'나 '사회적 거리두기' 대신 '집단 면역'을 택해 주목받았던 나라가 있다. 바로 스웨덴이다.
스웨덴 정부는 일부 봉쇄 정책을 취했지만, 학교나 식당 운동장 등 공공시설의 문을 닫지 않았고, 오히려 “지역 소비를 위해 가까운 식당에서 점심을 먹으라”고 독려까지 했다고 한다.
이유는 '집단 면역'을 높이는 것만이 코로나를 이기는 방법이요, 집단 전체가 그 질병에 대한 저항성을 보유하게 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정부의 예상과는 달리 감염자와 사망자가 크게 늘면서 상황이 악화되자 정책 전환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 잘못된 분별이 국민을 더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분별이라고 하는 것은 죽음과 삶, 성공과 실패를 가르는 중요한 요소이다.
이제 선거다. 진짜 잘 분별해야 할 때다.
어떤 사람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우리나라의 미래가 달려있다.
다른 사람들이 이 사람과 이 당을 지지하니까 나도... 나에게 많은 혜택이 올 것 같으니까 나도.... 같은 지역 출신이니까, 같은 학교 출신이니까....이것이 분별의 기준이 되면 안된다.
나의 감정을 따라서가 아니라, 냉정하게 생각하고 분별해야 한다.
과연 우리나라의 미래를 맡길수 있는지, 우리 자녀들이 자라는데 올바른 길을 제시하는 후보인지를 분별할 수 있어야 한다.
지금 나에게 분별을 필요로 하는 것은 무엇일까?
지금 내가 무엇을 해야 하는가?이다.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잘 분별하는 성숙한 시민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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