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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면[월요단상] 박진호 목사
  • shnews
  • 승인 2019.09.27 1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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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살아가면서 입버릇처럼 사용하는 말 중의 하나가 “체면”이다. “체면 때문에 어쩔수 없다,”“체면이 말이 아니다”“체면 좀 세워줘라”등 “체면”을 포함하는 어구들은 이외에도 끝이 없다.
체면이란 말이 우리의 생활 속에서 이처럼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그만큼 우리나라 사람들이 체면에 대해 강한 애착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양반은 얼어 죽어도 겻불은 아니 쬔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 말에는 양반의 체면이란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해준다. 곧 엄동설한에 아무리 얼어 죽을 위기에 처해도 겻불과 같은 볼 품 없는 불을 쬐지는 않는다는 뜻이 그 안에 들어 있다. 조선시대 양반들에게 체면은 목숨보다 중요했다는 이야기다.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보는지가 어떻게 목숨보다 중요할까? 엄동설한에 얼어 죽을 정도가 되면 겻불을 쬐는 정도가 아니라 거름 속에라도 들어가야 할 것이 아닌가? 그런데 도대체 그놈의 체면이 뭐라고 목숨과 바꿀까? 참 안타까운 일이다.
우리나라의 체면문화는 언제, 어디에서 왔을까? 아마도 조선시대의 사회계층과 지배구조를 결정했던 유교문화에서 왔을 것이다. 인(仁)을 중요시하는 유교문화에서는 ‘~다움’, 예를 들어 ‘남자다움’, ‘여자다움’, 양반 다움‘, ’ 부모 다움‘, ’ 자녀 다움‘ 같은 것들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다.
그런데  인(仁)의 본질이 왜곡되면서 남들에게 ’ 보이는 무엇‘을 중요시하게 된 것이다.
그러한 이유로 아무리 궁색해도 많은 사람들이 모여드는 관혼상제에는 아낌없이 재물을 써야 했다. 사회에 널리 퍼진 체면문화는 백성들에게까지도 영향을 주었지만, 무엇보다 사회의 지배층일수록 더욱 부정적인 경향이 심했다. 왜냐하면 체면을 크게 세우는 것이 일종의 권력이었기 때문이다.
피지배층에게 얕보여서는 안 되었기에, 무언가 자신들이 남다르다는 것을 보여주어야만 했다.
시대가 변하고 실속을 중요시하는 세상이 찾아왔지만, 우리 조상으로부터 내려오는 체면문화의 흔적은 지금도 우리의 생활에 뿌리 깊게 자리 잡고 있다.
나도 목사인지라 체면을 무시할 수는 없다. 반바지, 츄리닝을 입고 밖에 다니기가 너무 부답스럽다.
한 여름 뜨거운 태양에 땀이 줄줄줄 흘러도 긴팔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메고, 양복 자켓을 입는다.
그래도 요즘은 무더운 7,8월은 넥타이와 양복 자켓은 벗고 예배 참여하자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입으로는 그렇게 이야기 하지만 아직 나의 마음과 생각은 여러 가지로 복잡하다.
학교에서 아이들은 자기들이 살고 있는 집으로 친구들의 레벨을 결정한다고 한다.
신발, 가방의 브랜드나 가격으로 서로서로 등급을 매긴다. 요즘 학생들에게는 교복 외에 또 다른 교복들을 거의 하나씩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어떤 옷이 유행하면 모두가 그 종류의 옷을 사서 입어야 유행에 뒤처지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요즘 결혼식장에는 이른바 ‘하객 아르바이트’까지 판을 치고 있다고 한다. 왜 “하객 아르바이트”가 필요할까? 체면 때문이다,
체면이라는 이름 때문에 비싼 장례식장에 고가의 장례용품들을 땅에 묻고 불태우기 위해 사용한다.
체면 때문에 최고급 승용차를 타고, 체면 때문에 골프를 치고, 체면 때문에 사업 규모를 키운다.
그런데 올바른 인간관계는 체면의 올바른 활용에 있다 할 것이다.
체면은 “남을 대하기에 떳떳한 도리”를 말한다. 즉 체면을 지키는 것은 자신의 도리를 지키는 것이며, 나아가 남의 체면을 살려주는 것은 상대방을 떳떳하게 만들어 주는 것이다.
하지만 체면이 정도를 넘으면 폐해가 된다. 상대방의 체면을 적절하게 살려주고 자신의 체면 또한 적절하게 유지하는 것은 인간관계의 기술이요 나아가 세상의 지혜라고 할수 있다.
성경에 예수님은 지나친 체면의식에 사로잡혀 겉과 속을 달리하는 자들을 “외식하는 자들”이라고 꾸짖으셨다. 그리고 겉만 깨끗하게 하지 말고 먼저 안을 깨끗이 하라 그리하면 겉도 깨끗하리라고 하셨다. 우리는 밖으로 드러나는 체면에 사로잡혀 밖만 깨끗하게 하고 있지 않는가? 그러나 속이 아름다운 사람이 세상에서 더 빛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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