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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륭사 일주문으로 들어오는 도로 좌측 언덕 위에 작은 텃밭이 있다. 60여 평쯤 된다. 지난 해까지 젊은 부부가 경작하는 모습을 보았다. 도로보다 조금 높아서 약간 고개를 들어 보면 무슨 일을 하는지 훤히 보인다. 어느날 두 부부는 농사 일이 힘들었는지 절에서 3년간 맡아서 경작해 주면 좋겠다고 신도회장을 찾아와 말했다.
언덕에 올라가 밭을 보니 앞쪽 은행나무와 밤나무 밑에 온갖 쓰레기가 가득 쌓여 있었다. 밭에 경작을 한다고 해도 주변부터 치워야만 했다. 트럭을 불러다 각종 비닐과 생활 쓰레기를 폐기비용을 치루고 치웠다. 치우던 중 앞 건물 건설 폐기물도 방치되어 있어 함께 치워주었다. 주인 없는 땅인 것처럼 되어 누가 버렸는지 꽤 많은 양의 쓰레기가 있었다.
어느 날 할아버지 한분이 나타나 말하길, 농사를 짓다보니 비닐 등 쓰레기가 쌓이는데 마땅히 버릴 곳이 없어 모아 두었다고 했다. 스님들이 좋은 일 한다며 고마워했다. 쓰레기를 치우고 나서 밭둑을 만들고 땅을 갈려고 하니 사람 힘으로는 너무 힘들었다. 옆에 밭이 트랙터로 손쉽게 갈기에 이쪽도 트랙터를 대여해 보려고 했지만, 그나마도 땅이 좁아 기계 일을 할 수가 없었다. 절 식구들 손으로 한 삽 한 삽 흙을 떠서 밭을 만들고 고랑을 팠다. 밭 아래에는 법륭사에서 20여년 간 키운 황금측백 나무를 10여주 심었다. 큰 길 쪽에서부터 70 여 미터 황금 측백나무가 심어 있으니 절에 들어오는 풍경이 한 결 좋아졌다.
밭 앞으로는 6월 쯤 개통하는 서해선(소사~원시)이 느릿느릿 오가며 시험 운행을 하고 있다. 그 뒤로는 확장된 39번 도로에 많은 차량들이 오고 간다. 멀리 시흥갯골생태공원 전망대도 보인다. 뒤편으로는 샛말 공원 벚꽃이 활짝 펴 있고 가지사이로 법륭사 수마제전도 보인다.
밭에 감자, 상추, 고추 등 모종을 심고 있으니 농사일 하는 어르신들이 골병든다며 사다가 먹으라 한다. 작은 밭을 임대해서 가꾸는 동안 많은 일이 있었다. 주변에 동네 사람들과도 많은 이야기를 했다. 법륭사 진입로에 있는 언덕 위의 밭이라 늘 아름답고 깨끗하게 가꾸고 싶은 생각이 있었다. 그러나 일을 하다 보니 어렵고 주변 사람들과 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을 느꼈다. 이렇게 정성 드린 밭을 아란유치원 체험학습장으로 활용하려고 한다. 아이들이 채소 하나하나의 이름을 외워 갈 것을 생각하니 기쁘다. 얼마 전에 밭을 임대해 준 두 부부가 찾아왔었다고 한다. 너무나 아름답고 깨끗한 밭을 보고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갔단다. 지독하게도 세게 불던 봄바람도 잦아들고 미세먼지도 줄어 들고 있다. 이렇게 화창한 날 텃밭에 올라가 봐야겠다. 새로 심은 모종들이 잘 자라고 있을지 궁금하다. 사람들은 밭이 스님 땅도 아닌데 쓰레기 다 치워 주고 나무심고 한다고 나무란다. 나는 하물며 이 몸은 내 것이더냐고 되묻는다. 언젠가는 죽어서 묻든지 화장하든지 해야 하지만 지금은 정성 들여서 살지 않느냐고 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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