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공간 속에서 시간을 구성하며 산다. 한 사람의 일생은 그가 살았던 시대의 역사이지만 남겨지지 않은 역사는 시간과 함께 흘러가 버리고 만다. 문자화되지 못한 수많은 역사는 사람의 기억 속에 남아 있다가 말을 통해서 재현되기도 하는데 바닷물이 드나들던 시흥의 갯벌은 단단한 땅으로 바뀌었고, 배가 드나들던 갯고랑에는 옛 추억이 아쉬워 찾아오는 바닷물만 오갈 뿐이다. 본지는 「시흥시사(始興市史)」를 참고해 옛 시흥의 발자취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1.시흥 마을의 형성과 분포
시흥 관내의 마을들은 과거의 행정 단위와 함께 지형·시장권 등을 고려하면 군자권, 소래권 그리고 수암권 등 크게 세 권역으로 나눌 수 있다. 이들 지역은 1914년 행정구역 통폐합을 거쳐 ▲군자면에 안산군 마유면·대월면·와리면이, ▲수암면에 안산군 군내면·초산면·잉화면이, ▲부천군 소래면에 인천군 신고개면·황등천면·전반면이 통합되어 각각 속하게 되었다. 본지는 「시흥시사」에 기록된 권역의 변화를 군자권, 수암권, 소래권 3개로 나누어 게재한다.
1-2. 【수암권역】
◇ 조남동
조남동은 남왕리, 장군재, 을미와 새미라는 자연마을이 있다. 각 마을의 주요 성씨로는 남왕리에는 김씨, 장군재에는 최씨가 있다. 을미와 새미에는 각성들이 모여 산다. 과거에는 논이 부의 척도가 되었는데, 산현·물왕·조남 중 물왕동이 제일 잘살았고, 다음으로 조남동·산현동 순이었다. 마을 두레는 월미마을에만 있었다.
◇ 논곡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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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논곡동 돈줄(2006년대) |
논곡동이 소속되어 있는 목감동은 1통부터 28통까지 있으며 논곡동은 5개 통으로 구성되어 있다. 논줄마을에는 4개 통이 있으며, 그중에서 원주민들이 많이 거주하는 곳이 9통과 15통이다. 논곡마을은 칠리제저수지 밑의 방죽머리에서 목감4거리 안쪽 사이에 위치하며, 과거 수암면 36개 리 중에서 각성이 가장 많이 사는 마을이었다.
논줄마을은 마을 뒷산인 오주봉 가까이에서 현 수인산업도로 쪽으로 건너말, 윗말, 아랫말로 나뉜다. 군웅당집이 있는 윗말의 뒷쪽은 뒷굴이라고 한다. 산호아파트 뒤쪽 동네에는 지암터, 수인산업도로 건너편에는 서두내와 당디가 있다.
‘오주봉’이라는 이름은 봉우리가 5개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민가는 주로 윗말과 아랫말에 형성되어 있다. 산호아파트 자리는 산과 들이었으며 집은 한 채 정도 있었고, 나머지는 대부분 농지였다.
◇ 물왕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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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왕동 월미(1990년대) |
물왕동은 운흥산과 물왕저수지 사이에 위치하고 있다. 저수지 상류에 해당하는 물왕 1통에는 안말, 능골, 장작골 등의 마을이 있다. 안말은 현재 식당들이 많이 들어선 곳에 있고, 장작골은 마을회관이 있는 곳에 있다.
능골은 장작골 서편에 위치한다. 물왕 2통인 월미는 물왕저수지 바로 아래에 위치하고 있는 마을로 397번 지방도와 금이동으로 가는 길이 만나는 네거리 서북쪽에 위치하고 있다.
해방 무렵 능골의 가구 수는 22호 가량 되었으며, 능골, 장작골, 안골 전체로는 약 52호가 거주하였다.
◇ 산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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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현동 골월(1990년대) |
산현동은 1통과 2통으로 나뉘며 자연마을로는 각각 묘재, 골월과 사태골, 깨골이 있다. 원래 네 마을이 한 동네였는데 약 20년 전 분리되어 행정적으로 다른 마을이 되었다. 산현동은 2004년 6월, 택지개발 예정지로 발표되어 장현, 능곡에 이어 지구지정만을 남기고 있다.
예로부터 묘재에는 전주 이씨 익양군파가 5가구 정도로 적은 수가 살았지만 사회경제적인 주도권을 가지고 있었다. 골월에도 파평 윤씨가 10호 정도지만 역시 마을에서 주도적인 위치에 있었다. 골월의 위쪽 마을인 깨골과 사태골은 각성 바지마을인데 그중에서도 유씨가 몇 집 살고 있었다. 묘재의 전주 이씨와 골월의 파평 윤씨는 마을에서 치르는 상례의 상여 메기에는 동참하지 않았으며 집안 내에서 해결하였다.
