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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집 가장이 아이들에게 무엇을 먹고 싶느냐고 묻는다. 막내는 “돈가스，” 첫째는 “피자，” 아내는 의사를 표현하지 않고 남편 눈치만 본다. 정말 먹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고 재차 묻는다. 다들 무엇을 먹을까 설왕설래하는데 차는 벌써 어떤 식당에 도착해 있다.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설렁탕집이었다. 안 먹겠다는 아이들의 반항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남편은 뒤도 돌아보지 않고 안으로 들어가 버린다. 설렁탕 한 그릇을 비운 남편 왈，“역시 이 집 설렁탕은 최고야! 꺼억”
회사에서 ‘회사의 생산성을 향상을 위한 제안’ 을 수렴하기 위해 특별히 전 부서원이 한 자리에 모여 의견 수렴하는 시간이다. 이 사람이 저 사람이 나름대로의 제안을 침 튀기면서 말하는데 그런데 회의후 작성한 결과보고서에는 그들의 의견이 하나도 반영되지 않았다. 오직 자신의 제안들로만 채워졌다. 그 누구의 의견도 없었다.
성인들은 하루 평균 5,000 단어를 이야기한다고 한다. 그리고 나이를 먹으면 먹을수록 말을 더 많이 한다. 어린 아이들의 기(氣)는 다리에 있고 나이가 들면서 상향되다가 결국 입에서 그친다는 말이 있듯이 나이 들면서 느는 건 말뿐인 것 같다. 셀 수 없는 말들이 우리 입에서 쏟아져 나온다.
우리는 할말이 너무 많아 다른 사람 말을 들을 시간이 없다. 다른 사람의 말은 물론 자신의 말조차 들을 시간이 없다.
우리 인생의 자기관리는 ‘들음’ 없인 불가능하다. ‘들음’ 은 단순히 귀만을 열고 듣는 것이 아니라 온 마음을 다해 듣는 것을 의미한다. 마음을 다해 들을 때 자신만의 가정과 판단이 작용하지 않으며 오직 상대방의 입장에서 공감하게 된다. 세계적인 영성학자였던 헨리 나우웬은 ‘경청하는 것은 단지 다른 사람이 얘기하도록 내버려 두면서 대꾸할 기회를 엿보는 것 이상의 행위’라고 말한다. 말하는 사람에게 모든 주의를 기울이고 그 사람을 우리 자신 속으로 기꺼이 맞아들이는 것이 경청이라는 것이다.
“입이 하나이고 귀가 두 개”인 이유를 “말을 한번 하면 듣기를 두번하라" 로 해석하는 유대인의 탈무드에서부터 “3분 이야기할 때 2분 듣고 1분 말하라”는 123원칙까지 들음의 중요성은 시대를 넘어 영역에 상관없이 강조 되어 왔다.
마음을 다해 들음은 상대방이 단말을 하건 쓴말을 하건 간에 상관없다. 판단과 평가를 접어놓고 듣는것이기에 상대방이 어떤 말을 하던 간에 감수하고 들을 수 있다.
잘 듣는 사람은 상대방이 비판할 때 더 잘 듣는다. 일상에서 친구들과 잡담할 때 잘 듣는 것도 필요하지만 비판의 소리를 수렴하는 것은 들음의 정수다.
사람들은 누구나 자기를 변호하고 방어 하는데 익숙하다. 상대방이 조그마한 지적이라도 할라치면， “그건" 하고 상대방의 입을 틀어 막기 일쑤이다.
진정 옳은 사람은 비판에 유연하면서도 적극적으로 대처하는 자세를 가져야한다.
비판이 싸움으로가는 세상의 풍경과는 달리 그 비판을 화해로 반전 시키는 능력을 세상에 보여 줄수 있는 사람이 진정 멋있는 사람이요. 지혜로운 사람이다.
상대방이 비판할 때 귀를 여는 사람은 분명 귀하게 쓰임 받는다.
지금도 우리 주변에는 제발 내 말좀 들어보라고 울부짖는 사람들의 소리가 이곳저곳에서 들려오고 있다, 가을이다. 여기저기 낙엽이 많이 떨어져 있다. 그 낙엽을 밟고 걸어보는 것도 낭만 있다.
오늘은 말하는 입보다는 듣는 귀를 가져봄이 어떨까? 낙엽을 밟으면서 자연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자신의 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가족의 소리에, 이웃의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라. 평상시 듣지 못했던 놀라운 음성이, 또한 지혜가 들려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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