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자고나면 길거리 전단지, 스티커, 인터넷, 핸드폰 메시지 심지어 스포츠신문에 이르기 까지 우리 주위는 온통 유해음란물이 넘쳐난다. 이러한 유해매체가 범람하는 세상에서 우리의 청소년들은 어른들의 그릇된 음란물 장사에 알게 모르게 희생양이 되고 있음도 주목할 대목이다. 여러 청소년 관련 단체에서 발표한 통계자료를 보면 청소년성범죄 건수가 해마다 늘고 있다는 것이 단적인 예. 음란물이 청소년 모방 성범죄의 직접적 원인임을 전문가들은 숱하게 지적하여 왔다. 그러나 음란물 불법 유통은 더욱 지능화·노골화되어가고 단속의 손길은 멀고… <편집자 주> |
시화공단에서 근무하는 직장인 김모씨(38세)는 하루 일과 중 하나가 메일에 접속하는 것인데 스팸
메일 속에 파묻혀 뜨는 성인사이트 때문에 여간 짜증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컴퓨터를 사용하는 연령대가 점차 낮아지는 현실에서
분명 중학교에 다니는 우리 아이도 메일을 검색하다가 이런 일을 겪을 것을 생각하니 자식보기가 민망할 지경이다”며 “이처럼 시도때도 없이 파고드는
음란물 속에서 어린 청소년들이 제대로 건전한 생각을 갖고 생활하기가 쉽겠냐”고 반문했다.
시화병원 모 신경정신과 의사는 “청소년기에는 성에 대한 호기심이 왕성한 시기인데다가 인터넷을 통한 음란물은 여과과정이 전혀 없기 때문에 탈선의 길로 빠지게 할 뿐 아니라 삐뚤어진 호기심이 자칫 성매매와 가출을 부추길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우려했다.
정왕동에 사는 주부 신모씨(40세)는 얼마전 고등학교에 다니는 아이의 옷을 세탁하려다 바지주머니에서 명함크기에 찍혀진 야한 사진을 발견하고는 소스라치게 놀란 적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시장가기위해 주택가를 걷다보면 차량들 대부분에 유리창마다 빼곡히 꽂힌 선정적인 전단지 때문에 민망한 경우가 한두 번이 아니다”라며 “유흥가 지역도 아닌 일반 주택가까지 낯뜨거운 전단지가 돌아다니는 현실에서 우리아이가 너무 쉽게 유해환경에 접할 수 밖에 없겠구나 생각하니 아찔할 뿐”이라고 털어놨다.
정왕역이나 시화관광호텔 주변과 48·49블럭 상업지구는 물론 인근 주택가에 까지 낯뜨거운 사진이 실린 명함형 전단지가 하루에도 수 만장이 뿌려져 인근 주택가까지 침범하고 있지만 지금은 수거의 손길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저녁에 뿌린 음란물 전단지를 환경미화원들이 다음날 수거하기도 했으나 아무리 치워도 또다시 쌓이는 바람에 아예 포기해 버린 듯 도로 바닥에 그대로 방치되어 흉물스런 쓰레기로 변해버렸다고 한 건물 경비원이 전해준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일부 유흥업소가 불황의 그늘을 벗어나기 위해 사활을 걸고 살포하는 음란전단지를 단속한다는 것이 그리 쉽지 않다고 한 경찰관계자는 애로사항을 털어놨다. 그는 “대부분 늦은 밤이나 새벽에 생계형 아줌마를 통해 게릴라식으로 뿌려댈 뿐 아니라 일부 전단지의 경우 전화번호만 남기는 교묘한 수법을 동원하기 때문에 배포를 시킨 다방업주를 잡기내기가 여간 어렵지 않다”는 것. 특히 배포를 담당하는 한 두명의 영업사원이 여러 다방을 상대로 전단지배포를 위탁받아 일정한 액수를 챙긴 후 다시 여러 명의 아줌마 들에게 아르바이트를 주는 케이스가 많아 배포자는 잡아도 실제 업주까지 연계하여 잡아 처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경찰이 주로 이용하는 것이 기획수사이다. 시흥경찰서는 최근 기획수사를 벌여 불법 전단지를 배포한 다방업주 김모씨(38) 등 30명을 청소년보호법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한바 있다.
대부분 다방업주인 이들은 지난해 8월부터 최근까지 시흥시 정왕동에 다방을 차려 놓고 정왕동과 거모동 일대 번화가 등을 돌며 자신들이 제작한 여성의 나체사진에 성매매를 암시하는 내용의 문구와 전화번호 등이 게재된 명함형 음란물 전단지 200만장을 배포하다가 경찰의 기획수사 법망에 걸려 든 것이다.
경찰관계자는 “지속적인 단속과 기획수사로 선정적인 명함형전단지 단속사례는 많이 줄었으나 선정적인 사진을 피하고 암시만 주는 그래픽으로 눈속임하는 지능수법이 늘어난데다 A4용지크기의 전단지로 북창동식 누드쇼를 홍보하는 건수도 많아지고 있다”며 불법유해전단지와 전쟁이라도 치러야 할 판이라고 혀를 찾다.
북창동식이란 나체쇼는 물론 각종 음란행위을 즉석에서 즐길 수 있는 신종 풍속업소의 영업행태로 청소년들이 더 쉽게 접근할 수 있다는데서 문제가 크다. 하지만 A4용지크기의 전단지는 청소년유해매체물로 결정이 되지않아 동법에 의해 처벌이 불가능하여 옥외광고물 등 관리법 위반으로 단속하게 된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시민단체들은 단속만으로는 범죄의 근절이 어렵다고 보고 위반 업주에 대한 형량을 가중하고 배포자에 대한 처벌조항도 마련해야 한다고 관계당국에 촉구하는 한편 무엇보다 업주들의 자발적인 자정노력도 요구하고 나섰다.
지난해 시흥·안산 휴게음식업지부가 음란성 불법광고 배포 금지 결의까지 하여 한때 시민의 호응을 얻은 바 있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주변에 유흥 ,퇴폐업소가 늘어나고 경쟁이 심해지면서 이런 불법 무단 살포가 또다시 고개를 들고 있지만 그럴수록 업주들도 자식을 키우는 학부모임을 잊지 말고 스스로 정화노력을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길열 기자
최길열 기자 choigr57@hanmi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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