◇ 능곡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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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능곡동 능골(1990년대) |
능곡동에는 (밖)뒤일, 삼거리, 목실, 승짓골, 능골 등의 마을들이 있다. 삼거리는 부천, 군자, 안양을 잇는 삼거리에 위치한 마을이라고 해서 붙여진 지명이다.
목실은 삼거리 뒤쪽에 위치한 마을이며, 능골은 광해군의 장인인 류자신의 묘가 있는 곳이다.
능곡동에 있는 뒤일은 밖뒤일이라고도 한다. 인접한 장현동에도 뒷일이라는 마을이 있는데 두 마을 모두 안동 권씨 집성촌으로 같은 일가이다. 능곡동 뒷일과 구분하기 위해 장현동 뒤일은 안뒤일이라고 부른다. 1910년대 초반에 행해진 행정구역 통폐합 당시 북곡리는 능곡리와 통합되어 수암면 능곡리에 속하게 되고, 장상리는 조현리와 통합되어 군자면 장현리가 된다.
안뒤일과 밖뒤일 사이에 있는 고개를 뒤일재고개라 하는데, 이 고개를 통해 두 마을을 오고 갔다. 해방 무렵 안동 권씨는 안뒤일에 30여 호, 밖뒤일에 40여 호 가량이 살았으며, 다른 성씨는 거의 없었다.
◇ 광석동
광석동의 자연마을로는 나븐들과 둔터골이 있다. 나븐들은 범배산 동편에 위치하고 있으며 둔터골은 서쪽에 위치하고 있다. 이렇게 두 마을은 같은 법정동에 속하나 산을 사이에 두고 있어서 마을일을 보기가 힘들었기 때문에 1980년대 중반 분리되어 현재 나븐들은 광석 1통, 둔터골은 광석 2통이 되었다.1930년대 초반 나븐들의 호수는 20호가 되지 않았으나 해방 이후에는 30호가량 되었다. 호수가 가장 많았던 때는 1990년대 초반으로 45호까지 늘어났다. 그
러나 이 지역이 개발제한구역 우선해제구역이 되자 남의 터에 집을 짓고 살던 사람들이 이축권을 팔고 나가면서 호수가 반 이상 줄게 되었다.
나븐들은 물왕동 월미와 함께 호조들 제일 안쪽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에 다른 아래쪽은 능곡동 삼거리이다. 마을보다 들이 넓지 않고 이웃한 하상동에 비해서도 밭이 많은 편이다.
◇ 하상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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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상동 요골(1990년대) |
하상동은 하지골과 요골로 나뉘어 있었으나, 1990년대 중반 이후 택지개발이 되면서 예전 자연마을의 경관이 사라지게 되었다. 하지골은 대우아파트 일대에 있었으며 요골은 연성로 남쪽에 위치했다. 하상동 내에서 요골은 윗동네, 하지골은 아랫동네라고 부르기도 하였다. 약 70년 전 하상동에는 100호 정도가 거주하였는데, 이 중 하지골이 50호, 요골이 50호가량 되었다.
하상동은 호조벌과 접해 있는 까닭에 경작지의 대부분이 논이었으며, 밭은 얼마 되지 않았다.
◇ 하중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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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중동 벼슬고지(1990년대) |
하중동은 하중 1통과 2통으로 되어 있다. 하중 1통에는 벼슬고지(官谷), 새터 등의 마을이 있었으며, 하중 2통에는 성마루, 샛말(間村) 등의 마을이 있었다. 벼슬고지는 다시 아랫말, 웃말, 넘말, 고잔으로 나뉘었다. 「한국지명총람」에는 성마루는 샛말 남쪽에 위치하며 샛말은 벼슬고지와 성마루 사이에 위치하기 때문에 붙여진 지명이라고 한다.
현재 참이슬아파트가 있는 자리가 샛말이 있던 곳이며, 성마루는 시흥등기소 남쪽에 있었다.
하중동의 마을들은 호조벌 남서쪽에 위치한 구릉지에 위치하고 있다. 이 구릉지 동편 호조벌을 마주 보고 하상동이 있으며, 구릉지의 북쪽 끝에 벼슬고지가, 남서쪽 기슭에 성마루가 자리하고 있다. 호조벌뿐만 아니라 구릉지의 서편에 위치한 벌 역시 모두 바닷가에 방죽을 막아서 만든 것이다.
하중동에서부터 하상동에 이르는 들은 하중동 마을 입구의 돌장재에서부터 오른편으로 차례로 종아불, 창귀, 높은벌, 안방죽으로 불린다. 이 중 하중동과 매화동 사이에 있는 창귀에는 농지정리 전에 밭이 있었으며 사이사이에 돌무더기도 있었는데, 이는 개간 이전에 염밭 창고였다는 것을 나타낸다.
【자료 출처 : 「시흥시사(始興市史)」 제5권 <시흥 농촌사람들의 생활과 문화> 中】
김경혜 기자 niba84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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