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흥시의회가 시민 인권을 보호, 증진하고 나아가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인정받는 시흥시 터전을 더욱 곤고히 다지기 위한 관련 조례 제정에 찬물을 끼얹었다.
아니 좀 더 구체적으로 표현하자면 시흥시민 인권 증진·보호를 위해 세상 밖으로 나오려던 새싹을 무참히 짓밟았다는 것이 옳겠다. 찬물이야 시간이 지나면 마르겠지만 각계각층이 ‘시흥시민 인권 기본 조례안’이라는 새싹을 틔워내기 위해 무단히 애쓰고 있는 상황에서 지극히 주관적인 견해로 처리한 ‘인권 조례안 부결’은 시흥지역 사회의 수준을 한 단계 떨어뜨렸다고 할 것이다.
시흥시의회 의원 개개인은 각각의 독립된 기관이기에 소신이든 무엇이든 의원들 개개인의 결정은 존중받아야 한다. 하지만 나무만 보고 숲을 보지 못한다든지, 또는 자기오류를 인정하지 않고 소신이라는 미명 아래 어떠한 정책 결정이나 안건 심사가 잘못된 방향으로 흐른다면 그에 따른 모든 피해는 시민들에게 고스란히 되돌아간다는 사실을 시의원들은 모르는가, 아니면 알고도 모르 척 외면하는 것인가.
시흥시의회 제252회 임시회기(10.18~10.20일)중 표결까지 거쳐 3대2로 ‘부결’ 처리된 ‘시흥시민 인권 기본 조례안’은 사회적으로 인권보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지방자치단체의 적극적인 인권보호 및 증진에 대한 역할 필요성 대두에 따라 이를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으로 박선옥·이복희 의원이 공동 발의했다.
‘시흥시민 인권 기본 조례안’은 모든 시민이 차별 없이 함께 소통하고 거주하면서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인정받는 시흥시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시장의 책무 및 시가 추진하는 인권정책에 대한 시민의 협력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있다.
또한 시민의 인권 보호 및 증진에 관한 사업을 종합적이고 계획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인권 보호 및 증진 기본계획의 수립을 명시함과 동시에 인권교육과 인권보호 및 증진활동 지원 등에 관한 사항, 인권보호 및 증진 정책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시흥시민 인권위원회 설치·기능, 위원회 구성·운영 등의 내용을 규정하고 있다.
‘시흥시민 인권 기본 조례안’은 대한민국헌법 및 법률에서 보장하거나 대한민국이 가입·비준한 국제인권조약 및 국제관습법 등에서 인정하는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 및 자유와 권리인 인권에 대한 지극히 보편적이고 기본적인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2012년 전국의 지방자치단체장에게 인권기본조례 제·개정을 권고한 바 있으며 당시 행안부에 인권기본조례의 실효적 이행을 위해서는 인권전담 부서의 설치를 비롯한 인력 확충 등이 중요하기에 지자체에서 이와 관련한 인력확충 등에 대한 협의를 할 경우 이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을 권고했었다.
또한 국가인권위는 2016년 지자체 인권제도 현황과 개선과제에 관한 연구를 진행하는 등 지자체 인권제도 정착을 위한 활동을 지속적으로 펼쳐왔다.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올 8월말 현재 전국 226개 지자체 가운데 82개 지자체가 ‘시민 인권 조례’를 제정했고 앞으로 조례 제정을 준비하고 있는 지자체도 상당수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시흥시의회 자치행정위원회에서 ‘시흥시민 인권 기본 조례안’ 제정에 반대한 위원들은 ‘조례 제정에 따른 행·재정적 지원이 예산·인력 낭비를 초래하고 인권전담 부서 설치가 특정인 자리 만들기로 왜곡 변질될 수 있다. 기존에도 조례 없이 인권 관련 교육을 진행해 왔는데 굳이 조례를 제정할 필요가 있느냐. 조례 제정에 따라 교육을 위한 강사 섭외도 편향적 사고를 지닌 인사들로 구성되는 것 아니냐’는 억지 논리를 펴고 있다.
‘시흥시민 인권 기본 조례안’에 반대 의사를 밝힌 시의원들은 ‘인권=좌파(진보)’로 인식하는 듯 조례 제정에 예민하게 반응한다.
동료 의원이 발의했음에도 해당 상임위원회에서 ‘시흥시민 인권 기본 조례안’이 부결된 만큼 관련 조례 제정 추진에는 상당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아마도 제7대 시흥시의회 의원 임기 중에는 해당 조례안은 책상 속에 묻혀 지내야 할 것이고 그러는 동안 시흥시의 인권 수준은 점점 더 추락할지도 모른다.
시민 권익을 증진하고 보호하며 인간의 존엄과 가치 제고에 앞장서야 할 사회지도층 인사들인 시의원들이 오히려 이를 외면하고 그릇된 잣대로 평가하는 시흥시와 시흥시의회의 현실이 그저 답답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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