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가 출자·출연기관 및 공기업, 보조기관 등 도 산하 25개 공공기관 중 정원이 100명 이상인 11개 공공기관을 대상으로 ‘노동이사제’ 도입을 추진 중이다.
경기도는 이와 관련, 지난 21일 ‘경기도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운영에 관한 조례 제정안’을 입법예고했다.
‘노동이사제’란 근로자 대표가 이사회에서 발언권과 의결권을 갖고 기관의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이는 노동자를 기업 경영의 한 주체로 보고 노동자에게 결정권을 주는 것으로, 이사회에 참여한 노동이사는 노동자의 이익을 대변해 발언권과 의결권을 행사한다.
우리나라에서는 서울시가 2016년, 정원이 100명 이상인 13개 서울시 산하 투자·출연기관에 근로자 이사를 의무적으로 도입하도록 하는 조례를 제정하면서 처음으로 도입, 시행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도 2017년 7월 발표한 ‘국정운영 5개년 계획’의 100대 국정과제에서 공공기관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2018년부터 ‘노동이사제’를 도입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노동이사제’는 1951년 독일에서 시작됐다. 유럽노동조합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유럽 31개 국가 중 19개 국가가 법률에 근거해 노동이사제를 도입했다.
독일,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독일, 프랑스 등 14개 국가는 공공기업과 민간기업 모두 ‘노동이사제’를 도입하고 있으며 스페인, 아일랜드, 포르투칼 등 나머지 5개국은 공공부문에서만 ‘노동이사제’를 도입하고 있다.
경기도가 입법예고한 조례에 따르면 대상기관은 경기도시공사와 경기관광공사, 평택항만공사 등 3개 지방공사와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 경기신용보증재단, 경기도일자리재단, 경기문화재단, 경기도문화의전당, 경기도의료원, 경기도평생교육진흥원, 킨텍스 등 8개 정원 100명 이상의 출자·출연기관이다.
경기도는 정원 100명 미만의 출자·출연기관 14곳도 자율적 도입이 가능하도록 근거 규정을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경기도 산하 공공기관에 도입 준비 중인 ‘노동이사제’ 노동이사 자격은 해당기관에서 1년 이상 재직한 노동자로 임기는 2~3년이다.
‘노동이사’의 권한은 이사회에 참석해 의결권 행사하고 고의·중과실 배상책임과 성실·품의유지 의무 등을 지게 된다.
노동이사 임명절차는 내부 공개모집을 거쳐 임원추천위원회에서 2배수로 심사·추천하면 도지사가 임명하게 되며 노동이사로 위촉되면 노동조합원 지위 등에서 탈퇴해야 한다.
도는 다음달 10일까지 조례안에 대한 도민 의견을 수렴한 뒤 오는 10월 도의회 임시회에 상정, 조례안이 도의회를 통과하면 내년 초부터 시행에 들어갈 계획이다. 도는 노동이사제가 안정적으로 도입될 수 있도록 12월까지 공공기관 임직원과 노조관계자를 대상으로 설명회를 개최하는 한편, 각 공공기관에 세부 추진계획을 마련해 전달할 예정이다.
‘노동이사제’는 현장의 목소리를 기관 경영에 반영해 도민에 더 나은 공공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사회적 책임성을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기관 운영의 투명성을 높여 공공기관에서 문제가 되는 부패와 비리를 예방할 수 있고 경영의 주체로 주인의식을 갖고 성과와 책임을 공유함으로써 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킬 수 있다.
이에 반해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이 자칫 기업의 자율성과 경쟁력 등을 훼손할 가능성 우려가 있다는 주장도 한다. 특히, 공기업의 방만 경영과 체질개선이 시급한 상황에서 공공기관 ‘노동이사제 도입’은 노조의 정치적 영향력을 키워 공기업 경영이 장악당할 우려가 크고 개혁이나 구조조정이 어려워져 결과적으로 공기업 지배구조를 후진적으로 만들 가능성도 높다는 주장이다.
경기도가 준비 중인 공공기관 ‘노동이사제’가 기업의 투명성·책임성을 제고시킬 것인지, 자율성·경쟁력을 저해시킬 것인지 향후 결과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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