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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네스님월요단상/현 여 (법륭사 주지)
  • shnews
  • 승인 2017.09.16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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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륭사 주위에 샛말 공원이 있다. 샛말 공원은 하중동 지역에서 유일한 공원으로 아름다운 나무들 속에서 주민들이 산책을 즐길 수 있는 곳이다.

얼마 전 공원에 산책을 나갔더니 일곱 살 쯤 되는 여자 아이가 뒤 따라오며 묻는다. ‘종 땡, 땡, 땡 치는 아저씨에요?’ 하고 ‘그렇다.’ 대답했다. 법륭사 안에는 범종루가 있다. 범종루에는 불교 사물이라고 하여 범종, 운판, 목어, 법고가 있다. 범종은 지옥중생을 고통을 치유하기 위해서 친다. 운판은 구름 모양의 넓은 쇠판으로 허공계 중생의 고통을 치유하기 위해서 친다. 목어는 물고기 모양으로 물속에 사는 중생들의 고통을 치유하기 위해서 친다. 법고는 큰 북으로 축생(포유류)의 고통을 치유하기 위해서 친다.

법륭사 범종은 12시 정오에 지역주민에게 시간을 알리기 위해 치기도 하고 12월 31일 자정 시흥시민을 위한 제야의 종 타종을 하기도 한다. 매일 12시 정오 마다 들리는 종소리가 아이의 일상에도 한 부분이었나 보다. 승복을 입고 지나가는 나에게 물어 보니 말이다.

법륭사 우측 돌담 옆 모래놀이터에는 그네가 두 개 있다.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모두가 좋아하는 샛말 공원의 한 부분이다. 어느 날 보니 중학교 2학년 쯤 되는 여자 아이들이 큰 소리로 웃으며 ‘스님 아저씨, 스님 아저씨’ 하고 나를 부른다. 귀찮아서 무시하고 반대로 걸었는데 며칠 동안 그 아이들이 뭘 물어 보려했는지 궁금했다.

매 년 봄에는 하중초등학교 4학년 아이들이 동네 탐방을 나온다. 요즘은 우리가 공부 할 때 하고는 달리 프로젝트 수업이라고 해서 아이들 스스로 주제를 선정해서 공부한다. 법륭사에 와서 스님은 어떤 일을 하고 사는지? 불교는 무엇인지 묻는다. 법륭사 사진도 찍고 설명도 듣고 메모도 열심히 한다. 아이들의 질문을 받으면서 스님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내 스스로 더 공부가 되는 것 같다.

지난 해 수능이 끝나고 능곡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선생님과 함께 놀러 왔다. 시험을 끝낸 해방감 속에서도 성인으로 사회를 향하는 무거움이 느껴졌다. 차가운 날씨에 두꺼운 옷들을 입었지만 모두들 추워 보였다. 법륭사 법당과 범종루를 구경시켜주고 함께 범종도 쳐 보았다. 여학생들과 단체 사진도 찍었다. 언제가 수능을 끝내고 갔던 법륭사도 기억할 것이다.

드라마나 영화를 보면 스님들은 다 산에 산다. 그래서 산승(山僧)이라고 자기를 소개하는 스님들도 많다. 산속에서 세상의 모든 욕락을 버리고 고행하는 삶이 스님으로 묘사되기도 한다.

언젠가 한 아이가 물었다. ‘스님도 산속 동굴에서 수행하며 살 수 있느냐’ 하기에 ‘나는 몸이 약해서 겨울에 집에 있어도 추운데 어떻게 산 속 동굴에서 살겠느냐.’ 하여 살 수 없다고 답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나는 하중동 스님이다. 편의점에서 사발면도 콜라도 사먹고 피자도 좋아 한다. 아프면 동네 병원에 가서 주사도 맞고 약도 처방 받는다. 저녁마다 샛말 공원을 산책하고 동네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눈다. 나는 동네 아이들 졸업식에도 참석해서 항상 축하해 준다. 나는 동네 절에 사는 스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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