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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정 선수의 절묘한 쇼트트랙 아웃코스 질주[월요단상] 최병철 석좌교수 (C-Edge College,Indi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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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8.03.02 1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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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봄이 오단말가 매화야 물어보자. 눈바람에 막힌 길을 제 어이 오단말가. 매화는 말이 없고 봉우리만 맺어라’. 잘 알다시피 매화는 눈을 두려워하지 않고 얼어붙은 땅위에서 제일 먼저 꽃을 피운다. 홀로 핀 고고한 자태는 불의에 굴하지 않는 선비정신을 나타내기도 하고, 청초한 자태와 향을 지녔기에 아름다움에도 즐겨 비유되었다. 오래전부터 사랑을 받아왔던 매화가 긴 겨울을 견뎌내고 어느새 우리 곁으로 다가왔다. 오늘은 주변의 매화에 눈길이라도 주고 싶은 햇살 좋은 날이다.
 지구촌의 축제인 평창 동계올림픽이 감동의 스토리를 남기고 막을 내렸다. 평창 동계올림픽 최고의 유행어는 여자컬링 국가대표팀의 안경선배가 경기 때마다 목청껏 부른 ‘영미’였으며 열악한 여건 속에서도 은메달을 딴 의성 낭자들의 꿈을 이루는 과정은 짜릿한 감동을 주었다.
 환희와 갈채 속에 많은 경기가 치러졌지만 사람들마다 크게 감동을 느낀 경기가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쇼트트랙 여자 1,500m에서 압도적 스피드로 세계인을 놀라게 한 최민정 선수를 잊을 수가 없다. 후미에 뒤쳐져 있다가 4바퀴를 남기고 아웃코스로 막판승부수를 띄워 캐나다와 중국선수를 앞지르며 결승점에 들어온 최민정 선수의 금메달은 외신들도 극찬한 훌륭한 경기였다. 인터뷰에서 ‘조금 여유를 갖고 스스로 자신을 믿자고 생각하면서 경기에 임하였다’고 한다. ‘엄마, 나 금메달 땃어. 이제 가족여행가자!’ 라고 하며 그동안의 수고가 얼마나 힘겹고 마음고생을 해왔는지를 보여주어 코끝이 찡하였다.
 최민정 선수가 보여준 절묘한 아웃코스로의 레이스는 세상을 바쁘게 살아가는 우리에게 무언가 생각을 하게 한다. 왜 그녀는 가깝고 쉬운 인코스를 마다하고 아웃코스를 선택했을까? 아마도 그것은 자신감의 표현이었을 것이다. 중학교 2학년 때부터 자취생활을 하며 남들이 일어나지 않는 새벽시간에 홀로 외롭게 체력을 키우기 위하여 트랙을 돌고 돌았던 그 열정에 대한 결과라 생각한다. 상대 선수에 뒤쳐졌으면서도 조급해하지 않고 기다림의 미학을 보여주어 세계를 장악한 경기내용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어리석은 사람은 서두르고, 영리한 사람은 기다리지만, 현명한 사람은 정원으로 간다.’고 인도의 시인 타고르는 이야기 했다. 우리들의 삶은 무엇이 그리 바쁜지 옆과 뒤를 돌아볼 여유 없이 앞만 보며 질주한다. 남을 생각할 겨를은 전혀 없고 오직 자기혼자만을 생각하는 모습에서 남을 위한 배려는 찾기가 힘들다. 매스컴을 통하여 들려오는 사건사고들은 이미 남의 이야기가 된지 오래이며 소리공해이기도 하다.
  김소연 시인의 마음사전에서는 ‘중요한 일’과 ‘소중한 일’을 구분한다. 우선순위에 기준을 맞추어 하는 일은 ‘중요한 일’이며, 본질적 가치와 의미를 중요시하는 일들은 ‘소중한 일’이다. 하지만 사람들은 소중한 일보다 중요한 일을 하는데 더 많은 시간과 노력을 쓰고 있는 모습을 보인다. 요즘은 나에게 소중했던 사람들의 얼굴이 하나 둘 떠오른다. 내게 일로 중요했던 사람들도 많았지만 그래도 일과는 아무관계가 없이 마음을 열어준 소중한 이들을 찾아가 따듯한 점심 한 끼라고 함께하고 싶다.
 우리 인생은 단거리 경주가 아니라 장거리 마라톤이다. 톨스토이의 우화에 보면 어떤 욕심 많은 부자는 더 많은 땅을 얻기 위하여 앞만 보고 질주하다가 결국 숨을 거두게 되는데, 그가 얻은 것은 겨우 자기 몸 하나 뉘일 만한 넓이의 땅뿐이었다.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려면 전략이 있어야 하듯 우리들의 삶의 여정도 전략이 필요하다. 뒤쳐진 자기모습에 쉽게 포기하지 말고 자기만의 페이스를 유지하며 묵묵히 찬스를 기다려야 한다. 찬스를 잡았을 때에는 경쟁이 심한 인코스보다는 조금은 느리더라도 아웃코스로 자신의 내면의 멋과 꿈의 방향을 만들어 가는 것이 삶을 풍요롭게 하는 것이리라.
 새봄을 맞아 피어나는 그윽한 매화 향을 느끼려면 이제는 차에서 내려 매화 곁으로 다가가야 한다. 직접 손으로 만져볼 때 비로소 매화의 아름다움에 매혹되며 그 향기가 코끝을 스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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